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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MB는 교활한 양아치…문재인은 또 진다"

[단박 인터뷰]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 ②

 

박근혜 대통령을 놓고서 "연산군과 비슷한 심리" 상태라며 사실은 "대통령을 하기 싫다"는 충격적인 심리 분석을 내놓았던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 <트라우마 한국 사회>, <싸우는 심리학> 등의 저자인 김태형 소장이 다른 정치인을 놓고서 한 정치 심리 분석도 충격적이지만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관련 기사 : ① "박근혜는 연산군…대통령 하기 싫다")

김태형 소장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놓고서 "겁이 많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문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과 달리 정치적 사명감과 철학은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되더라도 같은 잘못이 반복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과연 2017년 대선에서 이길 수 있을까'를 놓고선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렇다면, 역대 대통령 가운데 대통령이 되고 싶은 진짜 욕망에 충실했던 인사는? 김태형 소장은 그 욕망의 주인공으로 이승만, 전두환, 이명박 세 명을 꼽았다. 이 세 사람에 대한 박한 평가, 그리고 그가 생각하는 최고의 대통령이 누구인지는 직접 확인해 보시길.

박근혜 대통령과 박근혜 정권 분석에 이은 인터뷰 내용을 추가로 공개한다. 김 소장과 지난달 24일 2시간 넘게 진행된 이 인터뷰는 총 3회에 걸쳐 게재될 예정이다.

문재인, 또 진다고? 

프레시안 : 야권에서 가장 두드러진 대선 후보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다. 그런데 문 대표 역시 권력욕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자기 정치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일까? 혹시 문 대표가 대통령이 된 후, 박근혜 대통령과 같은 전철(前轍)을 밟게 되는 것 아닐까?

김태형 : 문 대표는 박 대통령과 같지 않을 것이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시대적 사명감이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드러났듯 전투력이 없다. 게다가 겁도 많은 편이다. 그런 문 대표가 2017년에 대선 후보로 다시 출마한다면? 또 질 것이다. 상대가 누가 나오든 필패할 확률이 높다. 

대권에 두 번 이상 도전해 성공한 사람이 누구인가. 김대중 전 대통령(1971년, 1987년, 1992년, 1997년)과 노무현 전 대통령(1997년, 2002년)이다. 두 사람은 겁이 없다. 공격이 들어오면 맞받아치던 사람들이다. 문 대표처럼 회피하고 변명하는 사람이 아니다. '문재인 스타일'은 극우 보수 세력의 온갖 공격을 이겨내고 최종 승자가 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요즘처럼 복잡한 국면일수록 전투력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선비 스타일의 얌전한 지도자는 태평성대에나 어울린다. 대중 또한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를 원한다. 

프레시안 : 그렇게 보면, 현재 여야 정치인 중 가장 전투력 있는 사람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다. (웃음)

김태형 : 그렇긴 한데, 김 대표는 역시 시대착오적인 인물이다. 똑같은 전투력을 가진 사람이 야당에 있다면, 김 대표를 제치기는 쉽다. 대중들에게 새 시대에 맞는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프레시안 : 여야의 차이는 굉장히 명확하다. 여당은 이익 공동체고 야당은 가치 공동체다. 이익 공동체를 상대로, 가치 공동체는 절대 이길 수 없다. 권력을 손에 쥔 여당은 서로가 무엇을 나눠 먹을 수 있는지 너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야당은 집권해도 보수적 가치를 가진 관료·법조·재벌과 나눌 수 있는 파이(pie)가 없다. 그래서 야당의 목표는 각자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고, 여당의 목표는 정권을 차지하는 것이다. 

김태형 : 극우 보수 세력이 내각제로 개편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만약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도 변형된 보수로 2017년 세 번째 집권 기회를 노릴 것이다. 이 경우, 유권자들은 2012년 성공 전략인 '보수(박근혜)의 거짓말'에 또 흔들릴 수 있다. 인간 심리상, 사람은 믿으려는 심리가 믿지 않으려는 심리보다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지배층이 반민중적인 집단일 때 거짓말은 강력한 통치 수단이 된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지배층이 민란이나 항쟁을 일으킨 사람에게 '잘해 줄게'라고 타협한 뒤, 그들이 방심하면 천연덕스럽게 칼을 휘둘렀다. 또 지배층 사람들은 인격적으로 도덕성이 없는 위선적일 가능성이 크다. 잃을 것도 많아서 늘 방어적이다. 일단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한 뒤, 실수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발뺌하는 식이다. 이는 개인적인 문제보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더 크다. 

민중이나 국민에 기초한 정부라면, 장기적으로 볼 때 거짓말한다고 이득 볼 게 없다. 실수한 게 있으면, 공개하는 게 낫다. 하지만 인류 역사에서 반대 세력(민중적 세력)이 집권한 경우가 거의 없어, 지금까지 거짓말은 중요한 통치술로 발전돼 왔다. 어떻게 보면, 거짓말을 잘 써먹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의 '새경제', 과연? 


프레시안 : 박 대통령을 위시한 극우 보수 세력이 지난 대선에서 거짓말로 이겼지만, 또 거짓말을 해도 유권자는 믿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정치인 선택의 기준이 되는 심리는 무엇인가. 

김태형 : 일단은 유권자가 가진 동기, 욕망에 정확한 호소를 누가 할 것이냐가 관건이다. 그런데 극우 보수 세력은 나쁜 욕망에 호소한다. 따라서 민주 진보 세력이 나쁜 욕망에 같이 호소하면, 무조건 지게 되어 있다. 뉴타운 공약이 화두가 된 2008년 18대 총선에서 서울 48개 지역구 중 40대 7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통합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에 압승했다(나머지 1개 지역구는 창조한국당이 차지했다). 

민주 진보 세력은 훨씬 더 좋은 욕망, 건전한 욕망을 건드려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도덕성과 정의에 호소해야 한다. 그런데 야권 역시 물질주의를 의식해 자꾸 물질주의적 욕망에 호소한다. 지난 대선에서도 '우리가 돈 더 줄게' '우리가 집권하면 더 잘 살게 해줄게'라고 말했다. 이럴 때 유권자는 '누가 나에게 돈을 더 줄 것인가'를 계산해 판단한다. 

하지만, 사회 구조상 극우 보수 세력이 유권자의 욕망을 실현해 주기가 더 쉽다. 즉, 돈을 줄 수 있는 여건이 보다 용이하다는 말이다. 극우 보수 세력의 공약이 형편없어도 유권자가 판단하기에 '쟤네가 더 현실성 있다'라고 생각하면, 보수를 찍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 야당이 정권을 잡아서 경제 민주화를 하는 것보다 무게의 초점이 여당에 더 실리게 되어 있다. 

프레시안
 : 그럼, 문 대표가 지난달 9일 국회 대표 연설에서 제시한 '새경제'는 물질주의적 욕망에 기댄 필패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건가. 

김태형 : 그렇다. '새경제' 역시 물질주의다. '그동안 우리가 잘못된 노선을 걸어왔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은 이게 아니며, 진짜 행복해지려면 이런 사회가 필요하다'는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그렇지'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명박 정권 때부터 지금까지 물질주의가 끊임없이 심화됐다. 돈에 대한 욕망, 즉 돈 중심의 세계관이 팽배해졌다. 이 패러다임의 전환이 중요하다. 우리가 정말 욕망하는 것은 무엇일까? 한국 사람들이 오직 돈만을 욕망하는 것 같지만, 정말일까? 사실은 돈이 아닌 행복을 욕망하지만, 그 행복을 돈으로 착각하고 있다. 그래서 돈을 욕망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돈이 없어 무시당한 경험을 공포처럼 여기고 있다. 돈이 있으면 무시당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래서 돈을 욕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돈이 없어도 무시당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면 된다. 물질주의로부터 인간주의 내지는 행복 중심의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면 된다. 해방 이후부터 매몰된 물질주의적 세계관과 성장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권을 꿈꾸는 자여, 김대중·노무현처럼…

프레시안 : 그럼, 야당은 앞으로 어떤 전략을 짜야 하나. 

김태형 : 히틀러에게 그래도 배울 게 있다면, 그는 자신의 집권 중 작은 정책을 얘기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국가사회주의, 독일의 공동체 회복, 부르주아 만행 등 큰 패러다임만 말했다. 정책 하나하나를 거론하지는 않았다. 

대선에서는 사람들에게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희망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대통령이 정책 개발자는 아니지 않나. 그런데 야당은 정책만 앞세웠다. 2012년 문재인 후보와 박근혜 후보의 대선 공약 중 복지 부분을 살펴보면, 문 후보는 △국공립 중심의 인프라 확충 △보편적 아동 수당을, 박 후보는 △민간 중심의 인프라 확충 △서비스 대체 현금 지원 유지를 약속했다. 두 후보의 공약이 비슷하지 않나? 유권자가 어떤 정책이 더 좋은지 어떻게 판단하겠는가. 


특히 대선은 시대를 대변하는 두 진영의 대표 주자가 이데올로기나 희망을 갖고 대결을 펼치는 장이다. 노 전 대통령은 이 같은 패러다임을 잘 제시했다. 그의 일관된 메시지는 '정의 실현'이었다. 대통령 취임사에서도 "앞으로는 정의가 승리하고 불의가 패가망신하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스타일의 지도자가 대통령 후보로 나와야 한다. 

다만, 노 전 대통령도 대통령직에 상당한 부담을 가졌던 것 같다. 욕망이 있어 대통령이 됐다기보다는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시대적 사명감이었을 것이다. 2003년 대검찰청이 정치권 전반을 겨냥한 대선자금 수사를 진행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새천년민주당이 한나라당 10분의 1 이상 받은 것으로 밝혀지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라고 했다. 사법부와 야당의 파상공세에 결연하게 맞선 것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대통령직이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심리가 엿보였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한국형 지도자로, 손꼽을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김태형 :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IMF 직후에 대통령을 맡아 경제 문제와 관련해 통제권을 가질 수 없었던 비운의 대통령이었지만, 원칙과 노련미뿐 아니라 끈기와 철학이 있었다. 김 전 대통령이야말로, 가장 대통령 자격이 있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임기 내 6.15 남북 공동 선언을 이뤄낸 것만 해도 통치 철학이 얼마나 뚜렷했는지 알 수 있다. 김 전 대통령의 6.15 선언 덕에 노 전 대통령도 10.4 공동 선언을 할 수 있었다. 두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아직도 북한 사람들은 머리에 뿔이 났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웃음) 

프레시안 : 다른 지도자의 캐릭터도 궁금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어떤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나. 

김태형 : 양아치다. 그것도 아주 교활하고 색깔이 분명한…. 그런데 철학이 있다. 다름 아닌, 돈! 돈을 벌기 위해 대통령이 됐고, 돈을 벌었기 때문에 퇴임 후에도 만족하며 살고 있다. 아주 일관성이 있다.

2008년 촛불 집회 당시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노래 '아침이슬'을 불렀다고 했다. 이런 점에서는 박 대통령보다 조금 유연하다고 할까? 교활하다고 할까? 아무튼 처세술이 뛰어난 사람이다. MB가 늘 "나도 해봐서 아는데!"를 외치지 않았나. 수준 높은 처세가 아닌, 저급한 처세다. 

프레시안 : 박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은? 

김태형 : 박정희 전 대통령은 야심가이면서 기회주의자였다. 콤플렉스가 많아 내면이 복잡한 사람이었다. 무엇보다 정체가 불투명한 사람이었는데, 당시 미국과 북한 모두 그가 좌파가 아닐까 의심할 정도였다. 한 마디로, 현대사가 만든 괴물 또는 기형이라고 볼 수 있다. 

박정희-박근혜 부녀(父女) 모두 인간을 깊이 있게 신뢰할 수 없는 캐릭터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상대방을 배신했던 경험이 많았던 만큼 기본적으로 사람을 믿지 못했다. 특히 여자에 대한 불신이 상당해 여성 편력을 보이기도 했다. 결국 자신의 오른팔이었던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에게 배신당해서 죽었다. 


'이런' 지도자를 기대한다


프레시안 : 시대를 대변할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점은? 

김태형 : 민주 정부 10년, 보수 정부 10년을 거친 한국 사회는 현재 과도기다. 21세기형 새로운 리더가 나와야 한다.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철학을 가진 사람이 나와야 한다. 물질주의를 인간 중심주의로, 대중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 무엇보다 극우 보수 세력의 마지막 발악을 제압할 수 있는 전투력이 필요하다. 

재벌이 강고(强固)하다고 하지만, 극우 보수 세력처럼 통치에 목매며 종북을 무기로 삼는 이들이 아니다. 재벌은 실용주의가 우선이라, 돈이 된다면 통일도 마다치 않을 사람들이다. 남북 간이 협력해 살 수 있다면 기득권을 내려놓을 가능성이 큰 쪽은 오히려 재벌, 즉 한국의 자본가들이다. 민주 진보 세력의 힘이 세지면, 이들의 동맹은 해체될 가능성이 크다. 

새 지도자에 의해 인간 중심주의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면, 자본가 중 상당수는 이탈할 것이다. 극우 보수 세력이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결탁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들은 극우 보수 세력이 형편없다고 생각하면, 언제든 대안 세력을 찾을 것이다. 

그나마 한국 재벌은 미국의 경우와 반대다. 재벌이 극우 보수 세력을 만들고 조정하는 게 아니라, 정치권이 권력을 앞세워 재벌에게 횡포를 부려가며 돈을 뜯었다. 그래서 한국 자본가들은 극우 보수 세력을 싫어한다.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싫어한 것은 유명하다.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은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 돈을 하도 많이 뜯겨 노골적으로 싫어했다. 그리고 이건희 회장은 1995년 중국 베이징에서 "기업은 2류, 행정은 3류, 정치는 4류"라고 말했을 정도로, 정치에 부정적이다. 

또한 미국이 쇠퇴하면서 한국에서의 영향력도 퇴조하고 있다. 민주 정부의 성과인 개성공단을 둘러싼 재벌과 극우 보수 세력 간 알력(軋轢)도 지켜볼 일이다. 재벌 상당수는 개성공단 정상화를 바라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극우 보수 세력이 시대에 뒤처진 집단으로 인식되는 순간, 인간 중심주의를 바탕으로 한 극적 변화의 가능성도 내다볼 수 있다.

 

(이 기사는 이명선 기자와 함께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