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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람, 여자, 남자, 카메라, TV'...트럼프 인지력 테스트 패러디 봇물

[2020 美 대선 읽기] 74세 트럼프 vs. 77세 바이든...TV토론이 핵심 변수로 떠올라

74세 현직 대통령과 77세 도전자의 대결이라서 2020년 미국 대선에서 '나이'는 어느 누구에게도 유리한 이슈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100일(11월 3일 선거일)을 앞두고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인지 능력'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은 22일(현지시간) 오후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자신이 통과한 인지능력 시험에 대해 자세히 밝히면서 "결과는 확실하며 내게는 미국을 이끌 지력이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주장했다.

"첫 번째 문제는 매우 쉽다. 마지막 문제는 훨씬 더 어렵다. 마치 기억력 테스트처럼. 이렇게 진행된다. '사람, 여자, 남자, 카메라, TV' 라고 말해준 다음에 그들은, '(들은 내용을) 다시 한번 말해주세요'고 한다. 그래서 '사람, 여자, 남자, 카메라 TV'라고 반복했다. 그리고 10분 뒤, 15분 뒤, 20분 뒤 '첫번째 질문이 생각나세요. 다시 한번 말해주세요'라고 묻는다. 그래서 '사람, 여자, 남자, 카메라, TV.'라고 대답했더니 그들이 '놀랍다. 당신은 어떻게 한 거죠?'라고 감탄하더라." (트럼프 인터뷰 발언)

트럼프는 자신이 이 시험을 통과한 것에 대해 "기억력이 좋으니까, 인지능력이 쇠약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하면서 바이든도 이같은 검사를 받고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 나라의 수장을 맡으려면 체력과 지력이 필요하다"며 "두뇌가 명석해야 한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도,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터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도 현명하다"고 말했다.

이런 트럼프의 주장은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에서 수많은 패러디를 낳고 있다. 배우 윌 아넷은 트위터를 통해 "나는 모든 '사람, 여자 남자, 카메라, TV'를 위한 무상 의료 보험을 믿는다"고 밝혔다. 

CNN 기고자인 키쓰 보이킨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버락 오바마는 두 개의 아이비리그 졸업장과 '하버드 로 리뷰' 편집장, 헌법학 교수, 베스트셀러 작가, 미 상원의원을 해야만 했다. 트럼프는 5개 단어를 순서대로 기억해야만 했다"고 비꼬았다. 

<폭스뉴스>가 지난 19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바이든이 "효과적으로 대통령직을 수행하기 위한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39%에 달했다. 트럼프가 '대통령직을 수행하기 위한 정신 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평가를 내린 응답자는 51%로 바이든보다 더 높았다. 

역대 최고령 후보들의 격돌...TV토론이 인지력 시험장 될 듯 

이처럼 자신에게 크게 유리할 것이 없는 '나이'와 '인지력(정신건강)' 문제를 트럼프가 바이든에 대한 공격 지점으로 삼은 것은 스스로 자신이 있다는 의미다. 트럼프는 자신은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이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검증된 반면 바이든은 검증 받지 않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민주당 쪽 여론조사 전문가인 피터 하트는 23일 <USA 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자신이 직접 의견을 청취한 유권자들 중 상당수가 바이든의 정신 건강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트럼프에 대한 유권자들의 평가가 이미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가 끝나지 않은 이유는 본질적으로 유권자들이 바이든이 나이와 관련된 예민한 시험을 통과했다고 생각해야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쪽 정치분석가 존 브레이벤더도 미국 역사상 가장 나이 많은 두 후보가 경쟁하는 이번 대선에서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의 '인지력'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이들이 TV토론에서 이에 대한 답을 찾을 것"이라며 "바이든은 질문에 대한 정확한 답변 뿐 아니라 트럼프의 가혹한 공격에 맞설 수 있을지도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70대 중후반의 고령 후보들이 맞붙은 이번 대선에서 TV토론은 여느 때보다 선거에 미치는 영향을 클 수 있다고 <USA 투데이>는 지적했다. 이 언론은 "바이든 입장에서 힘과 날카로움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는 전국적으로 방송되는 TV토론에서 생길 것"이라면서 "반대로 실수가 확대되는 순간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선후보 TV토론은 오는 9월 29일, 10월 15일, 10월 22일 세차례 예정돼 있다. 

▲70대 중후반의 고령 후보자들이 맞붙는 2020년 미국 대선에서 TV토론이 아직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됐다. ⓒUSA 투데이 화면 갈무리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072405432381811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