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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일기

워싱턴 도착 1일차

2019년 8월 23일 오전 10월 25분 워싱턴DC로 가는 대한항공을 탔다. 

 

장장 14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23일 오전 11시20분께 도착한 워싱턴DC 덜레스 국제공항( Washington Dulles International Airport). 미국의 첫 인상은 '춥다'였다. 

 

전날까지 꽤 덥다가 이날 오전 비가 내리면서 기온이 급격히 떨어져서 20도 안팎의 온도에 바람도 적당히 불어 가을 날씨에 가까운 날씨였다. 거기에 에어컨은 왜 그리 세게 트는지 실제로 느껴지는 '서늘함'은 더 컸다. 

 

미국 공항의 출입국 심사가 까다롭다는 이야기를 워낙 많이 들어서 조금 긴장하고 있었는데 1. 무슨 목적으로 왔냐? 2. 어디에 머무느냐? 3. 얼마나 머무느냐? 4. 갖고 들어온 돈이 얼마냐? 5. 음식물(곡물, 생과일 등 반입금지 품목)을 갖고 온 것은 없냐? 정도로 5분 정도 매우 의례적인 질문을 받았다. 이후 설치된 카메라로 홍채 사진을 찍고 끝났다. 

 

출입국 심사는 빨리 끝났는데 오히려 시간이 걸린 일은 수화물을 찾는 일이었다. 수화물 찾는 컨베이어 벨트 앞에서 20여분 가까이 기다려서야 겨우 짐을 다 찾고 공항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마중 나온 남편의 회사 동료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러 한국 식당인 우래옥(뉴욕이 본점이고 여기는 지점이라고 한다)을 찾았다. 나는 순두부찌개, 남편은 김치찌개, 아이는 물냉면을 시켰다. 

 

주문한 음식들이 나오는데 두 가지 사실에 놀랐다. 첫째, 그릇의 크기와 음식의 양. 한국의 1.5배 내지는 2배의 양이다. 특히 물냉면 그릇은 정말 세숫대야에 가까운 크기였다. 둘째, 매운 정도. 생각보다는 훨씬 매웠다. 매운 것을 못 먹는 편에 속하는 내 입맛에 약간 매운 편이었다. 결론적으로 한국에서 먹던 맛과 비교하면 맵고 약간 짜고 느끼한 편이었다. 또 고기가 듬뿍 들어가 있었다. 김치지께에도 고기 듬뿍, 냉면에도 편육이 1-2점이 아니라 5-6점 들어있었다. 

 

보이는 고기 양이 전부가 아니고 밑에 고기를 또 깔았다. '미국 냉면은 고기 맛이 너무 강해서 별로'라는 아들의 주관적 평가. 

식사를 마치고 남편이 지난달 출장을 통해 구해 놓은 집에 도착했다. 앞으로 2년 동안 우리 가족이 살 동네는 버니지아주 페어팩스 카운티의 '폴스처지(falls church)'다. 그나마 이 동네에서 가장 집값이 싸다는 타운하우스를 얻었는데, 서울에서 우리가 살던 집 크기의 2배다. 집 내부는 그럭저럭 지어진 연식(1980년대에 지어진 집이라고 한다)에 비하면 깨끗한 편이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것은 뒷동산(?)이었다. 워싱턴에 겨울에 눈이 많이 온다던데, 눈이 내리면 비닐포대 깔고 눈썰매를 즐기기에 딱 적당한 크기였다. (이 동산에 급기야 도착 3일차 아침에는 노루가 찾아와 풀을 뜯어먹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지기도 했다.)

 

남편은 앞서 도착한 회사 동료들의 조언에 따라 도착 당일부터 일정을 빼곡히 잡아놓았다. 아이 학교 등록을 위해 필요한 폐결핵 검사(TB 테스트)를 받기 위한 진료를 위해 애넌데일에 있는 한인 소아과에 오후 4시 예약을 해놓았고, 인터넷 설치 기사 방문을 오후 5시로 잡아놓았다. 나와 아이는 병원을 가고, 남편은 집에서 인터넷 기사를 기다렸다. 

 

소아과 병원은 매우 친절했고, 학교 등록을 위한 서류 작성은 매우 잘 알고 있는 서류 양식이기 때문에 필요한 진료를 신속(?)하게 진행했다. 우리가 오늘 도착했다니까, 도착 당일 소아과 검진을 받으러 오는 경우는 매우 드문데, 다 한국 사람들이라고 ㅎㅎㅎ.

 

병원에서 다녀오니 오후 5시가 좀 넘었는데, 아이는 돌아오는 차 안에서부터 졸기 시작하더니 집에 와서 저녁도 못 먹고 바로 뻗었다. 

 

남편과 나는 인터넷 설치 기사가 와서 설치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며 최대한 늦게 푹 자기 위해 공항에서 사온 술을 홀짝 홀짝 마시기 시작했다. 인터넷 설치가 8시쯤 끝났는데, 그때쯤 시차 부적응과 취기로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다. 인터넷 기사가 돌아가자마자 뻗어잤다. 

 

서울에서 국제운송으로 부친 도착한 짐이 오려면 아직 열흘 정도 남았는데,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