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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박근혜, "참 나쁜 대통령" 될텐가

 

 

 

어쩌다 보니, 김대중 전 대통령부터 박근혜 대통령까지 모두 직접 만나볼 기회가 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퇴임 후, 나머지 대통령들은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되고 나서도 만났다.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직접 인터뷰를 할 기회가 있었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전담'을 맡아 정권을 잡은 뒤 3년 반 동안 청와대 출입기자를 했으니 가장 많이 접해 본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전엔 소위 '복도 기자 간담회'를 할 때나 먼 발치에서 몇 번 보고, 대통령이 된 뒤에는 취임 첫해 편집국장.보도국장 기자간담회와 지난 4월 26일 있었던 동일한 형식의 기자간담회에서 두 번 봤다. 아, 대통령 후보 시절 최경환 의원, 조윤선 (전) 의원 등을 대동하고 직접 회사 사무실을 방문해 만났던 일을 빼먹을 뻔 했다. 여하튼 상대적으로 접촉이 적은 정치인이었다.

 

취임 첫해 간담회에서 받은 느낌은 솔직히 "전임인 이명박 전 대통령보다는 낫다"는 것이었다. 직접 만나본 이 전 대통령은 거만했다. 이 전 대통령은 취임 마지막 해 정치부장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싫은 소리는 절대 못 듣는' 성격임을 느꼈다. 한 정치부장은 용산참사 피해자 특별 사면 여부를 물었다가 간담회가 끝난 뒤 참모진들에게 '왜 그런 것을 질문하냐'는 타박을 들었다. (불편한 질문을 받기 싫으면 왜 간담회를 하지?) 나는 심지어 이 전 대통령이 싫어할 만한 성격의 '질문'을 했다가 간담회가 끝나고 개별 인사를 할 때 이 전 대통령에게 직접 "내 말 잘 알아 들었죠?"라며 면박을 당하기도 했다.

 

취임 첫해 간담회에서 박 대통령은 질문들에 대해 만족스러운 답변을 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 전 대통령 같은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진 않았다.

 

그런데 3년 만에, 더군다나 박근혜 정부의 중간 평가라고 할 수 있는 총선에서 참패한 뒤 만난 박 전 대통령의 태도는 확 달라져 있었다. 무엇보다 참모들이 변했다. 기자들과 거리를 두고, 행여나 대통령의 심기가 불편할까 전전긍긍하는 게 느껴졌다. 껄끄러운 질문들이 대거 쏟아졌고, 대통령도 이를 피하지는 않았지만, 박 대통령은 시종일관 '나는 잘못한 게 없다'는 고집스런 태도를 보였다.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은 레임덕을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한 '허세'라고 해석했지만,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태도였다. 

 

가장 충격적인 답변은 국정 교과서와 세월호 진상 조사 관련 질문에 대한 것이었다. 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지 않으면 "북한에 의해 통일이 될 것"이며, 세월호 진상 규명에 "세금" 운운 하는 모습은 용산참사 피해자들에 대해 "전문 데모꾼"이라며 절대 사면할 수 없다고 핏대를 올리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모습과 오버랩됐다. 하긴 새누리당은 용산참사 책임자인 김석기 전 경찰청장을 이번 총선에서 공천해 '의원'으로 영전시켜 주기도 했으니.

 

다른 걸 기대하는 것도 아니다. 제발, 상처 받은 국민들에게 두 번, 세 번 돌 던지는 '나쁜 대통령'은 더 이상 안 나왔으면 좋겠다. 언젠가 박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에게 했던 "참 나쁜 대통령"이란 수사가 본인에게 돌아오고 있음을 알고는 있을까?

(관련 기사 바로 보기 : '실패한' 박근혜, '나쁜 대통령'도 될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