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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이명박

'이명박 리더십', 노무현과 얼마나 다를까?(2007.12.19)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당선은 '미운 대통령' 노무현에 대한 응징의 의미가 가장 컸다.
  
  이번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지역구도 타파, 기득권 세력의 부패 척결 등 정치개혁을 전면에 내세워 당선된 노무현 대통령과 정반대의 인물을 원했고, '실무형 경제지도자'의 이미지가 강한 이명박 당선자가 선택됐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거쳐 심화된 사회경제적 양극화로 일찌감치 경제, 민생이 대선의 가장 큰 화두로 등장했고, '시끄럽지만 무능한' 노무현 정권에 비판적인 유권자들이 가난을 딛고 현대건설 사장을 거쳐 서울시장에 대선후보까지 거머쥔 이명박의 '성공신화'에 한표를 던졌다. 그는 '부자되세요'를 직접 실현했다는 점에서 다른 후보들에 비해 '검증된 능력'을 가졌다고 여겨졌다.
  
  따라서 도곡동 땅 의혹도, 자녀 및 운전기사들의 위장채용 문제도, BBK 주가조작 사건도 그를 뒤흔들지 못했다. 대한민국의 부자 중에 '청부(淸富)'를 이룬 사람이 누가 있겠냐는 인식이 지배적이기 때문. 또 같은 CEO 출신이면서 전혀 다른 경제철학과 도덕성을 무기로 내세웠던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도 절세 등을 목적으로 5억여 원 상당의 주식과 돈을 '비정규직'인 두 딸의 명의로 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런 인식에 더욱 확신을 주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민심은 'BBK 특검' 등으로 시작부터 불안함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당선자를 선택했다. 기존의 정치인 출신과는 다른 지도자를 원했기 때문이다. 이 당선자는 과연 '노무현 대통령과는 정반대'를 선택한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줄 수 있을까?
  
  결과로 판단하는 '기업가형 리더십'
  

▲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복원 공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명박 당선자. ⓒ연합

  이 당선자 측근들에 따르면, 오랜 기업 생활로 그는 기존의 정치지도자들과는 매우 다른 리더십을 보인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실무진을 불러 직접 논의하고, 그들의 건의가 타당성이 있다고 여겨지면 수용하는 '성과위주의 리더십'이라는 것. 대통령리더십연구소 최진 소장은 이를 '과업지향형 리더십'이라고 규정했다.
  
  이명박 당선자 본인도 "일을 하기 위해 대통령에 출마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실용과 실적으로 중시하는 자신의 정치 스타일을 '탈 여의도 정치'라며 기존 정치인들과 차별화하려 한다.
  
  하지만 서로 이해가 다른 두 집단의 갈등을 조정하고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인 정치에서 '과정'이 아닌 '성과'에 주목하는 기업가적 기질은 부작용이 뒤따를 수 밖에 없다. 정치나 정책 집행에 있어서는 찬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이를 조정하는 과정이 눈에 보이는 성과 못지 않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당선자는 이런 자신의 리더십을 '불도저형'이라고 비판하는 것에 대해 "청계천 주민과 4200여 차례나 대화해 설득했다"는 점을 매번 강조한다. 하지만 청계천 상인들 사이에서 사후 보상대책에 대한 보장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이 나왔고, 2004년 4월 한 영세상인이 "시장님, 청계천 상인을 도우소서"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하는 일도 있었다. 청계천 복원을 추진하면서 상인들의 반발을 잠재우는 과정에는 충실했지만, 일단 목표했던 상인들이 물러나자 사후대책에 대해서는 소홀히 했다는 방증일 수 있다.
  
  또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는 실무자 등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수 있지만 일단 결정을 내린 뒤에는 결과를 놓고 평가를 받는 게 기업의 생리다. 이 당선자 역시 '결과'를 보고 평가하라는 태도가 강하다. 이 당선자의 핵심공약인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정치권과 시민단체, 심지어 그의 참모진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는 당선 후 이를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일 해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반대부터 한다"는 게 이 당선자의 인식이다.
  
  개인적 신뢰 중시…비선정치 등 위험성
  
  오랜 기업가로서의 경험은 이 당선자의 용인술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냉혹한 비지니스 세계에서 '실력' 못지 않게 중요한 게 '관계'다. 개인적 관계나 신뢰가 실적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러다보니 이 후보는 사람을 쓰는 데 있어 '신뢰'를 매우 중시한다고 한다. 대선 과정에서 이상득 박희태 김덕룡 의원 등 핵심 측근이 참석하는 '6인 회의'가 사실상 최고의사결정기구 역할을 한 것, 한나라당 경선 직후 '실언'으로 박근혜 전 대표 측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재오 의원을 끝까지 감싼 일 등은 이런 성향을 잘 보여준다.
  
  또 지난 10월 미국 부시 대통령과 면담을 소망교회에서 만난 '교회인맥'인 백악관 강영우 차관보를 통해 추진하다 무산돼 망신을 당했던 일도 있었다.
  
  이 당선자의 이런 성향은 '비선정치'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신뢰'를 중시하고, 일단 한번 신뢰한 인물은 좀처럼 내치지 않는 용인술은 노무현 대통령과 닮은 꼴이기도 하다.
  
  지나친 자기과신…말 실수 잦아
  
  이 당선자도 노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자수성가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자기 사람'을 쓰는 데 공통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주변의 평가나 비판보다는 자신의 판단에 더 무게를 두는 것은 독선적이며 자기과신이 강한 '자수성가형 지도자'들에게 나타날 수 있는 약점이다.
  
  말 실수가 잦다는 점도 이 당선자와 노 대통령의 공통점이며, 이 역시 자기과신형 지도자에게 나타날 수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장애인 낙태 발언' '동성애자 폄하 발언' '관기 발언' '마사지걸 발언' 등 대선 과정에서 이 당선자의 말 실수는 수도 없이 많았다.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장인 홍준표 의원이 한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해 이 당선자에게 바라는 점을 "애드립을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노 대통령의 과도하게 많은 말과 잦은 말 실수는 지지율 하락에 주요한 이유 중 하나였다. '불안한 노 대통령'이 싫어 이 당선자를 선택한 유권자들에게 가장 먼저, 또 쉽게 실망감을 느낄 수 있는 일이 잦은 말 실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토론을 좋아하는 노 대통령과 달리 이 후보는 토론을 싫어한다. 이번 대선이 정책선거가 되지 못한 것은 시종일관 네거티브전으로 선거가 진행된 것도 있지만, 지지율 1위인 이명박 당선자가 TV 토론을 번번히 거부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윤여준 전 의원은 '토론을 싫어한다'는 약점에 대해 "이명박 후보가 왕회장 말씀이면 합리성이 문제가 안되는 현대그룹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이해는 되지만 정치과정을 무시하는 리더가 훌륭한 민주적 리더냐는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다"고 고쳐야 할 단점으로 지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