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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일기

11/03/2019 : 아이와 둘이서 뉴욕 여행(1일)

2박 3일 일정으로 뉴욕 여행을 떠나게 됐다. 어린이의 단기 방학(1년이 4학기제로 운영되는 1학기를 마치고 월, 화 이틀 동안 학교가 쉰다)을 맞이해 무엇을 하면서 놀까 고민하다가 뉴욕 여행을 하기로 했다.  

남편은 대체로 그렇듯이 놀아야 될 때는 바빠서 딱 맞춰서 미시시피로 출장을 가고 나랑 아이 둘만 여행을 가기로 했다. 미국 와서 둘이서, 그것도 다른 도시로 여행을 떠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 살짝 긴장이 돼서 전날 잠도 살짝 설쳤다. 

 

그런데 하필 이날이 썸머타임이 해제되는 날이라서 아침에 시계를 보고 깜짝 놀랐다. TV에선 분명 7시 30분이었는데, 아이 방이 탁상 시계는 8시 30분!!! 핸드폰 시간을 확인하니까 다시 7시 30분이고 ㅠㅠ 집에서 출발해야 되는 시간은 8시 언저리인데....이게 뭔일인지 싶었는데 썸머타임이 해제됐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썸머타임이 해제된다는 뉴스는 봤는데 여행 간다고 딴데 정신을 팔고 있다가 순간적으로 아침에 얼마나 당황했는지 모른다. 

여튼 우버를 불러 집에서 가까운 지하철역까지 가서 지하철을 타고 유니온 스테이션에 도착해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음료수를 사서 메가버스 승차장으로 갔다. (다행히 예상했던 시간보다 좀 여유있게 도착할 수 있었다.) 

 

버스 승차장은 유니온 스테이션 내부에서 안내판을 잘 보고 'BUS'라고 표시된 방향으로 잘 따라가면 된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1층 올라가서 밖으로 나가야 한다. 안내 표시를 잘 보고 따라가면 찾기 어렵지 않다. 메가버스를 승차하는 위치(번호)로 가면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버스 앞 유리창에 적힌 행선지를 보고 줄을 서면 된다. 그래도 혹시나 미심쩍으면 표 검사하는 직원이나 줄 서 있는 다른 승객들에게 물어보면 다들 친절하게 잘 알려준다.   

워싱턴 유니온 스테이션 역
유니온 스테이션 버스 터미널. 여기까지 찾으면 메가버스 타는 곳은 바로 보인다.  

10시에 버스 출발. 미국에서 이층버스는 처음인지라 아이를 데리고 2층에 자리를 잡았는데, 패착이었다. 확실히 2층 자리는 더 많이 흔들렸고, 아이는 차 멀미를 심하게 했다. 하지만 바깥 경치를 보기에는 2층 자리가 더 좋고, 특히 천장도 유리라서 답답한 느낌이 별로 없다. 

출발 후 4시간 15분을 쉬지 않고 달려서 뉴욕 7번가에 도착했다. 

뉴욕 시내의 흔한 광고판. 처음에는 사진을 찍어댔지만 몇번 왔다갔다 해보니 위치 파악 용도로 유용할 뿐 별 생각이 없어졌다. 
시내에 각종 복장의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주고 돈을 받는다. 이날 날씨가 꽤 쌀쌀했는데...추워보였다. 
삼성, 코카콜라, 현대 광고가 주르륵....역시 자본주의 천국 뉴욕~~~

도착 후 스마트 티켓(빅4)을 찾으러 여행사로 가는 길에 만난 풍경들. 익숙해지면 시큰둥하겠지만 처음 대형 광고판을 봤을 때, 드디어 뉴욕에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4시간 15분 동안 버스에서 힘들었다구요 ㅠㅠ)

 

가는 길에 대형 M&M's 초코렛 가게에 들려서 구경하고 초코렛을 기념품으로 샀다. 배가 심하게 고프지만 않았으면 분명 지나쳤을텐데 아침 일찍 커피 한잔과 블루베리 스콘 반쪽을 먹은 게 다라서 일종의 충동 구매를 했다. 

정말 다양한 종류의 예쁜 통에 담긴 초코렛들도 많았지만 가장 실속 있어 보이는 봉지에 원하는 초코렛을 담은 뒤 무게에 따라 가격을 매기는 '봉다리 초코렛'을 샀다. 자기가 원하는 초코렛을 원하는 분량만큼 살 수 있고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사는 사람들이 가장 많았다. 

이른 아침식사 후 아무 것도 못 먹어서 저녁 전에 간단하게 무얼 좀 먹을까 하다가 눈에 들어온 게 멕시칸식 패스트푸드 음식점인 '치폴레(Chipotle)'였다. 

뉴욕에서의 첫 식사 부리토. 

 

주문 순서는 1. 볼에 먹을 것인지, 토르티야로 먹을 것인지 선택하고 2. 토르티야 종류를 선택하고 3. 소고기, 닭고기, 새우 등 메인 속 재료를 선택하고 4. 속에 넣을 토핑과 소스를 서브웨이처럼 주욱 보이는 순서로 선택하면 된다.  다 넣어도 되는데 이것만 빼달라고 하면 더 주문하기 편하다. 특별히 싫은 메뉴가 없으면 다 넣어 먹는 게 ㅋㅋㅋ 무조건 속재료는 다양한 게 맛있다는 쪽이라서^^;;;; (아이가 매운 것을 못 먹어서 매운 소스는 빼달라고 했지만)

이 가게의 가장 큰 장점은 '가격'이다. 성인 여성 2명이서 먹기에 충분한 분량의 부리토와 맥주 한병, 소다 한잔(소다컵을 주고 설치되어 있는 음료수 판매대에 가서 원하는 음료를 골라서 원하는 만큼 따라 먹을 수 있다. 당연히 여러 번 먹어도 된다. 이러니 미국에서 살면 살찐다 ㅠㅠ)을 합쳐서 18불이 조금 넘게 나왔다. 물론 맛도 좋다. 가성비가 좋아서 뉴욕 뿐 아니라 미 전역에 많이 있는 체인점이라고 한다.  

 

치폴레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휴대폰도 충전하면서 여유를 부리다가 첫번째 관광지인 '탑 오브 더 락'(록펠러센터 꼭대기) 전망대로 갔다. 여기는 티켓을 예매해야 한다. 물론 대낮이나 늦은 밤에는 현장에서 구매가 가능할 수도 있지만, 특히 인기가 많은 일몰 시간대는 반드시 예매가 필요하다. 나는 오후 4시 45분 이후 입장하는 표를 예매했다. 

입구에서 휴대전화로 이티켓을 보여주면 되고, 매우 간단한 보안검색(가방과 소지품을 엑스레이 검색대로 통과시킴)을 거쳐 들어갈 수 있다. 전망대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줄서서 타고 올라가서 드디어 전망대에 도착했다. 해가 지는 풍경부터 야경까지 1시간 30분 정도 구경하고 사진 찍었다.

도착하자마자 풍경. 약간 하늘이 빨개지기 시작했다. 
해가 지고 노을이 한창인 뉴욕 야경. 
이제 완전히 어두워진 뉴욕 야경.

 

6시께 내려와서 뉴욕을 잘 아는 지인에게 추천 받아 놓은 리스트에 있는 레스토랑을 찾았다. 

(요기 : https://goo.gl/maps/9Pe7casniMuNhukM8)

안내하는 직원이 손님이 많아서 대기를 해야 한다고, 전화번호를 남겨 달라고 한다. 자리가 준비되면 문자를 보낼테니 밖에서 놀다가 오라고^^;;;; 식당은 2층이고 1층 입구에 소파와 대기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아이는 앉으라고 하고 나는 구석에 있는 전원을 발견하여 직원에게 휴대전화를 충전해도 되냐고 묻고 허락 받은 뒤 휴대 전화를 충전시켰다. 15분쯤 기다리니까 문자가 왔다!!!

올라가서 자리를 안내 받고 버거와 랍스터롤, 음료로는 콜라와 칵테일을 시켰다. 

칵테일 이름은 까먹었지만 여튼 맛있었다. 한국에 비해 미국에선 칵테일을 샷 안 아끼고 찐~하게 타준다. 한잔 마시면 기분이 좋아진다 ㅎ
아이가 선택한 버거. 미국 와서 먹어 본 버거 중 가장 맛있었다고 한다. 
내가 고른 랍스터롤. 당연히 맛있었다!!! 특히 빵이 매우 부드럽고 고소했다. 빵의 고소함이 랍스터의 약간 비릿하고 짭짤한 맛과 잘 어울리면서 비릿함을 잘 잡아주는 느낌이었다. 

메뉴 모두 훌륭했고, 특히 칵테일은 너무 예쁘고 맛있었다. (물론 가격을 생각하면 후덜덜하지만ㅎㅎㅎ) 식사를 마치고 30분 정도 걸어서 호텔에 도착했다. 

 

우리가 묵기로 한 호텔은 '첼시 인'이라는, 사실상 여관이다. 5층 건물인데 엘리베이터가 없었다...방은 정말 침대가 딱 들어갈 정도의 매우 좁은 방을 예상하면 된다. 화장실도 옆방이랑 같이 썼다. 어찌됐든 뉴욕 시내에 이 정도 가격(세금 제외 1박에 110달러, 한국에서 아고다를 통해 예약하면 약간 더 비싸다. 나는 미국 사이트에서 검색해서 구했다)의 방을 구했다는 것에 만족해야지.

깨끗하기는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하다. 화장실도 매우 청결하다.

방에 와서 어린이는 게임을 하고 나는 내일 일정 관련해서 이런 저런 확인을 하고 10시에 둘 다 기절하듯이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