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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강준만 교수 일갈 "노무현, 증오와 배반의 정치" (2005.7.27)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최근 발간된 월간 <인물과 사상> 8월호에 세 편의 글을 실어 노무현 정권을 이끌어 온 정치 메카니즘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부도덕한 방식의 개혁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세 편의 글을 통해 강 교수가 비판하는 노무현식 정치의 핵심은 '원격조정 정치'와 '증오와 배반의 정치'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올인 문화'가 있다.

노 대통령은 자신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있는 지지세력을 기반으로 직접 당에 개입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뜻대로 당을 '원격조정'해 왔다. 일종의 '지도자 추종주의'로 '인간 노무현'에 올인한 유시민 의원 등 측근 세력들은 노 대통령의 잘못마저도 변호하는 논리를 만들어 낸다. 이들은 노 대통령을 적극 변호하는 대가로 노 대통령 지지자들의 절대적 지지를 얻는다. 그리고 '증오의 정치'를 동원해 노 대통령의 정치적 선택에 '올인'하지 않는 세력은 반개혁 세력으로 몰아 '왕따'시키고 있다는 게 강 교수가 분석한 문제점이다.

강 교수는 이같은 문제점들이 김대중 전대통령,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 안희정 씨 등을 통해 현실정치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분석했다.

강 교수는 그동안 발표하지 않았던 세 편의 글을 모아 '노무현 특집'을 준비하게 된 이유에 대해 "우리가 과거의 비극에서 무언가 배워야 한다"며 "그래서 책임 소재의 규명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속임수, 기만, 배신, 탐욕, 증오, 선동 등의 부도덕한 방식에 근거한 개혁은 그 어떤 화려한 명분에도 불구하고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교훈을 뼈저리게 느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노무현과 DJ : 증오와 배반의 정치**

강 교수는 "김대중 전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관계는 매우 복잡할 뿐만 아니라 그들 개개인이 대표하는 역사적.정치적 의미들 간의 관계이기도 한 이중 구조를 갖고 있다"며 이를 상징적으로 '매트릭스'라고 규정했다.

강 교수는 김욱 교수의 <김대중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인물과사상사 펴냄)를 거론하면서 "노무현 시대에 이르러 지역문제가 그대로인 게 아니라 더 악화됐다"며 "지역주의 문제에 관한 사회적 인식의 수준은 김대중의 대통령 당선 이전으로 복귀했다. 이른바 '통추 이데올로기'로 회귀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1996년 1월에 결성된 통추(국민통합추진회의)의 3인방은 김원기, 노무현, 김정길"이라며 "통추는 칭찬받아 마땅한 민주화 집단이었지만 지역주의에 관한 한 양비론의 산실이었다"고 평가했다.

강 교수는 "통추 이데올로기의 득세는 사실상 김대중 정권을 '일탈'로 규정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통추는 김대중 정권을 다시 자신들의 양비론에 따라 지역주의로 매도했고, 이제 달라진 환경에서 힘의 논리에 민감한 호남인들은 그 매도를 수용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특히 2003년 민주당에서 열린우리당이 분당해나오는 과정과 관련 "영남 쪽에 무언가 보여주려는 '증오의 정치'를 구사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 분당이 이뤄지지 않았더라도 동교동파를 비롯한 민주당 구지도부는 '시대정신' 때문에 계속 당권을 장악할 수는 없었다"며 "민주당 분당파(신당파)는 민주당의 구태가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것처럼 불변의 전제로 해놓고 시대정신에 따른 불가피한 변화를 자신들의 헤게모니 쟁취 및 독식을 위한 도구로 이용했다"고 비판했다.

강 교수는 "민주당 구주류도 개혁 의지는 있었으나 당 밖의 신주류 연대세력이 살생부까지 흘리며 '인적청산'을 외쳐 도저히 신주류를 믿을 수 없었다"며 "이렇게 '불신'에 근거한 결사항쟁을 하게끔 만들어놓고, 밖으론 '개혁 대 반개혁'의 구도로 몰아갔다"고 말했다.

그는 "기성 정치판을 저주해 온 개혁적인 시민들의 입장에선 속이 시원했을 것"이라며 "열린우리당 사람들은 민중의 그런 분노를 이용했다. 마치 자기들은 그간 한국 정치판에서 논 적이 하루도 없었다는 듯, 마치 시민운동가라도 되는 것처럼 과격한 열변을 토하면서 민중의 분노를 부채질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권교체의 역사까지 더러운 지역주의로 매도할 필요는 없었다"며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영남으로 쳐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 분당의 최대 목적은 '영남에 보여주기'였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이어 "호남인들은 자신들의 과거 한(恨) 맺힌 정당성이 모독당하고 유린당해도 지금 당장 실리만 취하면 된다는 '과잉 정치화'의 포로가 되어 '역사의 배신' 행위에 공범자로 참여했다"며 "노 대통령이 저지른 가장 큰 죄는 호남인들이 만들어준 자신의 대통령 권력을 이용해 호남인들을 그렇게 만드는 데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사실에 있는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노무현과 유시민 : 지도자 추종주의와 올인 문화**

강 교수는 "노무현과 '지도자 추종주의': 양동주. 홍기돈. 유시민에 답한다"라는 글에서 "개혁파에게도 지도자의 위대한 역할을 기대하고 자신이 믿는 지도자를 위해 '올인'하려는 성향은 마찬가지"라며 "그런 의미에서 박정희는 아직 죽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특히 수차례 지면을 통해 논쟁을 벌인 유시민 의원에게 "노무현을 자신의 분신으로 보는 심리의 지배를 받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강 교수는 "일개 시사평론가에서 하루아침에 날아든 대통령 권력이라고 하는 무게에 압도돼 자신이 만든 대통령에 대해 고언을 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넌센스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그런 심리 상태를 좀 유별난 유형의 '권력 중독'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잘못한 일마저 잘 했다는 논리를 만들어 제공한다면, '김영삼 대 박종웅'의 관계와 무엇이 다르냐"고 반문하며 "유 의원이 이 비유를 불쾌하게 생각한다면, 그건 노 대통령과 자신의 무오류성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 아니냐"고 말했다.

강 교수는 "유 의원이 역설한 정치개혁에 동의하지만 문제는 방법론"이라며 "민주당 분당 없이 개혁하긴 쉽지 않았겠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생겨나는 새로운 시대적 기운이라는 게 있고 왜 그걸 열린우리당만 느끼고 민주당은 느낄 수 없었을 거라고 보느냐. (심지어) 한나라당도 변한다"고 지적했다.

***노무현과 안희정 : 원격조정정치**

강 교수는 또 노 대통령의 최측근 중 한 사람인 안희정씨를 통해 '원격조정 정치'의 작동 원리를 설명했다.

강 교수는 당.정 분리정책을 예로 들어 "당.정 2자 게임만을 생각하고 있지만, 그건 노무현식 정치에 대한 큰 오해"라며 "당.정.민 3자 게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여기서 '민'은 노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들이며, 노 대통령의 국가보안법 폐지 발언은 지지자 관리용이었다"고 분석하면서 "노 대통령은 지지자들을 통해 의원들을 압박하는 복잡한 구조의 원격조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지지자들이 노 대통령에게 열광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그가 '깨끗하다'는 것이지만 이게 묘한 구조와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며 "노무현의 후보 시절 돈 문제는 이광재가 돈줄을 파악해오면 염동연이 교섭하고 안희정이 마무리하는 식이었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노 대통령은 늘 '나 혼자만' 깨끗했을 뿐이다. 반드시 누군가가 그의 곁에서 궂은 일을 해야만 했다. 궂은 일을 하는 사람들은 노무현의 순결을 자기정당화의 방패로 삼았다"며 "노 대통령은 측근 인사들이 궂은 일을 하는 걸 모른 척 했을 뿐이다. 이게 바로 이심전심 원격조정 작전의 매력"이라고 비판했다.

강 교수는 노 대통령의 '순결주의'에 대해 "한국적 현실에서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행사해야 할 영향력과 그에 따른 갈등조정의 기능까지 그 방식이 자기에겐 낯설고 불리할 수 있다는 이유로 회피하는 건 곤란하다"며 "노 대통령은 지식인들의 거대 담론식 평가나 좋게 받을 수 있는 수준의 책임 회피를 하고 있다는 혐의가 가능하다. (이는) 무책임할 뿐만 아니라 비겁하다"고 비판했다.

강 교수는 이어 "노무현 정권의 최대 업적 중의 하나는 그간 춥고 배고픈 변방에 있던 민주파 인사들에게 전면 문호를 개방하고 그들에게 공직 참여의 기회를 대대적으로 제공했다는 점"이라면서 "그러나 이 업적엔 노무현 정권에 보약이 될 수 있는 내부 비판의 씨를 완전히 말려 버리는 효과를 낳았다는 치명적 그늘이 있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안희정 씨를 비롯한 측근들에 대해 "노 대통령의 숭고한 선의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는 매우 치열한 갈등으로 얼룩진 현실적인 문제를 다뤄야 할 대통령을 뽑은 것이지 종교 지도자를 뽑은 게 아니다"며 "왜 일국의 대통령을 한없이 가엾고 약한 존재로 보호하려고만 드는 건지, 그게 진짜 대통령 모독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볼 수는 없는 건지, 답답함을 금할 길이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