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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강남역 살인사건, '남성혐오'가 걱정된다고?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 '살아남은 여성'들의 증언이 온라인, 오프라인 공간을 통해 쏟아지고 있다.

 

언론에선 이를 '여성 혐오' vs '남성 혐오'라는 갈등 구도로 놓고 극단적인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지만, 이는 현실을 왜곡하는 분석이다.

 

'여성 혐오'의 양상은 살인에 이르는 실질적인 폭력의 형태로 표출되고 있는 반면, '남성 혐오'는 그저 여성들의 자신의 피해를 말하고, 공감하고, 이런 부당한 현실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는데 그치고 있을 뿐이다. 여성들은 현실적으로 남성들의 '심기'만 견드렸을 뿐이다. 이것조차 참기 힘든가?

 

여성들이 죄 없는 나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것 같아 불편하다고 느껴지는 남성들이여, 그렇다면 '남성=잠재적 범죄자'로 여겨지는 현실을 바꾸는데 당신도 동참해달라. 그리고 여성들이 범죄자 취급한다는 행위의 실체는 무엇인가? 의심어린 눈초리로 쳐다보는 것, 신체적 접촉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거나 불편한 기색을 취하는 것 이외에 또 어떤 것들이 있을 수 있나? 경찰이 용의자를 체포하듯 실질적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도 아니고, 이 역시 그저 남성들의 '심기'가 불편한 것 이외에 더 나아간 언행은 드물다. 당신을 의심하는 눈초리의 그 여성은 공포에 시달리고 있을 뿐, 더 이상 당신을 어찌할 수 없다.  

 

강남역 사건을 접하고 18년전 기억이 떠올라 '생존자로서 증언'의 의미로 글을 썼다. 글에서 미처 못 쓴 내용은 그 사건 이후 상당 기간 '외상후 증후군'에 시달렸다는 얘기다. 솔직히 지금도 등 뒤에서 오토바이 소리가 들려오면 무섭다. 밤이면 특히. (관련기사 : 강남역 살인 사건, 난 18년전 살아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