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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바이든에 15% 뒤진 트럼프, '어둠의 정치' 본격화?

[2020 美 대선 읽기] 트럼프, 선거캠프 본부장 전격 교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대선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을 전격 경질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이 민주당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15%포인트 차이로 뒤지고 있다는 여론조사가 발표됐다.

트럼프는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갈수록 악화되면서 바이든과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2020년 대선이 치러지는 11월 3일 전에 코로나19 사태가 획기적으로 반전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트럼프가 유일하게 기대하던 빠른 경제회복도 요원한 일이 됐다. 2016년 대선 때부터 이미 '적'으로 규정한 주류언론들은 연일 트럼프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실패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이전에는 '가짜 뉴스'라는 '반격'이 잘 먹혀들었지만, 자신의 열성적인 지지자들이 모여 있는 선벨트(플로리다, 텍사스, 애리조나)에서도 6월 이후 코로나19가 폭증하면서 의심이 늘어가고 있다.

누가 봐도 정공법으로는 판세를 뒤집기 어렵게 됐다. 바로 이 시점에 트럼프는 선대본부장을 전격 교체했다.

신임 본부장의 취임 일성 "여론조사 믿지 말라"

트럼프는 15일 밤 페이스북을 통해 "브래드 파스케일 재선 캠프 선대본부장을 디지털 전략 담당 고문으로, 빌 스테피언 부본부장을 새 선대본부장으로 임명한다"고 밝혔다.

웹사이트 기획자 출신인 파스케일은 2016년 대선 승리로 하루 아침에 '디지털 구루(전문가)'로 평가 받았던 인사다. 그는 특히 온라인 공간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악마화'하는데 성공하면서 트럼프가 '최선'은 아니지만 '차악'인 후보로 인지되는데 크게 기여했다. 트럼프는 2018년 초 재선 캠프를 꾸리면서 파스케일을 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하지만 지난 4월부터 코로나 사태로 트럼프의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트럼프의 파스케일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4월말 트럼프가 여론조사와 관련해 파스케일에게 고성을 질렀고, 고소하겠다고 위협까지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두 사람 모두 이 보도를 부인하면서 상황이 무마됐지만, 평소 트럼프의 성정을 감안할 때 충분히 일어났을 법한 일이었다.

파스케일의 강등은 지난 6월 20일에 있었던 트럼프의 털사 현장 유세 실패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트럼프는 오클라호마 털사에서 '화려한 현장 유세 부활'을 통해 자신의 세를 과시하기를 갈망했지만, "10만 명이 참가 신청을 했다"는 파스케일의 호언장담과 달리 실제 유세 참가자는 6000여 명에 그쳤다.

이 일로 파스케일은 더 이상 캠프를 총괄하기 힘든 상태가 됐고, 트럼프는 자신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를 통해 파스케일에게 물러나라고 통보했다는 후문이다.

파스케일 자리를 꿰찬 빌 스테피언은 2004년 조지 W 부시 재선, 2008년 존 매케인 대선 등 대선 캠프 경험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의 참모 출신으로 크리스티 측은 스테피언에 대해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정치 공작원"이라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크리스티 주지사가 자신의 재선을 지지하지 않는 민주당 소속 시장을 골탕 먹이려고 일부러 뉴욕시와 뉴저지주를 연결하는 조지워싱턴 다리 일부를 폐쇄해 교통체증을 유발했다는 '브리지 게이트'가 스테피언이 공작한 일이다.

스테피언은 쿠슈너가 영입해 트럼프 대선에 개입하게 됐다고 한다. 사람을 절대 못 믿는 것으로 유명한 트럼프는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점점 '가족'인 쿠슈너에게 의지하게 됐으며, 그러다보니 그의 영향력도 커졌다고 한다.

스테피언은 트럼프가 페이스북을 통해 발탁 사실을 밝힌 뒤 얼마 되지 않아 선거 캠프 관계자들을 상대로 언론에서 보도하는 바이든이 앞서 나가고 있다는 뉴스를 모두 무시하고, 트럼프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투표소로 나갈 수 있도록 설득하는 것이 집중하라고 "매우 고무적이고 감동적인 연설을 했다"는 후문이다. 스테피언은 2016년 힐러리 클린턴이 당선될 것이라고 했던 그 언론의 여론조사들이 2020년 같은 꼼수를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폭스뉴스>가 보도했다.

진짜 '선수'는 장외에서 뛴다?

공식적인 대선 캠프의 본부장 교체와 맞물린 변화는 바로 '비선 조직'이 본격적인 가동이다. 트럼프는 '위헌' 논란까지 감수하며 최근 자신의 '40년 지기'이자 비선 참모인 로저 스톤을 사실상 사면해줬다. 스톤은 1968년 리처드 닉슨의 대선 때부터 일해온 '공작 정치의 달인'이다. 그는 40개월 실형 뿐 아니라 2만 달러 벌금까지도 깨끗이 면해준 트럼프의 '파격 사면' 다음 날 언론과 인터뷰에서 "내 후보를 위해 법을 어기는 일을 빼고는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스톤은 실제로 법을 어기는 일까지 감수해온 전략가이기 때문에 그의 이 말은 "트럼프 재선을 위해 위법까지도 감수하겠다"는 선언인 듯 하다. 스톤은 선거운동원 충원을 조언했고, 주요 경합주 캠프에 운동원을 보충해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투표를 독려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 선거캠프 책임자를 '기술자'인 파스케일에서 '모사군'인 스테피언으로 바뀐 것도 이런 '장외 선수'들과의 호흡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비록 이날 발표된 전국 여론조사(퀴니피액대 조사) 결과 트럼프는 37%, 바이든은 52%로 15%의 지지율 격차를 보였지만, 트럼프와 그의 '비선 참모'들은 본격적인 선거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2016년 대선에서도 트럼프는 단순 득표율은 3%나 뒤졌지만, 선거인단 투표에서 일부 경합주(스윙 스테이트)에서 이기면서 최종 승자가 될 수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 ⓒ AFP=연합뉴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071709330143776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