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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역사학자 전우용이 보는 '건국절 논란'

역사학자 전우용 한양대 연구교수와 함께한 '건국절 논란'에 대한 인터뷰. 전 교수는 건국절이 단순히 '친일의 역사'를 지우고자 하는 움직임이 아니라 '대한민국 개조 프로젝트'라고 주장한다. 내년 대선을 염두에 둔 정치적 포석이라는 단기적 해석도 가능하지만, '99% 개돼지'로 불거져 나온 '승자독식 사회 질서'를 더욱 공고히 하려는 장기적인 국가 개조 프로젝트의 성격을 갖고도 있다는 설명이다. 대한민국의 99%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 한다.


"건국절 논란은 철학과 연관된 문제다. 우리 제헌 헌법은 대한민국을 3.1운동을 통해 건국했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 나라가 연합군이 일본을 물리쳐준 덕분에 거져 독립을 얻은 나라가 아니라, 기미 만세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고 그 이래 끊임없이 잃어버린 영토와 인민을 수복하겠다. 주권은 이미 그때 가졌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선열들의 피로 세운 나라다. 이런 선언이었다.


건국절은 이를 부정하는 것이다. 외국이 이를 인정했느냐, 영토와 인민을 가졌느냐, 이런 세세한 걸 따진다. 이를 통해 말하고자하는 건 하나다. 독립운동가들은 실제 독립에 기여한 바가 없다. 독립은 연합군이 일본을 물리쳐줘서 얻은 것이고, 실제로 대한민국을 건국한 이들은 독립운동가가 아니라 일제에 협력하고 미군정에 협력한 사람들이 이 나라를 세웠다고 얘기하고 싶은 거다.


그러니까 지하철 승강장에서 선로로 떨어진 사람을 구하는 사람이 중요한 게 아니고, 지켜보고 있었던 다수가 사실은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역사관과 인간관의 차이다.


20여년전부터 학계 일각에서 끊임없이 얘기되던 것이다. 독립운동하는 사람들이 독립에 기여한 게 뭐가 있냐? 자기가 죽고, 가족들 고생시키고, 주변사람들 괴롭히기만 했지, 실제로 독립에 기여한 게 뭐가 있냐? 실제 독립, 그리고 대한민국 건립에 기여한 이들은 일제에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비협조적으로 하면서 묵묵히 이 나라 산업화에 기여했던 이들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선 이들을 '친일파'라고 비난한다. 한국 근현대사를 너무 독립운동 위주로 쓰고 연구하는데, 이건 잘못 됐다.


부끄러운 과거를 지우고자 하는 게 아니다. 이 사회를 지배하는, 또는 이 국가가 표방하는 가치와 질서를 전면적으로 바꾸고자 하는 것이다.


뉴라이트나, 신자유주의의 핵심 코드가 여기에 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합리적으로 움직일 때 사회가 최선의 균형점을 찾아나가고 역사가 발전한다는 논리다. 자기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이들이 역사의 주인공이고, 그들이 당당할 수 있어야 한다는 역사가 되어야 한다는 선언이다."


인터뷰 바로 듣기


http://www.podbbang.com/ch/6721?e=22049702


http://www.podbbang.com/ch/6721?e=22049704



(왼쪽에서 두번째가 전우용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