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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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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안전하게' 그만 두는 비법 (양지훈 지음, 에이도스 펴냄)에는 회사와 관련해 자살한 안타까운 사연이 많이 소개된다. 유명 사립대를 나온 30대 초반의 취업준비생이 취업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자취방에서 자살한 뒤 수일이 지나 발견됐다. 한국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부러워할 30대 초반의 검사가 "업무 스트레스로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40대 중반의 회사 간부가 다니던 회사가 갑자기 다른 회사와 합병되면서 이전 직장을 토대로 '파벌'이 생기고 이 과정에서 그는 자연스럽게 업무에서 배제됐는데, 이를 괴로워하며 고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자살했다. 20년간 금융회사를 다니던 김 부장은 지점장으로 승진한 뒤 지점별로 실적을 매기는 과정에서 업무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정신병원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게 되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
"미투, 그 싸움의 끝에 정의가 있기를 바란다" [프레시안 books] 연구모임 '도란스'의 "jtbc 방송을 마치고 나는 돌아갈 곳이 없었다. 피해자들이 머물 수 있는 긴급 지원 쉼터가 있긴 했지만, 늦은 시간이라 입소할 수 없었다. 방송국에 동행한 쉼터 선생님께서 다음날 입소 전까지 자신의 집에서 머물 수 있게 해주신다고 하셨다.(...) 절대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충남도청에서의 지난 8개월, 나는 드디어 성폭력에서 벗어났다. 내 눈 앞에서, 더 이상 그의 범죄는 없다. 폐쇄된 조직 안에서 느꼈던 무기력과 공포로부터도 벗어났다.(...) 다만, 부여잡고 지키려 했던 한줌의 정상적인 삶도 함께 사라졌다." 안희정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 김지은 씨가 직접 쓴 글이다. 김지은 씨는 자신의 '미투'에 대해 직접 글을 써서 발표하려고 했다. 연구모임 ..
안익태의 '만주국 환상곡'이 애국가로 둔갑? [프레시안 books] 이해영의 애국가의 작곡가 안익태가 친일 뿐 아니라 나치 독일을 위해서도 활동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최근 안익태의 유럽 활동을 분석해 이 같은 주장을 제기하는 책 (이해영 지음, 삼인 펴냄)를 냈다. 평양에서 태어난 안익태(1906-1965)는 당대에는 드물게 1921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난 뒤 미국에서 음악 공부를 하고 유럽까지 진출한 서양 음악가다. 현 애국가는 안익태가 작곡한 '한국 환상곡' 4악장의 일부다. 안익태는 애국가의 작곡가로 문화훈장 대통령장을 받고 국립묘지에 묻혔으나, 2000년에 발굴된 그의 베를린필 지휘 영상이 만주국 축전 음악회 실황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이후 각종 자료를 통해 그가 일제에 부역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민족문제연구소가 편..
"전쟁이 끝나면 남자는 '영웅', 여자는 '매춘부'?" [프레시안 books] 방글라데시 '비랑가나' 이야기 "너는 우리의 국민이 화환으로 우리를 맞아줄 것으로 생각해? 아니, 매리. 그런 일은 세계 역사에서 일어난 적이 없어. 전쟁이 끝나면 남자들은 영웅으로 칭송받지만 여자들은 타락했다는 말을 들어. 그냥 봐봐, 그들은 우리를 창녀로 만들 거야." (샤힌 아크타르 지음, 유숙열 옮김, 이프북스 펴냄)는 1971년 방글라데시의 독립전쟁을 배경으로 한 다큐 소설이다. '비랑가나'는 원래 '용감한 영웅'이라는 의미의 단어로 전쟁 당시 파키스탄군에 억류됐던 여성들을 칭송하는 단어로 사용됐다. 파키스탄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방글라데시 정치 지도자 세이크 무집이 연설에서 "당신들은 우리들의 어머니, 용감한 비랑가나입니다"라고 말하면서 대중적으로 쓰여졌다. ▲ (샤힌..
'고통 올림픽' 보며 '팝콘각'? 공론장이 무너졌다 [프레시안books] 엄기호의 "이 시대가 거의 완벽하게 잃어버리고 있는 삶의 태도가 신중함"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신간 (엄기호 지음, 나무연필 펴냄)는 '신중함'으로 가득 찬 책이다. 이 책은 인간의 삶에서 가장 무거운 주제 중 하나인 '고통'과 그 고통을 '함께 한다'는 것에 대한 성찰을 담았다. 이는 '동행의 언어'는 사라지고 '동원의 언어'만 난무하는 이 시대에 더욱 요원한 일이 됐다. '공론의 장'에서의 소통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언어와 글을 통해 타인의 경험과 이의 한 극단인 고통에 대해 소통하고 그 고통을 배태한 공동체(사회)의 문제에 대해 협상과 타협을 거쳐 합의를 도출하던 시스템은 인터넷의 시대에 왜곡되기 시작했다. ▲ , 엄기호 지음, 나무연필 펴냄"이것은 인쇄술로 만들어..
당신이 먹는 '고기'에 대해 얼마나 아시나요? [프레시안 books] 황윤의 (황윤 지음, 한겨레출판 펴냄)의 저자 황윤은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엄마다. 이 책의 시작은 저자의 아들 도영의 탄생과 연관되어 있다. 2009년 아이를 낳은 저자는 여느 부모들처럼 소독기에 젖병을 살균하고 감기약 하나에도 항생제가 들어갔는지 꼼꼼히 살피고 무항생제 고기와 무농약 채소를 사다 이유식을 만들어 먹였던 그는 2010년 구제역 사태를 목도하게 됐다. 출산과 육아로 영화 작업을 쉬고 있던 황 감독은 카메라를 들고 살처분 현장을 찾았다. 출입이 통제되어 뒷산에 올라 카메라 줌 버튼을 당겨 목격하게 된 현장은 충격적이었다. "사람들이 돼지들을 막대기로 툭툭 치며 축사에서 밖으로 내몰았다. 거대한 포클레인이 구덩이 앞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하는 돼지들을 밀쳐 넣었다. 산 채..
'쓰레기 책'이 보여주는 21세기 지구의 민낯 [프레시안 books] 구정은의 (구정은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에 대해 저자는 '쓰레기 책'이라고 말한다. 문화일보와 경향신문에서 국제부 기자로 오랫동안 일해온 저자는 그간 써온 국제 뉴스들을 기반으로 '버려지고 잊혀지는 모든 것들'에 대한 책을 썼고, 출판사 편집자와 둘이 이 책을 '쓰레기 책'이라고 불렀다고 에필로그에서 밝혔다. 나는 이 책이 21세기 지구별의 슬픈 자화상이라고 생각한다. 십수년 넘게 국제 뉴스를 취재해온 기자인 저자가 스스로 밝힌 '마이너한 감성'으로 찾은 사라지고, 버려지며, 남겨진 지구 곳곳의 모습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국제 뉴스와는 결이 다르다. 트럼프와 시진핑과 메르켈, 또는 김정은 등에 대한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물밑으로 권모술수가 판치는 국제 정세와 관련된 이야기는 아니..
"보고서 쓰기만 바뀌어도 직장인 삶이 바뀐다" [프레시안 books] 백승권의 '보고서 쓰기'는 대한민국 수많은 직장인들 뿐 아니라 사업 계획서나 제안서 등을 써야 하는 사업가에게도 고민거리 중 하나다. 하지만 대다수 직장인 입장에서 '장롱 면허'에 가까운 영어 교육을 위해선 기꺼이 시간과 돈을 투자하면서도, 평소 업무의 30% 이상을 차지한다고 생각하는 글쓰기(보고서 작성)은 정작 가르쳐주는 사람도, 배우려는 의지도 없다. 그저 각자 알아서 한줄 썼다 지우고 다시 한줄 썼다 지우고를 반복하며, 밤을 새워가며 써야하는 것이 보고서라고 생각한다. ▲ , 백승권 지음, 바다출판사 펴냄.매해 평균 200회, 800시간 이상 '보고서 쓰기'를 포함한 실용 글쓰기 강의를 하는 백승권 (주)커뮤니케이션컨설팅엔클리닉 대표는 "보고서 쓰기는 조직의 문제"라고 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