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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이명박

"조선.중앙, 7년 전 보도는 오보였나" (2007.12.10)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BBK 연루 의혹에 대해 검찰이 모두 '무혐의'라고 수사 결과를 밝혔으나,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한 불신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00-2001년에 걸쳐 이명박 후보가 직접 언론 인터뷰를 통해 "BBK의 대주주이며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어, 이런 부분이 반영되지 못한 검찰 수사는 더욱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이 후보를 직접 인터뷰했던 <동아일보>, <중앙일보>는 오히려 검찰 수사 결과에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에 대해 "사기꾼(김경준 씨)의 말은 믿으면서 대한민국 검찰 수사는 못 믿는다는 것이냐"면서 앞장서 비판하고 있다. 7년전 자신들이 보도한 내용의 진위 여부에 대해선 철저히 '함구'하면서 말이다.

이에 대해 한국기자협회는 10일 성명을 발표해 "진실추구를 해야할 언론이 진실을 캐기는커녕 오히려 덮어두려 하고 있다"며 "최근 이명박 후보에 대한 보도행태를 보면 언론이 언론이기를 포기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개탄했다.

▲ 누리꾼들 사이에 퍼지고 있는 이명박 후보의 당시 중앙일보 인터뷰 기사.

"과거 보도는 죄다 '오보'인가"


기자협회는 BBK와 관련해 지난 2000-2001년 <중앙일보>, <동아일보>, <머니투데이>, MBC 등의 보도를 문제 삼았다.

<중앙일보>는 2000년 10월 14일 이 후보의 말을 인용해 "LKe 뱅크가 이미 설립돼 있으며 그 아래 종합자산관리 전문회사인 BBK란 자회사도 영업 중에 있다. 물론 이들 회사에서 이(명박) 전 의원은 대주주로서 경영에도 참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틀 뒤인 16일에도 <중앙>은 "이미 새로운 금융상품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LKe뱅크와 자산관리 회사인 BBK를 창업한 바 있다"는 이 후보의 말을 실었다.

<동아일보>도 2000년 10월 16일 "이(명박) 대표가 꼽는 흑자비법은 아비트리지(차익) 거래. 미국계 살로먼스미니바니에서 99년 초 연 수익률 120% 대를 기록한 김경준 BBK 투자자문사장(34)을 영입했다.…'김 사장은 지난해 BBK 설립 이후 한국 증시의 주가가 60% 빠질 때 아비트리지 거래로 28.8%의 수익률을 냈다'고 소개하면서 연방 김 사장의 어깨를 토닥였다"고 보도했다.

같은 해 10월31일 중앙일보 자매지인 <중앙 이코노미스트>는 "이 3각 축(LKe뱅크, BBK, EBK)이 내 포부를 달성시키는 산실"라는 이 후보의 말을 보도했다. <월간중앙>은 2000년 3월호에서 "지난해 초 벌써 BBK라는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해 펀드를 묻고 있는 상태"라는 이 후보의 발언을 보도했다.

<머니투데이>는 BBK 투자회사 심텍이 2001년 11월 이명박과 김경준을 사기죄로 고소한 직후인 같은 해 11월 6일 보도에서 이 후보가 김경준 씨를 알게 된 경위에 대해 "미국에서 돌아와 지난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회사인 e-뱅크코리아(EBK)를 설립할 당시 김경준이 지분을 출자하면서 알았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MBC도 2000년 11월 당시 박영선 기자(현 대통합민주신당 국회의원)가 BBK회장실에서 이 씨를 인터뷰하기도 했다.

기자협회는 또 이 후보의 '도곡동 땅 처남 명의 은닉'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도 <세계일보>(1993년 3월27일 보도)를 비롯해 <한국일보>(1993년 9월17일), <국민일보>(1993년 3월24일)등이 보도한 바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기자협회는 이같은 언론보도를 예로 들면서 "검찰의 발표대로 이명박 후보가 BBK의 실소유주라는 근거가 없다면 당시 언론들의 이러한 보도는 죄다 '오보'인 셈"이라면서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모조리 꿀 먹은 벙어리이고, 검찰 수사결과만 나발 불기 바쁘니 자기 입으로 '오보'라고 외치고 있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기자협회는 "과거 보도에 대해 언론은 검찰의 수사발표와 무관하게 사실 여부를 밝힐 의무가 있고, 그 보도를 접했던 독자와 시청자, 유권자들은 사실을 알 권리가 있다"며 "과거 보도에 대해 언론사는 분명히 밝혀야 한다. 그것이 추락할 대로 추락한 언론 신뢰도를 그나마 끌어올리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 동아일보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