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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지지자'에겐 성의, '분신사태'에는 침묵하는 盧(2003.10.28)

"노무현 대통령님,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죽어야 이 나라의 노동정책이 바뀔 수 있겠습니까? 더 이상은 안됩니다. 제가 마지막 희생자가 돼야 합니다."

최근 사측의 노조 탄압 등에 항의하며 분신을 기도한 세원테크 노조 이해남 위원장은 유서를 통해 노 대통령에게 간곡한 부탁을 남겼다. 그러나 "더 이상은 안 된다"는 노동자들의 요구에 노 대통령은 아직까지 아무런 말이 없다.

***열린우리당, 임종석 의원에겐 '위로와 격려'의 전화**

28일 노동자들의 잇딴 분신 이후 처음으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허성관 행정자치부 장관의 최근 노동문제 상황에 대해 구두 보고가 있었으나 노 대통령은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고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라크 추가 파병 결정을 반대하며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열린우리당 임종석 의원의 탈진 소식에 노 대통령은 27일 전화로 '위로와 격려'의 말이라도 전했건만, 노동자들의 '분신사태' 보고엔 철저히 침묵했다.

지난 17일 고 김주익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의 자살을 시작으로 23일 이해남 위원장, 26일 근로복지공단 비정규직 노조 이용석 광주본부장의 분신 등 자신의 생명까지 내던지는 노동자들의 극한 투쟁은 국무회의에선 관계 장관의 구두 보고로 '가볍게' 넘어갈 사안이었던 셈이다.

***'서프라이즈'에도 장문의 창간 1주년 축하기고 보내**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공교롭게도 노 대통령은 이날 정치 웹진 '서프라이즈' 창간 1주년을 맞아 A4 두장 분량의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서프라이즈가 정치칼럼 사이트 중 대표적인 노 대통령 지지 성향의 사이트라는 점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청와대는 서프라이즈 측의 요구로 기고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의 언론 기고는 <머니투데이>, <대한매일>에 이어 취임 후 세 번째다.

노 대통령은 이날 기고문을 통해 특히 "저는 지난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보여 준 네티즌 여러분의 성원과 열망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며 "뜨거운 눈물과 감동, 감사하는 마음으로 선거를 치르면서 다짐하고 또 다짐했습니다. 역사에 남는 성공한 대통령은 되지 못하더라도 부끄러운 대통령은 되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어 "최선을 다했지만 솔직히 역부족인 일이 적지 않았고, 앞으로도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지만 처음 가졌던 다짐 그대로 열심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부끄럽지 않은 대통령이 되겠다'는 노 대통령의 다짐은 지지자들에게만 유효한 것인가?

최근 재신임 국민투표와 대선자금 특검 등 '정치적' 현안으로 시끌시끌한 청와대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죽어야 하는지"라는 분신노동자의 피맺힌 절규엔 답을 찾을 수도, 찾을 의지도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