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푸틴 "서방, 러시아 석유-가스 끊는데 수년 걸릴 것" 자신감

미 예일대 교수 "푸틴, '기아 정치'로 아프리카·중동 굶기고 유럽 불안정 획책"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이 러시아산 석유와 천연가스 사용을 중단하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출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시간) 러시아 기업인들과 회동에서 "서방의 에너지 자원 거부가 향후 몇년간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이 보도했다.

그의 발언은 유럽연합(EU)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에 대한 제재가 계속 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EU의 제재 입장에도 불구하고 올해 러시아의 석유와 가스 수출이 오히려 증가할 전망이다. 블룸버그 산하 연구소인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올해 러시아의 석유와 가스 매출은 2850억 달러로 전년에 비해 2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이 완화되면서 에너지 수요 회복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EU는 올해 말까지 러시아산 석유 수입의 90%를 줄이기로 합의했으며, 미국은 3월에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금지했다. 그러나 중국과 인도 등은 할인된 가격으로 러시아산 석유를 구입하고 있다. 미국은 인도에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자제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푸틴, 아프리카-중동 굶기고 유럽 불안정 불러 일으키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산 밀 수출을 막고 있는 것이 흑해의 항구 오데사 점령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동유럽 역사 전문가인 티모시 스나이더 미 예일대 교수는 11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러시아는 '기아 계획'(hunger plan)을 갖고 있다"며 "푸틴은 유럽과 다음 전쟁 준비의 일환으로 개발도상국 상당수를 굶길 준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세계 밀 수출의 30%, 해바라기유 수출의 5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상태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세계의 식량 위기를 불러온다는 우려는 일찍부터 나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지역의 농기계 등을 빼앗고 흑해 수출항을 봉쇄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에너지와 마찬가지로 식량 공급을 "무기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우크라이나 농업부는 흑해 봉쇄로 1400만톤의 옥수수, 700톤의 밀, 300만톤의 해바라기씨유가 출하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스나이더 교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산 식량 수출을 계속 막을 경우 "수천만톤의 식량이 창고에서 썩을 것이며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계획이 단순히 우크라이나의 국가 경제력을 약화시키는 것 만이 아니라 식량 부족 사태로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에서 숱한 난민을 발생시켜 유럽을 불안정화 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기아 정치는 전혀 새롭지 않다"며 "스탈린과 히틀러도 우크라이나를 이용해 기아 정치를 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흑해 봉쇄를 풀라는 국제적 압박에 대해 서방이 경제 제재를 먼저 풀면 흑해 봉쇄를 풀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12일 '러시아의 날' 행사에 참석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