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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박근혜는 자폐 상태, 총선 못 받아들여"

[인터뷰]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 ①

 

꼭 1년 만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연산군, 대통령 하기 싫다"는 파격적인 심리 분석으로 화제를 모았던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을 다시 만났다. '선거의 여왕'이라던 박근혜 대통령이 처참하게 깨진 4.13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또 이런 충격적인 결과를 박 대통령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국정 운영을 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는지 궁금해서다.  


"박근혜에 대한 지지는 '박근혜 정치력'에 대한 지지가 아니었다. 기득권층의 박근혜 옹립 과정이 있었고, 민심에서는 어릴 적부터 박근혜를 봐왔던 심리적 유착관계가 있었다. 하지만 이 애잔함이 가진 위력은 단 한 번, '영애'가 대통령이 될 때까지였다. 지지가 두 번, 세 번 이어지려면 '영애' 박근혜는 정치력을 보여줬어야 했다...박근혜의 정치력은 허구적이며, 국민적 지지 또한 허구적이다...한번 붕괴하기 시작하면, 굉장히 빨리 무너질 것이다."  


김태형 소장이 분석한 4.13 총선에서 '선거의 여왕'이 힘을 발휘하기 못한 까닭이다. 그렇다면 박 대통령은 이런 민심을 받아들여 구시대적, 권위적인 국정 운영 방식에 변화를 줄 것인가? 


"박 대통령은 두려움이 많고 불안감이 크다. 이런 유형은 세상을 향해 방어막을 치고 산다...아마도 4.13 총선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자신의 권력에 더 집착하게 된다. 박 대통령은 오히려 무리수를 두는 방향에서라도, 장기 집권이나 후기 구도에 집착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 이런 박 대통령은 계속 수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김 소장은 "집권세력과 지지층이 박근혜를 버리는 정도는 과거 박정희, 전두환 등 여권의 지도자를 배신한 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득권층 내에서 '박근혜 제거 프로젝트'는 이미 시작됐다는 것이다. "어버이연합과 전경련 커넥션은 시작일 뿐"이며 앞으로 여권 내부의 자중지란으로 인한 어지러운 정국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2일 진행한 인터뷰를 두 편에 나눠 게재한다.  


 

 

                           (사진 : 프레시안 최형락 기자)
 

4월 13일, 애인과 헤어지다  


프레시안 : 4.13 총선이 '새누리당 완승, 개헌 가능한 의석수 차지'와 같은 기존의 예측을 빗나갔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은 원내 제2당이 됐고, 여소야대 국면이 마련됐다. 선거 전, 이런 결과를 예상했나?  


김태형 : 새누리당이 아닌, 야당 쪽으로 표가 많이 갈 것을 예상했다. 야권 후보 단일화가 안 돼서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로 다수당이 될지언정, 정당 득표율은 야당이 우세할 것으로 내다봤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4월 13일 치러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새누리당은 33.50%, 더불어민주당은 25.54%, 국민의당은 26.74%, 정의당은 7.23%의 정당 득표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현명했다.(웃음) 개인적으로는 국회의원 당선 가능성이 높은 사람에게 표를 주고, 집단적으로는 집권여당을 견제할 수 있도록 야권에 힘을 줬다. 그 결과 새누리당이 원내 1당에서 2당으로 떨어졌다. 놀라운 일 아닌가. 그런 점에서 예측의 일부는 빗나갔고, 일부는 맞았다.  

프레시안 :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한 민심, 어떻게 봐야 할까.

김태형 : 1년 전 인터뷰에서 '현재 집권세력은 시대착오적인 유신 잔당들'이라고 했다. '시대착오적'이라는 말은 시대가 흘러가면서 점점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근혜 정권 4년 차인 현재 가시화되고 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새 시대를 감당할 수 없는 정치세력이라는 점이 분명해졌다.  

새누리당 입장에서 보면, 통치 역량의 부재가 그대로 드러난 선거였다. 새누리당이 정국을 주도하거나 국민을 통치하는 데 썼던 수법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공안정국 조성과 종북 몰이, 두 번째는 거짓말과 사기. 새누리당은 국민과 시대를 대변할 수 있는 이데올로기가 없기 때문에 두 가지로 버텨왔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의 집단 탈북'과 '북한 정찰총국 출신 대좌 망명'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외신도 '4.13 총선에서 북풍(北風)의 영향력이 없었다'며 놀라워했다. 앞으로 집권세력의 종북 몰이는 점점 더 통하지 않을 것이다.(미국의 <워싱턴 포스트>는 한국의 이번 총선에서 북풍은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 반면, 경제가 표심을 좌우했다고 분석했다.)      


선거 막판, 새누리당은 엎드려 절하며 '잘하겠다'고 반성했지만 국민들은 속지 않았다. 거짓말인 게 너무 뻔하니까. 새누리당의 한계가 드러난 셈이다. 새누리당은 이 시대를 무엇으로 헤쳐나갈 것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선거 패배에 대한 내부 수습책도 없지 않나. 있을 수가 없다.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고통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한계치에 다다랐다. 사람이 상처를 입고 고통을 느끼더라도 처음에는 버틴다. 하지만, 어느 정도 한계에 이르면 표출한다. 참고 참았던, 누적된 고통이 이번 선거를 통해 '더 이상은 못 참겠다'라는 민심으로 폭발한 것이다. 

사실 애인과 헤어질 때도 한 번에 이별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웃음) 여러 번에 걸쳐 불신이 쌓이고, 믿었다가 또 배신당하기를 반복하면 분노에 이른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이젠 안 되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민심이 그 상태다.  


'선거의 여왕', 그 힘을 다하다  

프레시안 : 지난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의지가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또 정권은 잡았지만 집권 의지가 없어 정국 운영에 손을 놓고 있다고 했다. 기존 생각과 너무 달라서 반응이 컸는데…. 김태형 소장의 말대로,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 의지는 없었을지 모르지만 권력 유지에는 강한 의욕을 보였다. 그리고 선거를 통해 권력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사실상 전패했다. 이유 무엇일까? 


김태형 : '박근혜'에 대한 지지는 '박근혜 정치력'에 대한 지지 아니었다. 국민들이 '박근혜'에게 표를 주며 도왔던 것은 뛰어난 정치가여서가 아니다. 일단 기득권층의 박근혜 옹립 과정이 있었고, 민심에서는 어릴 적부터 박근혜를 봐왔던 심리적 유착관계가 있었다. 애잔함, 또는 불쌍하다는 정서가 밑바탕이 된 '영애(令愛) 박근혜가 한 번은 대통령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하지만 이 애잔함이 가진 위력은 단 한 번, 영애가 대통령이 될 때까지였다.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도 그래서 생긴 것이다.  


하지만, 지지가 두 번 세 번 이어지려면 영애 박근혜는 정치력을 보여줬어야 했다. 그래야 '한 번 도와주고 끝낼 게 아니구나. 박근혜, 괜찮은 사람이네. 더 도와줘야겠다'라는 마음이 생길 텐데, 대통령이 된 이후 그의 모습은 후회스러웠다. '그저 불쌍하다 생각에 지지했는데, 내 생각이 틀렸구나'라는 내면의 반성마저 불러왔다. '선거의 여왕'은 그래서 끝난 것이다. 


박근혜 지지자들도 할 수 있는 한 다 해줬다고 생각할 것이다. '대통령 될 때까지 지지해줬으면 심리적으로 빚진 것 없지 않나. 이제는 그만 내려와라'라는 심리로, 유착 관계가 끝난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보수 유권자 다수가 기권한 것은 이런 의미다. '선거의 여왕'을 더 이상 도와주지 않겠다는 뜻이다.  

박근혜의 정치력은 굉장히 허구적이다. 국민적 지지 또한 허구적이다. 이성적인 판단에 근거한 지지라기보다는 심리적 유착관계에 의한 일시적인 지지였기 때문에 한 번 붕괴하기 시작하면, 굉장히 빨리 무너질 것이다.  

프레시안 : 4.13 총선을 기점으로 붕괴되고 있다고 보는 건가. 

김태형 : 그렇다.  


▲ 새누리당 지도부가 4.13 총선 출구조사 결과를 확인한 후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선거 전만 해도 '박근혜 지지율'은 무너지지 않는 '콘크리트 지지율'이라고 했다. 그런데 오늘(22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졌다. 전통적인 지지층 중 상당수가 '선거'라는 시점에 맞춰 '더 이상 지지하지 않겠다'고 판단했다는 사실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 조금 신기하다.  

김태형 : 평상시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과 다시 국가를 맡기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이때는 정말 신중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유권자들이 이번에도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했다면, 국민적 심리가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웃음) 4.13 총선 전에는 이해 가능한 수준이었지만, 집권 3년 동안 이어진 실정(失政)에도 불구하고 또 새누리당에게 국가를 맡겼다면 이해 불가능이다. 나라의 존립이 위험하다고 본다. 다행히도 민심은 늘 납득할 정도만 움직인다. 


'떨고 있는' 박근혜, 자기 세계에 갇히다 

프레시안 : 수구보수 세력의 옹립으로 대통령에 오른 박근혜, 그는 선거에서 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어떤 마음일까? 

김태형 : 조금 과장하면, 일종의 자폐 상태가 아닐까? 박근혜 대통령은 두려움이 많고 불안감이 크다. 이런 유형은 세상을 향해 방어막을 치고 산다. 그래서 갈수록 시야가 좁아진다. 바깥세상은 위험한 곳이고, 방어막을 친 안쪽만 안전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서 자기 세계에만 빠지는 자폐 성향을 보일 수 있다. 인식도 당연히 왜곡된다. 

심리학에서 인간의 인식이 왜곡되는 것은 사실 지적인 문제가 아니다. 심리적인 문제다. 망상(妄想)은 지적 수준이 낮은 사람에게만 생기지 않는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피해망상에 사로잡히는 것 아닌가. 자폐 성향이라는 것도 지적 수준보다는 정신 건강과 관련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신 건강이 좋지 않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폐쇄성을 띈다. 자기 안에 갇힌 사고, 즉 우물 안 사고를 하는 셈이다.  

아마도 4.13 총선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자신에게 불리한 결과나 비판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정신 건강이 좋다는 의미다. '나에게 불리한 결과를 인정해도 나는 무너지지 않는다. 나는 버틸 수 있다. 나를 바꿔서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다'라는 자신감이 있어야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정신 건강상 '난 붕괴될 것 같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무너질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들면, 못 받아들인다.  

일반적으로 비판 수용을 잘하는 사람은 내면이 센 사람이다. 하지만, 받아들이는 못하는 사람은 내면이 약한 사람이다. 비판을 받아들이면 스스로 무너질까, 두려워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연히 후자다. 선거 결과를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자아가 약한, 마음에 기둥이나 힘이 전혀 없는, 두려움으로 가득 찬 사람이다. 앞으로 점점 더 인식이 왜곡될 가능성도 없지 않아 있다.  

프레시안 : 선거 결과 권력이 의회로 넘어갔지만, 대통령의 임기가 1년 반이나 남은 상황에서 염려되는 게 있다. 국민은 이번 선거를 통해 '국정운영의 방향을 바꿔달라'고 주문했다. 정상적인 대통령이라면, 더군다나 단임제이기 때문에 자신의 남은 임기를 국민의 마음을 달래는 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소속 정당이 다음 대선을 도모할 수 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그럴 마음이 없어 보인다.  


김태형 : 전혀 없다. 박근혜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세상을 무서워하는 사람이다. 오히려 4.13 총선 이후 겁이 더 많아졌을 것이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이번 총선에서 의석을 많이 확보해서 중임제나 의원내각제 등 개헌을 노렸을 것이다. 왜냐하면? 무서우니까. 그런데 실패했다.  


이 경우 합리적인 사고를 한다면, 표심을 파악해 국정운영의 방향을 바꿀 것이다. 최소한 흉내를 내서라도 대통령 임기 말까지 국정을 안전하게 운영해야 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반대다. '앗, 이것 봐라? 존위를 보장하기 위해 시나리오를 세워놨는데, 이대로는 너무 위험하다'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면 자신의 권력에 더 집착하게 된다. 박 대통령은 오히려 무리수를 두는 방향에서라도, 장기 집권이나 후기 구도에 집착할 가능성이 높다. 

단, 새누리당 내 지지가 없을 가능성이 있다. 박 대통령의 정치력이라는 것, 사실 실체가 없지 않나. '선거의 여왕'의 유일한 이용가치는 득표력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득표력이 없다는 사실이 판명 났다. 이용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에 주변에서 박 대통령과 거리를 둘 것이다. 


집권세력과 지지층이 '박근혜'를 버리는 정도는 과거 박정희·전두환 등 여권의 지도자를 배신한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하이에나 떼가 엄청난 속도로 달려들어 물어뜯을 것이다. 그리고 박 대통령은 독자적인 지도력이 없기 때문에 민심 이반을 너머 여권 내부의 반란이 제어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권력 누수가 박 대통령의 무리수와 충돌하면, 내부에서 직접 '박근혜 제거'를 생각할 수도 있다. 


프레시안 : 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한다거나 하는 방법으로? 

김태형 : 그렇다. 또는 권력을 완전히 무력화시킬 수도 있다. 전혀 도움이 안 되니까. 선거 후유증을 겨우 잊고 나름 잘 진행되고 있는데, 박 대통령이 또 빨간 옷 입고 등장해 망칠 수도 있으니까.(웃음) 상황이 아주 이상하게 돌아갈 것이다. 흐름상 예측이 그렇다.


▲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 박근혜, '기승전-패션'으로 기억될 것인가. ⓒ프레시안


 

'박근혜 대통령 당선', 舊 세력 마지막 작품 


프레시안 : 새누리당의 대권 잠룡들, 오세훈-김문수-김무성 등이 이번 선거에서 무너졌다. '새누리당이 자생력을 잃었다'는 표현까지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다음 대선주자로 누군가를 세우고 싶어도 인물이 없는 곤란한 처지다.  

김태형 : 그게 바로 '집권여당이 시대착오적 세력'이라고 말한 이유다. 그나마 대선 이후 '박근혜의 득표력'으로 보궐선거 한 번 더 한 것 아닌가. 그런데 이 특수가 사라졌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멘붕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외부에서 수혈해야 하는데, 곤란해졌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김대중 동행 보고' 건으로 위치가 불안정해졌다. 견제 세력이 조금만 흔들면, '반기문 바람'이 쉬 꺼질 수 있다. 새누리당은 안철수 대표 영입도 고려했을 텐데, 호남에서 '가지마'라며 국민의당 발목을 잡았다.  

그렇다면, 아주 참신한 인사를 영입해야 하는데 지금 어떤 사람이 초상집에 가겠나. 대권을 준다고 해도. 굉장히 곤란한 상황에 처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울산 북구 윤종오 당선인 선거사무소를 압수수색한 것처럼 박 대통령이 무리한 행동을 할까 봐 걱정된다. 눈에 뻔히 보이는 정치 탄압과 정치 공작, 앞으로 더 심하게 일어날 수도 있다. 

민심 이반과 권력 누수, 그리고 반란이 이미 시작됐다. 언론에서 계속 흘러나온다. '어버이연합'과 '전경련'의 커넥션은 시작일 뿐이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이 밝혀지면 분위기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 


프레시안 : 설마, 임기도 못 채우는 것은 아닌지. 


김태형 : 그건 예측 불가다. 박근혜 대통령 본인이 현명한 방향으로(4.13 총선 결과대로) 움직이지 않으리라는 것은 확실하다. 누가 코치를 해도 받아들일 수 있는 심리 상태가 아닐 것이다.  

프레시안 : 박근혜 정부 1기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 올드 세력이 보좌했다. 이들은 '정치 공작의 달인'이기 때문에 시나리오대로 비교적 잘 진행해 왔다. 사태를 수습하려 하지 않을까? 

김태형 : '정치 공작의 달인'은 맞는데, '어버이연합'이나 '서북청년단'과 같은 시민단체를 만들어 친정부 집회를 하고 국정원을 통해 민간인을 사찰하고 댓글을 조작하는 것은 유신시대 방식이다. 구시대적이고, 시대착오적이다. 2016년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통용되는 방식이 아니다. 좀 더 세련된 방식이라면 모를까, 유신시대 방식의 정치 공작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이 끝이다. 그들이 나선다고 해도 현 사태를 수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비겁해진' 야당, 새누리당 적수 될까?  

프레시안 : 이번 총선 결과를 긍정적으로 보면, 국민이 '박근혜'라는 구(舊) 정치 세력을 심판한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원내 1·2·3당의 정치적 색깔이 보수화되면서 진보정당의 몫은 더 줄어들었다. '민심이 정확하게 반영된 것일까?'라는 의문이 생긴다. 그리고 더민주나 국민의당이 기존 야당의 위치보다 더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국민에게 또 어떤 실망감을 줄지, 앞으로 민생을 얼마나 힘들게 할지 등 걱정이다. 선거 후 나타난 이런 흐름을 어떻게 보고 있나. 

김태형 : 야당에 대한 불만도 집중적으로 표출된 선거였다. 사실 더민주가 좋아서 표를 준 유권자는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새누리당이 미워서 더민주를 찍은 것이다. 호남이 이런 정서를 집중적으로 드러냈다. 일반적으로는 '더민주, 너희들은 야당이 아니다'라고 지적한 것이고, 진보적인 유권자들은 '더민주, 너희는 새누리당 2중대 아니냐?'라며 정체성을 따져 물은 것이다.  

특히 지난해 세월호 특별법 협상 당시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였던 박영선 의원이 선거 전, '더민주(구 새정치민주연합)가 다수당이 아니라서 새누리당과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며 '(더민주를) 찍어 달라'고 했다. 선거가 끝난 지금, 더민주는 새누리당을 제치고 원내 1당이 됐으며, 여소야대 국회가 됐다.(제20대 국회의원 의석수 현황은 더민주 123석, 새누리당 122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 11석이다.) 


그런데 세월호 문제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 같다.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 16일 팽목항을 찾아 세월호 유가족을 만나고 자신의 트위터에 "이제야말로 세월호특별법 개정하고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글쎄…. 유권자들은 이런 모습을 보면, 또 '너희도 (새누리당과) 똑같다'라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비례대표 정당 득표율만 놓고 보면, 더민주(25.5%)가 국민의당(26.7%)에게 졌다. 더민주에 대한 지지가 높지 않다는 뜻이다.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일인가. 전국적으로 두 당의 득표율은 큰 차이가 나지만(더민주 34.93%, 국민의당 6.85%), 정당 득표율은 국민의당이 높다. 국민이 더민주에 대해 엄중한 심판을 내린 것이다. 그런데 과연 정신을 차릴까?  

2017년에 있는 대통령 선거를 낙관하기는 어렵다. 야당의 우경화 현상뿐 아니라, 비겁화 현상 때문이다. 야당들이 겁이 많아졌다. 다른 말로 하면, '겁 도둑'이 됐다. 대선에서 어떻게 용감하게 싸울 것인지 우려된다. 그런 점에서 새로운 지도자의 부상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 기사는 프레시안 이명선 기자와 함께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