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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노무현

"FTA 본질은 노무현-이명박 대연정" (2007.4.15)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는 지난 2일 협상이 타결됐지만 협정을 문서화하는 작업에서부터 시작해 6월 정식 협정 체결, 그 이후 국회 비준 동의까지 여러 단계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한미FTA 협상과 이를 둘러싼 찬반논란 역시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향후 한국사회에 미칠 파급력을 감안할 때, 한미FTA 찬성과 반대를 기준으로 한 싸움은 '신자유주의세력 대 반신자유주의 세력의 총력전' 성격을 갖는다. 그렇기 때문에 한미 FTA를 자신의 업적으로 분명히 자리매김하고 싶어하는 노무현 정권은 '국가 총동원령'을 내려 밀어붙이기를 강행하고 있고, 이 과정을 통해 "신자유주의는 민주주의를 공격한다"는 '탈민주적 자유주의'의 현안이 한국 사회에도 대두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한미FTA 반대 운동은 "한국사회의 민주주의의 문제와 직결된 것"인 동시에 올 12월 대선과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새로운 정치질서 재편을 추동하는 힘"으로서 주목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미 FTA 찬반을 놓고 절대 함께할 수 없을 것 같았던 노무현 정권과 한나라당 사이의 연대가 작동되기 시작했고, 민주노동당과 천정배 의원(무소속)을 필두로 한 민생정치모임, 김근태 의원이 대표하는 열린우리당 일부, 또 민주당 일부 등 57명의 의원이 '한미FTA 졸속타결 반대 비상시국회의'를 구성해 이에 맞서고 있다.

협상 타결 직후 쏟아져 나오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협상 타결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여론이 70%에 이르는 등 타결 전과 비교해 찬반 여론이 뒤집어진 상황이지만, FTA 반대 운동을 주도해 온 이들의 전망은 비관적이지 않다. 역설적이게도 노무현 대통령이 언급했듯이 FTA는 '먹고 사는 문제'이고, 국민들의 삶의 문제와 직결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협정 내용과 그 의미가 구체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하면 FTA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인식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이 FTA 반대운동 진영의 시각이다. 그런 점에서 이들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한다.

▲ ⓒ프레시안

노무현 정권이 자신들의 지지세력을 '배신'하고 한미FTA 협상 타결을 강행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신자유주의적 사회경제질서'를 완성하겠다고 공언하는 것을 과연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 이미 협상이 타결된 현 상황에서 FTA 반대 운동은 어떻게 진행돼야 하나? 이 운동은 과연 대중들의 힘을 제대로 모아내고 있는가? 또 그 힘들을 결집시키기 위해선 어떤 방향과 비전을 제시해야할 것인가? 

협상 시작부터 지금까지 지난 1년여를 되짚어보고 한미FTA 반대 운동 진영 앞에 놓여진 과제와 향후 전망을 짚어보기 위한 좌담을 마련했다. 지난 13일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진행된 이 좌담회에는 박석운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 집행위원장, 이해영 한신대 교수,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이 참석했다. 이 좌담은 이날 오전 7시부터 2시간 가량 진행됐다.

반상회까지 동원하는 'FTA 총동원령'

프레시안 : 지난 2일 한미FTA가 타결된 이후 새로운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타결 전에는 여론조사에서 FTA 연내 타결을 반대하는 응답이 80%를 넘었는데, 타결 이후에는 여론이 뒤바뀌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70%에 가까운 국민들이 FTA 타결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한미FTA 저지 운동을 주도해 온 측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는가? 여론이 돌아섰다고 봐야 하나?

박석운 : 일시적 거품이다. 이는 정부의 장밋빛 홍보와 관제여론 조작 공세에 따른 것이다. 구체적인 협상 내용이 알려지면 금방 걷힐 거품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착시요인이 가중됐는데, 첫번째는 99개를 빼앗길 거라고 생각했는데 98개를 빼앗겨 뭔가 성과가 있는 듯 보이는 착시가 있다. 또 98개를 얻어놓고 마저 얻어야 한다고 투정부리는 미국 의회 의원들을 봐서는 협상을 잘한 것 아니냐, 이런 묘한 분위기도 있다.

언론의 무지와 불성실한 보도도 사태를 악화시킨 측면이 있다. 조선ㆍ중앙ㆍ동아일보는 그러려니 하더라도 이른바 공영방송이라는 KBS, MBC가 지난 겨울 이후 타결시까지 보인 태도는 맹렬한 비판을 받아야 한다. 협상단이나 정부에서 보급하는 보도자료를 받아쓰기 하는 수준을 넘지 못했다. 더구나 타결 직후 방송 3사의 TV토론이 불균형하게 짜여지기도 했다. 타결 직후에는 찬반이 비슷했는데, 지난주 방송 3사의 패널구성은 현저하게 편파적이었다. MBC는 찬성과 반대가 4대2로 싸웠고, KBS는 3대1로 싸웠다. SBS는 정부 쪽 전문가 3인에 민간전문가 중 1명은 FTA를 찬성하는 전문가였다. 이렇게 편파적으로 패널을 구성하는 배짱이 참 놀랍다.

프레시안 : 착시 현상이라고 했지만 국민들 입장에선 우리가 반대한다고 달라질 게 있냐는 이런 절망감도 있는 것 아닌가?

이해영 : 현재 국면을 'FTA유신'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본다. 관제 언론을 동원하고, 국민세금을 갖고 여론을 조작하고, 심지어 반상회까지 동원하는 FTA 총동원령. 이런 점에서 '통상독재'가 맞다고 본다. 일종의 부분독재인데 이것의 본질이 뭐냐. 그 핵심이 노무현-이명박 연정이다. 착시적 측면이 나름대로 막판 뒤집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노무현-이명박 대연정의 정치적 기초는 그렇게 공고하지 않다. 향후 국면에 따라 언제든지 반전할 수 있다고 본다. 지난 일년간 추이를 보면 FTA를 반대하는 이들이 30%는 고정적이다. 찬성하는 쪽도 30%, 부동층은 많게는 10-20%다. 현재 부동층이 타결된 직후 '정부가 저렇게 잘했다고 하는데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거 아니냐'면서 찬성 쪽에 서 있다고 본다. 향후 상황 전개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다.

이태호 : 한미FTA 반대 운동은 여론상으로는 굉장히 어려운 지형에서 시작됐다. 개방하면 성장한다는 오랜 '개발연대식 담론'과 미국과 함께 가면 중간은 간다는 '안보담론'의 영향도 받고 있다. 또 반대하면 반미라는 식으로 빠져 나갈 수도 있다. 그래서 국민들이 정말로 정부를 충분히 견제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 어려운 여건을 고려하면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견제가 분명한 흐름을 만들어 내고 있다.

결국은 FTA 찬반이 절반 수준에서 고정될 것이라고 본다. 우리 사회에서 미국과 관련된 이슈는 그렇게 될 확률이 높다. 문제는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의원들이 이런 정도의 여론을 반영해서 싸워줄 수 있느냐. 이게 사실은 굉장히 중요한데 국회가 그런 역할을 해줄지 걱정이다.

"FTA는 신자유주의세력 대 반신자유주의 세력의 총력전"

▲ 심상정 의원 ⓒ프레시안

심상정 : 한미FTA 의제의 성격을 볼 필요가 있다. 이는 신자유주의세력과 반신자유주의세력의 총력전인 셈이다. 지금 70% 수준까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중 타결 내용의 성과에 의해 움직이는 여론은 20%다. 나머지 50% 중에서 10%는 FTA로 실제 득을 보는 세력이고, 40%는 수구보수정치세력에 의해 형성돼 온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포섭된 지형이다.

국회가 열심히 하면 한미FTA 실제 타결의 진상은 규명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는 문제는 대한민국 사회를 어디로 이끌고 갈 것이냐는 여전히 큰 이데올로기 투쟁이 남아 있다. 개방 대세론, 중일 샌드위치론, 미국 거대시장 선점론 등 신자유주의 세력이 내세우는 거대 담론에 분명한 대안을 갖고 싸워 나가지 않으면 반-반 전선을 넘어서기 힘들다.

이해영 : 협상이 끝나고 열흘 정도 정부의 태도를 보면 '초대형 국책사기극' 같다. 각 부처마다 서로 경쟁적으로 협상 성과를 부풀리고 은폐하고 있다. 이런 게 권력 최상층부의 지시와 통제 하에 아무런 견제 없이 노골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런 점을 보면 FTA와 상관없이 우리 사회가 어디로 갈지 매우 우려된다. 어떤 의미에서 보급되고 관리된 여론사회로 가는 매우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것들이 6월항쟁을 계승했다고 하는 현 정권에 의해 자행되고 있고, 여론을 관리 통제하는 정상부에는 소위 386들이 또아리 틀고 있다. 이 역사적, 정치적 책임을 어떻게 감당할지 매우 우려된다.

프레시안 : 신자유주의 세력이 총동원체제로 밀고 가고 있다고 했는데, 여기에 비해 반신자유주의 동원체제가 제대로 가동되고 있나.

심상정 : 정부는 한미FTA를 통해 파이의 크기가 커질 것이라고 하는데, 그 파이를 누가 챙겨갈 것이냐, 즉 누구를 위한 국익인가라는 점이 좀 정리될 필요가 있다. 누구를 위한 국익인가, 이 점에 포인트를 두고 대안적 담론과 한미FTA의 영향평가를 집중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신자유주의는 민주주의를 공격한다"

이태호 : 반신자유주의라고 했는데, 참 어려운 말이다. 결국은 민주주의의 문제인 것 같다. 절차적 민주주의와 내용적 민주주의로 나눴을 때 우리사회가 전자는 어느 정도 돼 있다고 보고, 내용적으로 양질의 삶의 질을 추구하는 단계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참여정부가 절차적으로도 말이 안 되는 일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신자유주의는 민주주의를 공격하는 측면이 있다. 이는 전세계적 현상이다. 또 국익, 안보, 성장 등 무엇인가 있어 보이지만 무엇인지 모르는 신비화된 담론은 대체로 민주주의를 공격한다.

민주주의에서 국익을 파악하는 잣대는 다양하다. 대통령이 선포한는 것도 아니고 외교통상부 장관이 밀실에서 애국심을 갖고 협상해서 실현된다는 것도 넌센스다. 그들은 누구에게 그런 권한을 위임받았는가. FTA와 관련해 국익 얘기가 많이 나왔다. 누구의 국익인가뿐 아니라 이 나라는 누구의 나라인가, 위임의 절차는 어떻게 됐는가라는 것도 질문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성취했던 민주주의가 얄팍한 것이었다는 게 드러나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정부가 한미동맹, 국익, 성장 등 지난 60년간 지배세력이 내세웠던 무기를 총동원해도 반대여론을 극복할 수 없었던 이유가 바로 이런 성격 때문이고, 여기에 새로운 반격의 기회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해영 : 이론 위에 담론 있고 담론 위에 조작이 있다고 한다. 이론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 정부의 조작 전문가들 앞에서 두손 두발 다 들 수밖에 없다.

향후 담론 싸움은 결국 두 가지로 갈 수밖에 없는데 첫번째가 대항담론이라고 한다면 두번째가 대안담론이다. 대항 담론 차원은 양극화나 민주주의 문제를 중심적으로 제기할 수밖에 없다.

우리사회에서 FTA 승자와 패자 사이의 양극화는 필연적인 것이다. 정부는 승자들이 얻은 것을 잘 나눠서 패자들에게 나눠주면 양극화를 극복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는 아바(ABBA) 노래 가사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아바 노래 중에 위너 테이크스 올(Winner Takes All)이란 노래가 있다. 정부의 설득은 이미 실패한 담론이다.

또 민주주의는 신자유주의가 한 세대 정도의 시기가 됐는데 이른바 '탈민주적 자유주의'가 서구에서도 문제되고 있다. 이 문제를 물고 늘어지면 된다.

문제는 대안담론이다. 정부 쪽에서는 대안으로 던진 것을 우리는 안티로 반격하고 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정부의 대안도 포괄할 수 있는 일종의 대안담론도 제시해야 한다. 이는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할 매우 중요한 문제다.

"한국, 미국ㆍ중국ㆍ일본에 다 내주는 마음씨 좋은 나라 되려나"

이태호 : 우리 통상관료나 일부 기업은 FTA가 자본주의에서는 불가피하고 보편적인 사조라고 주장하지만 FTA를 통해 이윤을 추구하는 흐름은 사실은 상당히 독특한 분파다.

지금 한반도 전체를 포괄적인 FTA허브로 만들겠다는 구상도 일반적인 것이 아니라 매우 독특하고 분파적인 구상이다. 같은 자본주의인 일본의 구상과도 궤를 달리하는 면이 있다. 그런 면에서 정부가 제시하는 비전이 동아시아 맥락에서는 한반도 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 쉽게 바닥을 드러낼 수도 있는 위태로운 비전과 담론이다. FTA허브라는 위태로운 구상을 정부가 추진하는 것은 미국에 편승하면 중간은 가는 것 아니냐는 일종의 편승효과라고 할 수 있다.

FTA를 선물처럼 받는 우리는 동북아의 지역적 흐름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의도에 말려든 것이다. 동아시아에서 이뤄질 수 있는 여러가지 비전이 갑자기 들어온 강도 높은 한미FTA로 깨질 수 있는 조건이 많이 생긴다. 따라서 정부는 FTA가 장래 동아시아에서 우리 선택의 폭을 굉장히 넓힐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좁힐 수 있다.

이해영 : 샌드위치론을 얘기했지만 한미 FTA가 타결된 조건에서 보자면 하이테크는 미국에게, 로우테크는 중국에게, 자동차는 일본에게, 이렇게 골고루 나눠주는 마음씨 좋은 나라로 한국은 자리매김될 수 있다.
▲ 박석운 범국본 집행위원장 ⓒ프레시안

박석운 : 단적으로 너무 무모하다. 노 대통령이 국회 특위 위원들과 간담회를 할 때 '예전에 쌀 한말 메고 상경할 때 전자계산기 두드리고 상경한 것이냐. 그리 안 하고도 다 서울 가서 성공하지 않았냐. FTA 하는데 우리 국민들 잘할 수 있을 것이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이런 근거 없는 낙관론과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놀라운 수준의 무모함이 우리와 우리 후손의 미래까지 근본적으로 잠식한다.

"보수의 언어를 진보의 언어로 대치해야 한다"

심상정: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포섭돼 있는 다수 국민들을 어떻게 대안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주체로 만들어갈 것이냐는 것은 결국 보수진영이 주장하는 대한민국 사회의 비전을 상대로 얼마만큼 설득력 있는 비전을 제시할 것이냐에 달려 있다.

첫째, 국민들에게 먹고 사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둘째, 어떤 식으로든 미국의 영향력에 대한 부담이 국민들에게 많이 남아 있는데, 어떤 대안적 국제관계 속에서 이를 해결할 것인지 얘기해야 한다. 또 하나는 성장, 안보, 국익 등 수구 보수진영의 언어들을 건강, 환경, 빈곤, 양극화 등 진보 진영의 개념과 언어들로 대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것들이 신자유주의 투쟁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박석운 : 담론을 바꿔나가는 출발점이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검증하고 폭로하고 이걸 다수 국민들이 쉽게 느낄 수 있는 언어로 구체화시켜 나가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다음주부터 국회 통외통위 의원들한테 협정 초안을 공개한다고 하니 그 이후에는 구체화되고 명확한 언어로 문제가 폭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차근차근 폭로해 나가면 사안들의 반전의 계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국회 얘기로 넘어가보자. 일단 협정의 내용과 그 의미가 무엇인지 알려나가는 작업이 우선돼야 할 텐데 어떻게 계획하고 있는가.

심상정 : 국민 여론의 향배가 국회의 역할에 달려 있다. 우선 타결 내용의 명확한 검증과 더불어 졸속협상의 시작과 끝까지 전 과정의 진상과 책임을 밝혀내는 문제가 있다.

현재 60명 가까운 의원들이 시국회의를 구성해 세 가지에 주력하고 있다. 첫째는 5월초 청문회와 6월말 국정조사를 관철시키는 것. 둘째는 국회 검증 과정을 시국회의가 주도해나가는 것. 이 과정에 청문화와 국정조사를 성사 시키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민간자문단을 광범하게 구성해 각 분야별로 타결 내용을 검증할 계획으로 17일 민간자문단 발족식을 갖기로 했다. 세번째는 국회가 직접 나서서 대국민 접촉을 강화해 범국민운동을 전개하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국회의원, 사회원로, 이해당사자들, 시민운동 세력을 총망라하는 가칭 국민회의를 구성할 계획이다. 국민회의가 구성되면 제주도부터 시작해 각 지역별로 순회 토론회, 강연 등을 통해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는 작업을 할 예정이다. 이 세 가지에 집중해 일단 6월말 이후로 예상되는 협상 체결을 저지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 이해영 한신대 교수 ⓒ프레시안

이해영 : 현재 얘기되는 국회의 기능 및 역할이 다 사후적 대응이다. 행정부가 국회의 권한을 광범위하게 침해하고 무시하고 있다. 현재까지 체결과정에서 국회의 권한은 완벽하게 비어 있다. 그러니까 끝나고 나서 사후대응만 할수 밖에 없다. 국회의 비준동의권도 사후적 동의로 오해되고 그렇게 운영되고 있는 것은 굉장히 잘못된 과정이다. 그런 이유 때문에 한미FTA가 나오기 전부터 통상절차법 제정을 강조한 것이다. 민노당의 권영길 의원이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그래서 현재 한미FTA국회 비준 과정에서 통상절차법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관련기사 보기)

"국회 FTA 특위, 모여서 '나머지 공부'밖에 더했나"

이태호 : 의회와 협력 과정이 상당히 어려운 측면도 있다.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최후의 보루는 국회이지만 국민들이 국회에 대해 기대치가 낮다. 불신한다.

이 불신에는 다 이유가 있다. 농민들의 경우 자기 지역구 의원들이 쌀 지킨다고 서명하고, 한-칠레FTA에는 과반수가 반대한다고 서명했는데 어영부영 다 통과됐다. 또 한미FTA 협상이 일년 동안 진행된 것인데 국회가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

국회 특위도 지난 7월에야 만들어졌는데 그때서야 '나머지 공부'나 좀 하고 아무 것도 안 했다. 막바지 고위급 협상에서 '그렇다면 마지노선이 무엇이냐' 이걸 물어서 국민들한테 공개하는 역할도 못했다. 미국은 시행령 하나 바꾸는 데도 '내 허락 받으라'는 게 국회인데, 우리는 법령이 몇 개 바뀌는지에 대해 얘기도 못 듣고 올인 하도록 내버려뒀다.

그랬더니 김종훈 수석대표가 '우리 20개밖에 안 바꿨다'고. 20개밖에 안 바꿨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지만, 설사 20개 바꿨다 하더라도 통상관료가 이걸 바꿀 권한이 어디 있나. 근데 그 말을 듣는 의원들은 가만히 있다. 그것도 말이 안 되는 것이다.

국회 '시국회의'는 국민의 반대 의견을 담보해줄 가장 중요한 보루이지만 국회 자체를 못 믿으니까 시국회의가 무슨 역할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불신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불신을 극복하는 연대가 매우 중요하다.

또 하나는 국회에서 결국은 타결할 것이라고 생각하다 보니 국민들은 그래도 마지막 순간에 내가 내 운명을 결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 그래서 국민투표를 하자는 여론이 제법 많이 나온다.

박석운 : 통상절차법 전에 반드시 지적돼야 할 문제가 실제 우리 헌법에는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통상협정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그 점에서 국회의원 23명이 헌법재판소에 권한조정 신청을 제기한 바 있다. 하지만 지금 헌법재판소가 7개월이 넘도록 결정을 내리지 않고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관련기사 보기) 통상절차법을 만들어야 그 권한이 생기는게 아니라 이미 국회에 헌법적 권한이 주어져 있는데 대통령이 이를 짓밟고 있고 의원들은 방기하고 있다.

또 국회에 대한 불신은 선험적인 것이다. 그래서 역시 믿을 것은 광범위한 대중들의 투쟁과 여론뿐이라는 점에서 이를 구체화하는 수단으로 국민투표가 얘기되고 있다. 지금 현재 제도인 국민투표보다 좀더 내실화된,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를 따르는 차원에서 국민투표 전술을 병행할 수 있다.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등 압도적 다수의 거대정당이 찬성하면 비준이 되는 것 아니냐는 패배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결정하는 국민투표를 여론화해야 한다.

"노대통령, 자기 신임 문제는 국민투표 하자더니"

심상정 : 국민투표로 결정하자는 것은 내용적으로 두 가지를 포함하고 있다. 하나는 이 사안의 중대성. 또 하나는 국회 비준 권한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국회에 대한 불신이 포함돼 있다. 이런 측면에서 대 국회 검증의 의미를 갖는 국민투표는 전적으로 주권자인 국민의 힘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이 부분이 꼭 필요한 게 한미 FTA를 검증하는 출발선이 틀리다는 점이다. 정부는 실제 양보한 게 별로 없다고 본다. 국민들의 삶에서 시작한 게 아니라 이미 미국의 가치를 상당부분 내재화한 상태에서 협상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워싱턴 근처에 가서 협상을 시작했다. 대표적인 게 ISD(투자자-국가 소송제)다. 우리는 이것이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정부는 아주 선진적인 제도고 이것을 해야 투자가 유치된다고 한다. 정부는 이것을 성과로 챙긴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가치 기준이 틀려서 국민들의 가치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또 국회가 보수독과점이라서 다수 국민의 뜻을 대표하기 힘들다.

마지막으로 헌법상으로 국민투표가 타당하냐는 것은 헌법72조에 따르면 된다. 그 해석은 노 대통령이 2003년에 자신의 재신임 여부를 국민투표로 묻겠다고 할 때 이 헌법조항을 적용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 협의의 안보영역이 아니라 국민의 중요관심사와 정책에 대해 국민투표 할 수 있다고 대통령도 해석한 바 있다.

이해영 : 지난 8월에 정부가 국회에 낸 보고서에 보면 현재와 완전히 다른 입장이다. 협상에서는 적용 시점을 미래로 정한 최혜국 대우(MFN) 문제도 그렇고, 임시 세이프가드도 반드시 필요하고, 간접수용은 추가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었다. ISD는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했는데 마지막 협상 과정에 가서는 이게 다 선진화라고 사후 정당화를 위해 논리로 바꿨다.(관련기사 보기) 지난 8월 제출한 보고서를 기준으로 보면 미국한테 90% 양보한 셈이다.

프레시안 : 총선과 대선에서 FTA를 쟁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인가?

박석운 : 대중적 분노를 집결하는 게 기본이다. 이걸 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협상 내용을 잘 모르고 있기 때문에 이를 적극적으로 분석하고 알려내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지역과 부문에서 단위별로 설명회, 토론회, 강연회 등 교육을 집중적으로 실시할 것이다. 협정문이 공개되는 5월 중순을 1차 집중 투쟁시기로 잡았다. 그리고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하는 6월말을 또 총력집중기간으로 설정했다.

이어 정부가 9월 정기국회에 비준동의안을 제출할 것으로 보기 때문에 여기에 맞춰 집중 투쟁을 전개하고 10월 말부터 11월 중순까지 2차로 전국 거점을 순회하는 투쟁을 전개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11월 중하순에 대선을 앞두고 총궐기투쟁을 조직해 이걸 통해 핵심적인 대선 쟁점화로 나아갈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여론을 결집해 나가면서 결과적으로 정치지형을 바꿔 찬FTA 와 반FTA 로 대선지형이 바꿔지도록 해야 한다.

프레시안 : 국회가 9월에 비준 동의안을 통과시키면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 아닌가.

심상정 : 국회에서 가결될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노 대통령이 이것을 분명한 자기 성과로 가져가려는 의지가 확고하다는 점에 있다. 그래서 대통령이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른바 노 대통령과 한나라당, 보수언론, 재벌을 아우르는 신보수연합이 타이트하게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에 기반해서 국회 비준을 낙관하는 것이다. 현재 정치구조로 볼 때 충분히 가능한 얘기라고 본다. 그러나 이는 여기에 맞서는 진보진영 대응이 어디까지 가느냐에 따라 판가름 나는 문제다.

비준을 저지할 가능성도 높다고 보는 근거는 세 가지인데, 우선 타결 내용이 국민들이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다. 두번째는 FTA저지 투쟁 전선이 지금까지 어떤 운동보다도 가장 광범위하고 실천적 근거를 가지고 결집돼 있다. 삶의 문제로 결집돼 있다는 것이다. 세번째로는 역시 선거 국면이라는 점 때문에 유동적이라고 할 수 있다.

"자칫하면 '글로벌 쪽팔림' 당할 수 있다"

박석운 : 국회 비준을 9월 정기국회에서 강행 시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대중사업을 통해 국민 여론을 바꿔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졸속 비준 강행 시도에 대해 실력 저지하겠다는 국회 내의 결의도 매우 중요하다. 현재 이 국회 구도 내에서 비준을 시도하면 매우 불리한 상황이므로 이번 정기국회 내에서 비준 시도를 철저히 막아야 한다.

심상정 : 이번 대선구도 자체를 보수 대 진보의 양 구도로 재편하는 과정을 시민사회계가 주도해 나가야 한다. 이번 대선 구도는 내용적으로는 신자유주의세력 대 반신자유주의 세력, 정치적으로 표현하자면 범한나라당 대 범민주노동당 세력으로 전선이 짜여야 한다.

한미FTA는 찬반만 있다. 중도나 제3지대는 허용하지 않는다. 김근태, 천정배 의원이 단식 농성을 했다. 이건 우리가 견인해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FTA 와 상관없는 정치행보는 어렵다. 이미 통합신당의 결집은 불가능해졌다고 본다. 이른바 기회주의적인 실패한 집단의 패자부활전의 공간을 최대한 축소해야 한다. 제3지대나 중도세력이라는 기회주의적 공간은 FTA 비준의 배후세력이 될 것이다. 따라서 FTA 비준 저지와 대선구도는 긴밀한 연관이 있다.

이해영 : 한미FTA가 발효되려면 우리 국회 통과 여부와 상관없이 미국 의회도 통과해야한다. 매우 중요하고 아주 상식적인 지점인데, 미국 의회의 통과 여부도 아직은 불투명하다. 그렇다면 우리 국회가 미국은 어떻게 하든 먼저 홀딱 벗고 설칠 것이냐. 우리는 통과시켜 놓았는데 나중에 미국 의회에서 부결돼 버리면 이건 '글로벌 쪽팔림'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국의 동향도 매우 중요하다.

또 대선 총선 국면과 한미FTA가 맞물려가는 문제는 대중 동원의 수준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심 의원이 정치 프리즘으로 범한나라당 대 범민주노동당을 얘기했다면, 시민사회의 관점에서 보자면 진보개혁세력 대 신자유주의 세력의 한판 승부라고 할 수 있다. 6월항쟁 20주년이 되는 올해 또 한번의 정치적 격변이 예고돼 있다고 볼 수 있다.

한미 FTA 찬반에는 중간지대가 없다
▲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 ⓒ프레시안

이태호 : 한미 FTA 찬반에는 중간지대가 없다. 이걸 대선 쟁점화, 나아가서 총선 쟁점화하기 위해선 어려운 정치적 노력이 필요하다. FTA에 반대하는 민주적 역량이 강화돼, 이 역량을 중심으로 이합집산할 수 있는 정치인들을 통합해낼 수 있어야 한다. 결과적으로는 의회 내에서 FTA 찬반을 중심으로 초정파적 연대를 공고하게 실현해 내느냐의 문제다.

장기적으로는 신자유주의와 미국화를 선택하는 흐름과 민주주의와 새로운 한반도를 선택하는 흐름이라는 큰 구획이 나눠지는 중요한 국면에 있지만 단기적으로 쉽게 갈라질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다층적 분화의 시기를 어떻게 민주주의 운동을 중심으로 통합해 나갈 것이냐는 것은 FTA 찬반에도 중요하지만 FTA를 넘어선 대안적 미래를 위해서 굉장히 중요하다.

이해영 : 지금까지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각종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나왔는데, 딱 하나가 빠져 있다. 그게 아래로부터의 정계개편 시나리오다. FTA 찬반을 중심으로 아래로부터 압력을 통해서 정치권의 새로운 균열을 만들어내는 아래로부터의 정계개편 시나리오도 구상을 가동할 때가 됐다. 이것이 전혀 근거가 없거나 비현실적인 구상은 아니라고 본다.

심상정 : 대한민국 사회는 전환기다. 이런 전환기에는 정치공학만 가지고는 점쟁이 노릇을 할 수 없다. 이 시기에 한미FTA라는 보수 대 진보가 첨예하고 총동원되는 의제를 중심으로 정치재편을 적극적으로 도모해야 한다고 본다. 정치공학적인 정계개편이 아니라 전선 속의 실천을 바탕으로 한 결집이 필요하다.

박석운 : 그러기 위해서는 그물을 넓게 쳐야 한다. FTA 반대라는 분명한 기조를 명확히 해야 하지만 그물을 넓게 쳐서 큰 판을 만들어야 한다. 이 큰 엄청난 역사적 투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보다 효과적인 세력의 재편과 힘의 결집이 필요하다. 대선판이라는 용광로 속에서 효과적인 강력한 정치세력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

"FTA는 '우리'를 되돌아보는 계기이제부터 시작"

프레시안 : 어느덧 대담을 정리해야 할 시간이 된 것 같다. 마지막으로 FTA반대 운동에 대한 평가와 이 운동이 향후 한국사회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얘기했으면 한다.

이태호 : 마무리 발언으로 부적절할 수도 있는데 왜 진보와 개혁을 얘기하던 노무현과 386이 이렇게 변화했는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운동에 그런 모습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보수의 언어에 맞서는 대항담론을 얘기했다. 그렇다면 우리 진보진영의 운동이 과연 얼마나 언어를 바꾸었는가. 우리가 진짜 원하고 있는 사회를 그려나가고 밀고 나가는 뒷심은 얼마나 갖고 있느냐. 우리 민주주의가 얇다고 했는데 우리가 갖고 있는 뒷심도 얇은 게 아닌가.

그런 점에서 FTA는 우리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민주화 이후 20년 동안 우리가 어디에 와 있는가를 되돌아보는 운동이다. 새로운 언어와 민주주의 과제를 어떻게 정초하고 다양한 우리사회의 발전모델을 통한 실험과 운동을 만들어갈 것인가가 우리의 궁극적인 숙제다.

이해영 : 지난 6월항쟁 이후 20년동안 진보개혁세력이 너무 지는 데 익숙해 있는 것 아니냐. 한미FTA도 최악의 경우 지더라도 이기기 위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대선 및 총선의 쟁점화에 성공해야 한다. 이를 통해 아래로부터의 정치개편을 시도해야 하고 새로운 언어들을 우리사회의 아젠다로 셋팅해내는 데에 성공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의 중심고리가 FTA반대 투쟁을 통해 얼마나 활성화된 대중동력이 유지되고 이것이 올 연말까지 유지되느냐의 문제다.

박석운 : 지난 1년을 되돌아 보면 성공적인 투쟁을 했다. 87년 이후 운동의 폭이 최대로 넓혀져 있는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이제부터 시작이다. 앞으로 좀 더 구체적인 타겟이 명확해지고 구체적 문제가 폭로되면 결집도나 강도가 다를 것이라고 본다. 협상이 워낙 엉터리이기 때문에 상당히 유리한 국면이 조성될 수 있다고 본다. 거기다가 조금만 더 창조적인 지혜와 노력이 더해진다면 승리할 수도 있는 거 아니냐.

심상정 : FTA는 거슬러 올라가면 YS정권의 자본의 자유화, DJ정권의 IMF에 의한 급속한 개방 프로그램에 이어 우리사회가 나갈 수 있는 양 방향 중 한 방향을 완성하는 단계라고 본다.

이런 사회경제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이번 대선을 통해 과거 수십 년 동안 우리사회를 지배해 왔던 수구보수세력이 스스로 정계개편을 통해 신보수연합으로 권력구조를 개편하려는 것이다. 개헌도 이런 신보수연합 프로그램의 중요한 일환으로 제기됐음이 실증되지 않았나? 국민들이 요구하는 민생, 평화, 복지가 아니라 보수체제의 연계와 단결을 위한 수단으로 개헌이 제안됐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미FTA는 대한민국 사회의 미래를 규정하는 가늠자로서 우리에게 주어져 있다. 한미FTA저지운동의 향배는 좀 크게 얘기하면 대한민국사회에서 신자유주의의 향배, 동시에 수구보수정치세력의 정치개편 방향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런 인식 속에서 FTA반대 운동에 임해야 한다.

프레시안 : 반FTA운동이 한국사회의 미래에 대한 시민들의 전망과 참여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기를 기대하겠다. 장시간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