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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일기

11/4/2019 : 아이와 둘이서 뉴욕여행(2일차)

전날 너무 일찍 잔 탓인지 새벽에 잠이 깼다. 

5시에 일어나 살금살금 노트북을 꺼내서 회사 업무를 좀 보고 9시에 어린이를 깨웠다. 샤워하고 전날 주섬주섬 챙겨온 빵이랑 음료수로 아침을 때우고 10시에 호텔을 나섰다. (어린이는 나와 달리 매우 느릿느릿한 성격에 아침잠이 많아서 여행을 오면 우리는 늘 10시경부터 움직이고 일정을 빡빡하게 잡지 않는다.)

뉴욕 유니온스퀘어역 앞에 펼쳐진 파머스마켓.

오늘의 첫번째 일정은 자유의 여신상을 보러 가는 것이다.  어린이가 고른 일정이고, 배를 타고 자유의 여신상 가까이까지 가는 크루즈들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어린이는 어린이답게 리버티섬에 내려서 자유의 여신상을 직접 보고 사진을 찍는 페리를 타는 일정을 택했다.  

지하철 역에서 메트로카드를 두개 구입해서 긁고 들어오는데 어린이가 카드를 제대로 긁지 못해 난감해하고 있는데 지나가던 아저씨가 무제한 티켓으로 친절하게 긁어줘서 다행히 지하철에 무사히 탑승했다.

배터리 파크역에 도착해서 페리를 승차하는 쪽으로 나가니 지하철 입구에서부터 직원들이 나와서 안내를 하고 있었다. 미리 예매한 티켓을 보여주니 어느 쪽으로 가라고 안내해서 그대로 이동, 역시 듣던 대로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대기 시간이 긴 이유는 배에 승차하는 승객들을 대상으로 일일이 검문검색을 하기 때문이다. 한시간 조금 넘게 줄을 서서 기다리니 검색대를 통과했다. 배는 엄청 커서 많은 인원이 한번에 탈 수 있었다. 검색대를 통과하기까지가 어렵지 검색대만 통과하면 그 다음엔 대기 시간이 길지 않다. 

페리에 승선해 제일 꼭대기 층으로 가서 자리를 잡았는데 엄청 바람이 불고 햇볕이 따가웠다. 가는 동안 승객들 모두 흥분한 상태로 열심히 사진을 찍었는데, 섬에 도착하면 자유의 여신상을 지겹도록 볼 수 있고 뉴욕 시내의 풍경도 근사하게 사진 찍는 것이 가능하니 굳이 페리에서 사진 찍느라 고생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페리에선 바닷바람을 즐기는 게 오히려 나을 것 같다.  


십오분 정도 이동해서 섬에 도착했다. 제일 먼저 간 곳은 자유의 여신상 박물관이다. 자유의 여신상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역사, 또 자유의 여신상이 상징하는 정신에 대한 전시물들이 있다. ​

자유의 여신상 내부 구조물에 대한 설명. 

자유의 여신상이 들고 있는 등불(?)

자유의 여신상 얼굴. 

리버티섬에서 바라본 뉴욕 시내. 페리에서 사진 찍느라 고생하지 말자!!!!


여러 각도에서 찍은 자유의 여신상.

사진 찍기를 극도로 싫어하는 사춘기 초입의 어린이도 자유의 여신상 앞에서는 마지못한 척 하며 기념 사진을 찍었다.  

뮤지엄 샵에서 기념품을 구경하고 카페테리아에서 1시 넘어 샌드위치와 음료수를 사 먹었다. 

카페테리아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했고, 햄버거나 따뜻한 조리 음식은 사 먹는데 시간이 너무 걸릴 것 같아서 점심은 대충 빨리 먹을 수 있는 것으로 먹기로 했다. 

잠시 산책을 하다가 뉴욕으로 돌아가는 배를 타러 갔다.  

오후 2시에 뉴욕 배터리 파크로 돌아가는 배를 탔는데 이민자 박물관이 있는 엘리스섬에 들려서 10분 정차하다가 2시 20분에 다시 뉴욕으로 출발했다. 

배터리 파크에 도착하니 얼추 3시가 가까워가는 시간이었다. 5시 40분까지 미드타운으로 다시 이동해야하는데 모마(뉴욕현대미술관. MOMA)를 관람하기엔 시간이 촉박할 거 같아서 근처의 볼링 포 그라운드와 브루클린 브리지를 구경했다. 

배터리파크에서 만난 다람쥐^^ 우리 동네도 그렇고 뉴욕도 다람쥐가 진짜 흔한데, 사람을 별로 무서워하지 않는다. 

볼링 포 그라운드의 황소 동상. 정말 동상 하나만 달랑 있고, 사람들이 황소의 앞, 뒤로 줄을 서서 사진을 찍는다. 

브루클린 브리지. 별다른 감흥은 없다. 그냥 예쁜 모양의 다리다. 

​지하철역 근처 던킨 도넛에서 차 마시며 쉬다가 오후 6시 시간대로 예매한 '시티라이드'(City ride) 탑승 장소로 이동했다. 

시티라이드는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도 나온 관광 프로그램인데, 뉴욕 메인타운을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시내 곳곳에 준비된 짧은 공연(?)을 보는 프로그램이다. 남녀 두명의 진행자가 뉴욕 곳곳의 명소에 대한 설명을 하고 중간 중간 공연에 대한 호응을 유도하기도 한더. 어린이가 재미있겠다며 골랐지만 어린이는 버스를 탄지 1분 만에 후회를 했다. 영어를 실시간으로 알아듣지 못하는 분들에겐 다소 부담스럽고 지루한 프로그램일 수도 있겠다. 어린이는 중간중간 공연하는 짧은 순간을 제외하고는 진행자가 행여나 말이라도 시킬까봐 긴장하고 있었다고 한다. 수업 시간 같았다고 ㅎㅎ.



하필 내 자리 유리창에 얼룩이 져서 공연하는 사진들이 지저분하게 나왔다 ㅠㅠ;;;;;;;;

결론적으로 성인들에겐 괜찮은데, 어린이를 동반한 경우에는 딱히 추천하고 싶지는 않은 프로그램이다.

탑승하면서 진행자들이 낸 퀴즈를 맞추면 요런 할인카드를 준다. 맟춘 사람만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모든 승객을 다 나눠준다. 쇼핑하라고 ㅎㅎ

시티라이더 버스 투어를 마치고 저녁 식사를 하러 이동했다. 

이탈리아 음식을 먹고 싶다고 해서 미리 추천받아 놓은 식당을 구글 맵을 통해 찾아가는데 근처에서 헤매다가 결국 못 찾고 정말 올드해보이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요기 : https://www.cecirestaurantnyc.com/)


내가 주문한 닭고기 구이(그릴드 치킨 위드 샐러드)

어린이가 주문한 라구 소스를 곁들인 이탈리아 가정식 파스타. 파스타 면이 정말 특이했다. 라자냐처럼 생겼는데, 속에 고물이 들어있는 건 아니고 그냥 폭신폭신한 질감의 면(떡에 가까움)이었다. 



나는 그릴드 치킨을 어린이는 라구 소스를 곁들인 파스타를 시켰는데 예상 외로 음식이 너무 훌륭했다. 하우스 와인 한잔도 마시고^^;;

지하철 공포증이 있는 어린이가 걸어서 호텔로 돌아가자고 제안해서 30뷴을 걸어서 호텔에 10시가 거의 다 돼서 도착했다. (이상하게 어린이가 지하철 표를 긁으면 에러 메시지가 뜨고 다시 긁으라고 하는데, 요금이 긁을 때마다 빠져나갔다. 그래서 뉴욕에 있으면서 지하철을 몇번 안 탔는데 지하철 요금만 40달러 넘게 들었다. 그중 10달러가 넘게 어린이가 잘못 긁어서 타지도 않고 지불된 금액이었다. 3번 연달아 에러 메시지가 뜨고 통과를 못하자 어린이는 그 다음부터 지하철 타는 것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다음날 일정을 체크하면서 워싱턴으로 돌아가는 메가버스 승차장이 처음에 내렸던 곳과는 전혀 다른 곳임을 발견하고 결국 버스 시간을 늦췄다. 

버스표를 다시 애매하고 11시경에 취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