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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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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살인사건, '남성혐오'가 걱정된다고?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 '살아남은 여성'들의 증언이 온라인, 오프라인 공간을 통해 쏟아지고 있다. 언론에선 이를 '여성 혐오' vs '남성 혐오'라는 갈등 구도로 놓고 극단적인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지만, 이는 현실을 왜곡하는 분석이다. '여성 혐오'의 양상은 살인에 이르는 실질적인 폭력의 형태로 표출되고 있는 반면, '남성 혐오'는 그저 여성들의 자신의 피해를 말하고, 공감하고, 이런 부당한 현실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는데 그치고 있을 뿐이다. 여성들은 현실적으로 남성들의 '심기'만 견드렸을 뿐이다. 이것조차 참기 힘든가? 여성들이 죄 없는 나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것 같아 불편하다고 느껴지는 남성들이여, 그렇다면 '남성=잠재적 범죄자'로 여겨지는 현실을 바꾸는데 당신도 동참해달라. ..
박근혜, "참 나쁜 대통령" 될텐가 어쩌다 보니, 김대중 전 대통령부터 박근혜 대통령까지 모두 직접 만나볼 기회가 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퇴임 후, 나머지 대통령들은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되고 나서도 만났다.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직접 인터뷰를 할 기회가 있었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전담'을 맡아 정권을 잡은 뒤 3년 반 동안 청와대 출입기자를 했으니 가장 많이 접해 본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전엔 소위 '복도 기자 간담회'를 할 때나 먼 발치에서 몇 번 보고, 대통령이 된 뒤에는 취임 첫해 편집국장.보도국장 기자간담회와 지난 4월 26일 있었던 동일한 형식의 기자간담회에서 두 번 봤다. 아, 대통령 후보 시절 최경환 의원, 조윤선 (전) 의원 등을 대동하고 직접 회사 사..
꼴찌 엄마의 권리 선언 올해 초등학교 3학년인 우리 아이는 반에서 꼴찌다. 본인 스스로도 잘 알고 있으며, 담임 선생님으로부터도 확인했다. “00이가 꼴찌 맞아요.” 반에서 꼴찌인 아이를 둔 덕분에 엄마인 나는 우리 사회를, 학교를 다시 배우게 됐다. 무려 30년 전에 다니던 그 초등학교(그땐 심지어 국민학교였다)는 변하지 않았다. 같은 반 학생 수가 줄었고, 교사의 체벌이 사라졌으며, 무상급식 등 각종 복지 혜택이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우리 교육은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권위적이며 폭력적이다. 마치 벽에 머리를 박는 듯한, 그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완고한 편견들을 3년째 겪으며, 결심했다. 꼴찌 학생과 엄마로서 스스로 권리를 주장하고, 인격 존중을 요구하겠다고. ‘공부를 못하는 죄인은 어..
'강용석 의원'은 한번으로 족하다 어쩌면 이런 게 꼰대적 기자 마인드일지도 모른다. 난 종편에 나오는 강용석 변호사를 보고 웃을 수가 없었다. 우리 사회의 그 관대함에 대해 조금, 아니 아주 많이 소름이 끼쳤었다. 그런 강용석이 정치인으로 재기를 꿈꾸고 있다고 한다. 방송을 통해 얻은 인기로, 더군다나 대중적 인지도가 매우 중요한 '오픈 프라이머리'를 통한다면 그가 새누리당에서 공천 받을 가능성은 낮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가 의원이 된다면? 다시 한번 기꺼이 '저격수'가 될 생각이다. 방송은 대중적 인기라는 '도덕'이나 '정의'라는 사회적 가치를 들이밀기 어려운 분야다. 하지만 정치는 다르다. 그래서 그 전에는 철저히 무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자들은 다시 한번 그 차이를 고민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방송인 강용석'과 '정치인..
홍석천과 오바마, 그리고 프레시안(2015.6.30) 홍석천 씨와 의 인연은 어쩌면 제가 어렵사리 공채 1기 기자로 뽑히지 않았다면 없었을 것입니다. 무슨 뜬금 없는 소리냐구요? 제가 2001년 9월 24일 창간호에 쓴 기사가 '홍석천과 하리수의 같은 점과 다른 점'입니다. (☞관련 기사 : 홍석천과 하리수의 같은 점과 다른 점) 홍석천 씨는 지금은 , 등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셰프이자 성공한 사업가로 상종가를 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커밍아웃' 직후 공중파 방송에서 축출된 상태였습니다. 2001년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에서 열린 제2회 '퀴어 문화제'(무지개 2001, 성소수자 문화 축제)를 취재하면서 가죽 조끼를 입고 멋지게 춤추는 홍 씨를 보고 감탄하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홍익대 인근을 도는 거리 퍼레이드 참석 인원은 100여 명에 ..
'나는 겐지다', 그 무거운 의미에 대해(2015.2.3) 일본의 분쟁지역 전문기자 고토 겐지(後藤健二·47) 씨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합니다. 다만, 1996년 도쿄에서 '인디펜던트 프레스'를 설립한 후 평생 분쟁지역 취재에 천착해온 언론인의 죽음에 대해 고개 숙여 추모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 이 글을 씁니다. 분쟁지역 전문기자인 그가 현 세계의 가장 큰 갈등인 미국을 위시한 서구와 중동간의 '사실상의 전쟁' 현장에서 죽임을 당했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에 대해 곱씹어봅니다. 또 고토 씨와 그의 가족이 남긴 말의 '숭고함'에 대해 널리 알리는 것이 언론인으로서 최소한의 책무이자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고토 씨의 모친 이시도 준코(石堂順子·78) 씨는 아들의 참수 소식이 전해진 1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합니다. "나는 슬픔의 눈물을 흘리고 있으며, ..
박근혜·안철수·386, 그 수상한 상호 관계 (2014.8.22) 한국을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16일 세월호 유가족 김영오 씨의 손을 맞잡는 장면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줬다. 교황은 순교자 124위 시복 미사 집전을 위해 광화문광장으로 이동하는 카퍼레이드 도중 수많은 인파 속에 섞여 있던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직접 만났다. 세월호 참사로 딸 유민 양을 잃은 김영오 씨는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한 달 넘게 단식 중이었다. 이 감동적인 장면은 역으로 비극적인 한국 정치를 상징하는 장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영오 씨가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것처럼 5일간의 짧은 방한 기간에 교황이 세월호 유가족을 만난 횟수가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유가족을 만난 횟수보다 많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요구하는, 재발 방지를 위한 진상 규명을 목적으..
교황은 '세월호 눈물'을 멈출 수 없다 (2014.8.14) #1 처음엔 '교통사고'였다. 2014년 4월 16일 아침 제주를 향하던 세월호가 맹골수도에서 뒤집어지던 순간, 그건 바다에서 일어난 '교통사고'였다. 하지만 '전원구조'라던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했던 일이 얼토당토 않은 '오보'임이 밝혀지고, "역대 최대"의 구조 작업이 '구조 쇼'로 서서히 드러나면서 급기야 '구조자 0명'으로 끝난 순간, 세월호 참사는 더 이상 '교통사고'라고 말할 수 없는 일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통사고"라고 우기는 정치인들과 관료들의 의도는 명확하다. '사고'가 '참사', 더 나아가 '몰살'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일어난 '밝혀지지 않은 일들'을 숨겨야 하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네 달이 가까워지는 지금도 그들의 '거짓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13일 광주지법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