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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리얼리티 쇼' 연출팀 투입한 트럼프..."트럼프를 오프라 윈프리로?"

[2020 美 대선읽기] 백인-교외 유권자들 겨냥한 트럼프 전략, 효과 있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인한 사망자가 18만 명이 넘어선 날, 미국 백악관 위 하늘에서 폭죽이 터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 후보 수락 연설을 마치고 이를 축하하기 위해 벌어진 불꽃놀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은 장장 70분이나 연설을 해 28일 자정에 가까운 시간, 트럼프에 의한(트럼프의 세 자녀와 부인, 며느리와 아들 여자친구까지 찬조 연설), 트럼프를 위한(찬조 연설자들이 트럼프를 과도하게 칭송) 공화당 전당대회가 끝났다. 이날 2000명의 지지자들이 현장에 참석했지만, 마스크도 쓰지 않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지켜지지 않아 코로나19 사태는 정말 '다른 나라 이야기' 같았다.

전당대회 장소로 백악관을 활용한 점, 국무장관이 다른 나라도 아닌 이스라엘 출장 중에 찬조 연설을 한 점, 이민자들에게 시민권을 수여하는 자리를 특정 정당 행사 프로그램으로 활용한 점 등은 모두 현행 법 위반이라는 논란이 일었지만 트럼프와 그 행정부, 여당인 공화당은 개의치 않았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전당대회 내내 '법과 질서'(Law and order)를 강조했다. 지난 23일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 채 열 살도 안된 세 명의 어린 아들들이 보는 앞에서 비무장 흑인 남성인 제이콥 블레이크가 경찰에 의해 피격된 사건이 일어난 이후 인종차별 항의시위가 커노샤를 중심으로 다시 거세졌다. 특히 25일 밤에는 트럼프 지지자인 17세 백인 소년이 시위대를 향해 총을 쏴서 2명이 사망하고 1명이 다치는 사건도 발생했다. 트럼프는 경찰의 과잉 대응이나 자신의 지지자들과 시위대의 위험천만한 충동 양상에 대해선 '침묵'한 채 시위대의 폭력만 연일 비난하고 있다. 전당대회 내내 트럼프를 포함한 다수의 연사가 인종차별 항의시위대를 향해 "폭도", "약탈", "무질서", "사회주의자" 등 비난을 쏟아냈다. 또 조 바이든(민주당 대선후보)이 집권할 경우 "당신 집 앞으로 시위대가 찾아올 수 있다"며 백인 중산층 유권자들의 불안감과 시위 피로감을 부추기려 애썼다. 

이런 주장에 대해 바이든은 "폭력 사태는 '바이든의 미국'이 아니라 현직 대통령인 '트럼프의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반박했다. 미국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항의시위의 궁극적인 책임이 트럼프에게 있다는 지적이다.

▲ 27일 공화당 전당대회 마지막날 트럼프가 공식 대선후보가 된 것을 축하하는 불꽃놀이.   ⓒAP=연합뉴스

 

'리얼리티 쇼 연출팀'이 투입된 전대..."트럼프를 오프라 윈프리로 만들어" 

이번 전당대회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지난 4년 동안 추진해왔고, 재집권할 경우 계속 밀어붙일 트럼프의 정책 방향과는 정반대인 모습의 '인간 트럼프'의 이미지를 구축하려 했다는 것이다. 전당대회 내내 강조된 트럼프의 이미지는 "누구보다 가족적이며, 여성을 존중하며,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사람"이다. 

부인 멜라니아, 첫째 딸 이방카, 둘째 딸 티파니, 둘째 며느리 라라, 장남의 여자친구 킴벌리 길포일 등 가족 구성원 뿐 아니라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 고문,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 등이 트럼프가 여성을 존중하는 리더라고 칭송했다. 

흑인인 팀 스콧 상원의원(공화당), 미 프로풋볼(NFL) 선수 출신이자 트럼프의 오랜 친구인 헐셀 워커, 벤 칼슨 주택도시개발 장관, 대니얼 캐머런 켄터키 법무장관 등이 트럼프는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고 항변했다.

또 전당대회 둘째날인 25일 트럼프는 백악관에서 5개 나라의 이민자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이벤트를 갖기도 했다.

이번 전당대회 준비에 트럼프가 대중들에게 알려진 계기가 됐던 리얼리티 쇼 <어프렌티스> 제작진이 투입되면서 이런 '이미지 메이킹'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실제 트럼프가 지난 4년간 추진해온 정책과는 거리가 멀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제이미 포니에워직은 27일 "트럼프 정부는 불법만이 아니라 합법 이민자들에 대해서도 과도한 법적 규제를 가해왔다"면서 "지난 4년간의 호전적 메시지, 모욕성 발언, 분노에 가득찬 트윗 등을 무시하고 갑자기 트럼프를 오프라로 만들 수 있냐"고 반문했다. 오프라 윈프리는 유명한 흑인 여성 토크쇼 진행자로 유색인과 여성 인권과 관련된 발언과 활동도 많이 해왔다.

MSNBC의 흑인 여성 앵커는 26일 트럼프가 시민권 부여 이벤트를 가진 것과 관련해 "트럼프는 이민자들을 자신을 위한 '크레용 박스'(다양한 인종의 이민자들을 동원한 것을 의미)로 활용했다"고 비판했다. 이날 시민권을 받은 이들 중 다수가 자신들이 공화당 전당대회에 동원된다는 사실을 사전에 몰랐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트럼프, 백인 유권자들만 겨냥한 선거 캠페인...실제 백인 유권자 '결집' 효과 

트럼프의 이런 시도 자체도 유색인종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 평소 이민정책이나 차별 이슈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는 유색인 유권자들은 지난 4년간 트럼프 정부의 이민 정책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런 '사탕발림'으로 설득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2016년 트럼프를 지지했지만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흔들리고 있는 보수 내지는 중도 성향의 백인 유권자들의 마음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진짜 목표다. 

때문에 트럼프는 찬조 연설자들을 동원해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여성친화적 리더'라는 허상을 만들어내면서 동시에 자신의 입으로는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인종차별 항의시위대를 향해 '법과 질서'를 강조하는 '두 얼굴의 트럼프'를 전당대회 내내 보여줬다. 

CNN의 정치평론가 키스 보이킨은 28일 트럼프의 수락 연설에 대해 "1992년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팻 뷰캐넌의 악명 높은 연설 이후 가장 노골적으로 인종차별적인 연설이었다"며 "트럼프는 개가 조용히 휘파람을 불던 정도의 (인종차별적 메시지) 소리 크기를 크고 공격적인 황소의 소리로 증폭시켰다"고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는 급진좌파 사회주의자, 무정부주의자, 선동가, 약탈자, 방화범 등이 당신을 잡으러 올 것이라고 겁먹은 백인들에게 경고하려는 것이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트럼프 전략은 어느 정도 적중했다. 여론조사 결과, 전당대회 후 '컨벤션 효과'가 바이든에 비해 트럼프에게 크게 나타나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모닝컨설트는 29일 공화당 전당대회 개최 전 바이든이 트럼프를 전국 조사에서 10%포인트 앞섰으나 대회 후에는 그 격차가 6%포인트로 좁혀졌다고 발표했다. 공화당 전대 전인 23일에 바이든 52%, 트럼프 42%로 조사된 반면, 전당대회 이후에는 바이든 50%, 트럼프 44%로 나타났다. 

이처럼 지지율 격차가 줄어든 것은 백인과 교외(suburb) 거주 유권자들이 바이든에서 트럼프 지지로 옮겨갔기 때문으로 나타났다. 

중산층을 상징하는 교외 거주 유권자는 전당대회 전 바이든 54%, 트럼프 40%에서 전당대회 후 바이든 50%, 트럼프 42%로 격차가 6%포인트나 줄었다. 

백인 유권자 사이에서는 전당대회 전 트럼프가 바이든을 2%포인트만 앞섰는데, 전당대회가 끝난 뒤에는 트럼프가 바이든을 8%포인트 앞섰다(트럼프 51%, 바이든 43%). 

▲ 이번 전당대회에는 트럼프의 온가족이 총동원 되어 찬조연설을 했다.   ⓒ  AP=연합뉴스.

 

마이클 무어 "트럼프 지지자들의 열정은 심상치 않은데 바이든은...." 

이처럼 백인 유권자들의 결집 양상이 감지되는 것과 관련해,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승리를 예측했던 다큐멘터리 감독 마이클 무어가 이번 대선에서도 트럼프가 승리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무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선 10주 전에 경고한다. 트럼프의 지지기반에 있는 6000만 명의 열정은 심상치 않은 수준인데 바이든 쪽의 분위기는 별로 그렇지 않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083109290597244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