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미 총기 난사 생존 11세 학생 의회 증언 "그는 교사 머리를 쐈다"

유밸디 병원 의사 "AR-15 총탄에 아이들 몸 부서지고 살 찢겨져"

"총격범은 선생님께 '잘 자요(Good night)'라고 말하고 머리에 총을 쏘고, 반 친구들과 화이트보드를 쐈어요."

미국 텍사스주 유밸디의 롭 초등학교 총기 참사 생존자인 4학년 미아 세릴로(11세)가 8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에서 증언을 했다. 지난 5월 24일 롭 초등학교에는 18세의 총격범이 침입해 19명의 학생과 2명의 교사를 죽였다.

그는 이날 하원 정부감독개혁위원회의 총기 폭력 청문회에서 방영된 화상 증언에서 또 학교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할까봐 두렵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너는 또 학교 총기 난사가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냐"는 물음에 가라앉은 목소리로 힘겹게 증언을 하던 미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미아가 회상한 당일의 끔찍한 상황은 다음과 같다.  

총격범이 학교로 들어왔을 때 그의 학급은 영화를 보고 있었고, 총격범이 다가오자 교사는 문을 잠그기 위해 움직였는데, 그때 범인과 교사는 눈을 마주쳤다. 교사는 총격이 시작되기 직전 학생들에게 책상과 배낭 뒤에 숨으라고 명령했다. 교실로 난입한 총격범은 교사에게 '잘 자요'라고 말하고 총을 쏜 뒤 학생들에게도 총을 쐈다. 미아는 옆에 있던 친구에게 총을 쏴서 총격범이 다시 교실로 돌아올 것 같아 죽은 친구의 피를 온몸에 발랐다. 그리고 미아는 살해당한 교사의 전화로 911에 구조 요청을 했다. 미아는 전화로 경찰을 교실로 보내달라고 구조대원에게 말했지만, 당일 경찰은 한 시간 이상 교실에 들어오지 않고 복도에서 대기했다. 

▲롭 초등학교 총기 참사 생존 학생 미아 세릴로의 화상 증언. ⓒAP=연합뉴스
 

이날 청문회에선 유밸디 총기 참사 피해자들이 이송된 병원의 소아과 의사 로이 게레로 씨도 증언을 했다. 그는 당시 처참했던 사망 어린이들의 상태에 대해 증언했다.

"자신들을 향해 발사된 총탄에 몸이 분쇄된 두 아이는 살이 너무 찢어져서 그들의 신원을 알 수 있는 유일한 단서는 아직도 그들에게 달라붙어 있는 만화가 그려진 피로 범벅이 된 티셔츠 뿐이었다." 

그는 어깨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이송된 미아의 상태에 대해서도 말했다. 

"미아의 온몸은 떨리고 있었고 어깨 파편 부상으로 피를 흘리고 있었고 흰색 셔츠는 피투성이였다. 난 미아를 평생 알고 지냈다. 그는 아기였을 때 온갖 역경을 무릅쓴 수술에서 살아남았다. 그리고 또 미아는 여기 있다."

그는 "아이들을 질병으로부터 지켜주는 것은 내가 할 수 있지만 총으로부터 지키는 것은 정치인과 지도자들이 해야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미아의 아버지 미겔 세릴로 씨도 청문회에서 "총격이 내 딸을 변화시켰다"고 눈물을 흘리며 증언했다.

그는 "함께 놀고, 어울리고, 모든 것을 하던 그 어린 소녀가 더이상 아니다"라고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미아의 상태에 대해 밝히면서 "뭔가 정말로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총기 규제안 마련을 주문했다.  

▲미아의 아버지 미겔 세릴로 씨는 이날 청문회에 직접 참석해 증언했다. ⓒAP=연합뉴스

11살인 딸 알렉산드리아 "렉시" 루비오를 이날 참사에서 잃은 킴벌리 루비오도 이날 화상 증언에서 사건 당일 롭 초등학교까지 1마일(1.6km)을 맨발로 달렸다고 밝혔다. 루비오 씨는 이 학교에 아들과 딸이 모두 다녔는데 다행히 아들은 살아 남았다. 그는 이날 오전에 딸이 상을 받는 것을 학교에서 보고 하교 후 아이스크림을 사주기로 약속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이 순간이 가장 후회된다고 말했다. 루비오 씨는 엄격한 신원조회와 공격용 소총과 대용량 탄창을 금지해야 하며 이런 무기를 살 수 있는 연령을 18세에서 21세로 올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우리는 총기보다 아이들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진전을 요청한다. 우리는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기 전에 신속하게 행동해야 한다.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유밸디의 현실이 자신의 것이 될 줄도 모르면서 '그들의 고통은 상상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이 증언을 듣고 있는 엄마들이 있다." 

롭 초등학교 총기 참사 열흘 전에 일어난 뉴욕주 버팔로 총기 참사에서 총상을 입은 20세 아들은 둔 제네터 에버하트 씨도 이날 증언했다. 그는 "아들 목 오른쪽에 구멍이 하나 있고, 등에 둘, 왼발에도 하나가 있다"며 "당신 자녀 중의 한명이 똑같은 일을 겪는다고 생각해보라"며 의원들에게 총기 규제를 촉구했다. 지난 5월 14일 버팔로주의 한 슈퍼마켓에서도 18세의 총격범이 총기를 난사해 10명이 사망했다. 

공화당 의원들, 총기 규제 반대 맞불 기자회견 

이같은 대량 살상 총기 난사 사건이 이어지자 미국 의회는 총기 규제 법안 논의를 진행 중이다. 하원을 통과한 총기규제 법안 2건이 상원에 계류 중이지만, 민주당 의원 50명만이 아니라 총기 규제 반대 입장인 공화당에서 10명 이상의 의원이 법 통과를 찬성해야 한다. 상원(100석)에서는 소수당이 법안 통과를 방해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제도가 있기 때문에 사실상 60명 이상의 의원이 찬성해야 법안 통과가 가능하다. 

한편, 공화당의 '수정헌법 2조 코커스' 소속 의원들은 이날 의회에서 민주당이 주도하는 총기 규제 논의에 대해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공화당 폴 고사, 토머스 매시, 앤드류 클라이드, 메리 밀러, 로렌 보버트 하원의원 등이 참석했다. 

▲연이은 총기 참사에도 불구하고 총기 규제를 강화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공화당 의원들.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