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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트럼프, 포틀랜드 밟고 대선 향해 전진?

[2020 美 대선 읽기] 트럼프 "바이든 대통령 되면 미 전역이 포틀랜드 된다" 주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월 31일(현지시각) 트위터를 통해 "현지 경찰이 무정부주의자와 선동가들에 대한 대응을 완료할 때까지 국토안보부 요원들은 포틀랜드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무장한 연방요원들의 강경 진압...유엔도 "부당한 공권력 남용" 비판 성명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7월 4일 인종차별 항의시위 등을 이유로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연방요원을 투입해 시위를 무력 진압해왔다. 지난 5월말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 폭력에 의해 사망하는 사건을 계기로 인종차별 항의시위가 미 전역으로 확산되자 트럼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은 시위대로부터 연방정부 건물 및 동상들을 보호하겠다며 연방기관에 인력 파견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트럼프는 이를 근거로 인구 60만 명이 불과한 소도시인 포틀랜드에 무려 2000명이나 되는 국토안보부(DHS) 소속 국경수비대 요원들을 파견했다. 군 위장복을 입고 헤드기어와 곤봉으로 무장한 연방요원들은 시위대에 최루탄, 고무탄, 섬광탄을 쏘고 마구 연행을 했다. 이들의 폭력적인 진압 방식에 분노한 지역 주민들이 시위대를 보호하기 위해 '더 월 오브 맘스(The Wall of Moms, 엄마 장벽)', '돈트 슛 포틀랜드(Don't shoot Portland, 포틀랜드를 쏘지 마라)' 등 자구 조직을 만들기도 했다. 연방요원 투입에 반대해 시위에 참석했던 테드 휠러 포틀랜드 시장이 최루탄 피해를 입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연방요원 투입으로 오히려 폭력과 긴장감이 증가하면서 트럼프 행정부에 연방요원 철수를 요구하는 정치적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포틀랜드 시의회는 7월 22일 "포틀랜드 경찰과 연방 법집행 요원이 협력을 전면 중단한다"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또 7월 27일 워싱턴 DC, 포틀랜드, 시카고, 시애틀, 앨버커키, 캔자스 등 6개 도시 시장들은 연방의회 상.하원 지도부를 상대로 불법적인 연방요원 투입에 반대하는 법안 통과를 요구하는 공동 서한을 보냈다. 이들 6개 도시는 모두 민주당 출신이 시장으로 있으며, 트럼프가 연방요원 투입 가능성을 언급했던 도시들이다.

미국 국내에서만 반대 목소리가 나온 것이 아니다.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OHCHR)은 지난 7월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 도시들에서 일어나는 평화적인 시위는 참가자들과 기자들이 공권력의 부당한 남용과 인권침해를 겪으며 임의로 체포되거나 구금될 우려를 하지 않고 계속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의 대응은 유엔의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을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규약에 따르면 각국 정부는 평화로운 시위를 보장해야 하고, 폭력적 시위 진압은 최소화해야 한다. 

트럼프, 장관과 주지사 합의 뒤집고 "연방요원 잔류" 고집 

국내외적인 비판과 반발이 일자 채드 울프 국토안보부 장관 대행과 케이트 브라운 오리건주지사는 7월 29일 연방요원의 단계적 철수에 합의했다. 다만 울프 장관 대행은 "주·지방 법집행 당국은 지난 두 달 동안 야간 공격을 받은 연방정부 재산과 길거리를 보호할 것"이라며 당장 연방요원들이 모두 철수하는 것은 아니라고 단서를 달았다.

하지만 장관과 주지사가 연방요원 철수 합의를 발표한 날에도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연방정부와 뛰어난 법집행 기관이 포틀랜드에 가지 않았다면 지금 포틀랜드는 불타서 없어졌을 것"이라고 고집을 부렸다. 이어 31일에는 연방요원들의 포틀랜드 잔류를 선언하고 나섰다. 

트럼프, 플로리다 가서 바이든-포틀랜드 싸잡아 비판 

트럼프는 포틀랜드에 연방요원을 투입한 것이 결국 오는 11월에 있을 대선 전략 차원임을 고백했다. 그는 31일 후원금 모금 행사 참석을 위해 플로리다를 방문해 이렇게 주장했다.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혼란과 유혈사태가 미국의 모든 커뮤니티로 확산될 것이다. 미국 전역이 포틀랜드가 될 것이다. 안전, 안보, 평화, 정의, 미국인의 생활방식을 지켜줄 사람도 없을 것이다."

이처럼 트럼프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다수이며 민주당 시장이 있는 포틀랜드를 희생양 삼아 대선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구도를 연출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연방요원들을 투입해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정치적 긴장감을 높이고 자신을 ‘법과 질서’(+성경)의 수호자로 이미지화 하겠다는 전략이다. 비약과 과장이 있지만, 정치 전략 차원에서만 보면 1980년 한국에서 광주를 희생양 삼아 신군부가 권력을 잡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적 반대자들이 다수인 중소도시 한 곳을 집중적으로 타격해 불안과 공포를 조장해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극대화한다. 실제로는 시민들의 안전을 (광주의 경우 생명까지) 앗아가고 인권을 침해하는 불법을 저지르고 있지만 정치적 권력을 이용해 마치 자신이 '법과 질서'의 수호자로 포장한다. 트럼프는 이런 무리수의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자신에 대한 지지가 상대적으로 높은 플로리다에 가서 바이든과 포틀랜드를 싸잡아 비판하는 발언을 했다. 플로리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 '리틀 트럼프'를 연상시킬 정도로 트럼프와 똑같은 대응을 한 론 드샌티스 주지사를 포함해 공화당 지지가 우세한 경합주(스윙 스테이트)로 분류된다. 

분명한 것은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정치인을 민주주의적 정치인이라고 할 수 없다는 점이다. 휠러 포틀랜드 시장은 지난 27일 "법을 어기고 있을 뿐 아니라 시민들의 삶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지적했다. 

▲포틀랜드에서 군인처럼 중무장한 연방요원들이 피를 흘리는 여성 시위 참가자를 연행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080211095289201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