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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반대, 트럼프 탄핵"...2020년에도 '여성행진'

[현장]"트럼프, 전쟁으로 탄핵 물타기"..18일 백악관 인근서 '여성행진'

"2020년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하는 마지막 해가 돼야 합니다. 우리는 크고 명확한 목소리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말합니다. 이제 퇴장할 때입니다!"

미국 역사상 단일 시위 중 가장 많은 인원이 참가한 기록을 가진 '여성행진(Women's March)'이 2020년 1월 18일 워싱턴DC에서 개최된다. ('여성행진' 공식 홈페이지 바로가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다음 날인 2017년 1월 21일 워싱턴DC 등 세계 각지에서 일어난 '여성행진'은 올해로 4번째를 맞는다. 2017년 첫 번째 '여성행진'에는 워싱턴 시위 인원만 50만 명, 미국 전역 시위 인원은 290만 명에서 420만 명으로 추산, 미국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큰 단일 시위로 기록됐다. 당시 워싱턴 이외에도 전세계 168개국에서 400여개의 행진이 진행됐다.

'여성행진'의 시작은 트럼프 대통령의 여성혐오적이며 인종차별적인 선거 캠페인과 공약 때문이었다. 2016년 11월 미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하자 일부 여성운동가들을 중심으로 '여성행진'에 대한 계획이 논의되기 시작했고, 이에 동조하는 흐름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급속하게 확산됐다.

이런 흐름을 바탕으로 트럼프 대통령 취임 다음 날 '여성행진'이 진행됐고, 이후 '여성'들은 트럼프 정부의 퇴행적인 정책 추진에 제동을 거는 중요한 정치 세력이 되어 왔다. '여성행진'의 목적은 여성 인권과 성소수자 인권 증진, 이민자 정책 개혁, 인종 차별 철폐, 평등한 노동조건, 당면한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책 마련 등을 촉구하고자 함이다.

2017년 '여성행진'은 최대 규모의 시위라는 점 뿐 아니라 마돈나, 스칼렛 요한슨, 아메리카 페레라, 애슐리 저드, 밴 존스, 마이클 무어, 자넷 모크 등 문화예술인들이 연단에 서서 트럼프 정부의 '반여성' 정책을 비판했다는 점에서 크게 눈길을 끌었다. 이들 외에도 엠마 왓슨, 크리스틴 스튜어트, 조셉 고든 레빗, 샤를리즈 테론, 나탈리 포트만 등도 소셜 미디어를 통해 시위에 참여한 사진을 올리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 2017년 '여성행진'에 참여해 연설한 가수 마돈나(왼쪽), 배우 스칼렛 요한슨(가운데), 배우 아메리카 페라리(오른쪽). ⓒ페이스북 캡처

 


"전쟁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트럼프 대통령"

2020년 '여성행진'도 트럼프 정부의 반인권, 반환경 정책에 대한 비판을 이어간다. 여기에 당면한 과제로 '전쟁 반대'가 추가됐다. 2020년 새해 벽두인 지난 2일 트럼프 정부가 이란 군부 실세인 가셈 솔레이마니를 '드론 참수'하면서 미국과 이란 사이에 전쟁 위기가 고조됐다. 

트럼프 정부는 솔레이마니 제거가 '임박한 위협' 때문이라고 주장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임박한 위협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을 바꾸면서 정당한 방어 행위였는지 논란이 일고 있다. 이란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을 '암살혐의'로 국제재판소에 제소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양국의 갈등이 커지면서 이란의 미사일 발사로 우크라이나 항공의 여객기가 격추돼 이란, 캐나다 등 5개국의 민간인 176명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본격적인 전쟁이 일어나기도 전에 이미 200명에 가까운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   

2020년 '여성행진' 주간인 16일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국회의사당 앞에는 트럼프 정부가 이란과 전쟁 위기를 조장하는 것을 비판하기 위한 집회가 열렸다. 이 집회에 참석한 베티 오건 씨는 기자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이라는 자신의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전쟁을 활용하고 있다"며 "이 자체가 범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 아동을 포함해 전쟁과 전혀 무관한 민간인들이 전쟁을 통해 가장 많이 희생되고 있기 때문에 여성들이 나서서 전쟁을 반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전쟁은 많은 이들의 미래를 빼앗는 행위이기도 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루스 리더 씨와 그의 사촌 마치 씨는 "올해 '여성행진'에서는 여성인권과 노동권의 문제, 이주민 정책, 기후변화 문제 뿐 아니라 이란과 전쟁 반대가 주요한 이슈 중 하나로 다뤄진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면 불법적인 것이라고 무조건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금융자본과 군산복합체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결탁해 있으며,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많은 제도권 정치인들을 후원하는 '큰 손'이며 전쟁의 배후세력이기도 하다"며 "정치권이 유권자들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 거대자본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 것도 매우 중요한 문제로 지적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 16일 '전쟁 반대' 집회에 참석한 여성들. 왼쪽부터 베티 오건, 루스 리더씨와 사촌 마치. ⓒ프레시안(전홍기혜)

 

2020년 '여성행진'은 예년과 달리 일주일 동안 3가지 주제와 관련해 시위와 집담회를 개최한 뒤, 18일에 백악관 앞에서 총궐기 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15일에는 이주민의 정의와 관련된 이슈로 집담회를 열었고, 16일엔 이란과 전쟁을 반대하는 집회를 국회 앞에서 열었다. 17일 저녁엔 젊은 여성들이 모이는 전야제 격인 '유스 라이징 2020 (Youth Rising 2020)' 행사를 갖는다.

▲ 16일 미국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전쟁 반대, 트럼프 반대" 집회.ⓒ프레시안(전홍기혜)

 

ⓒ프레시안(전홍기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