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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동맹국에 '굴욕'…아르메니아, 러시아 주도 군사훈련 취소

아르메니아 총리 "러시아군 주둔이 안보 위협 가중시켜" 불만 제기

아르메니아가 일상적인 훈련을 위해 러시아 군대를 유치하는 것을 거부하고 나섰는데,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동맹국이라고 생각했던 나라로부터 또 한번의 굴욕을 당한 것으로 평가된다.

니콜 파시얀 아르메니아 총리는 1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갖고 러시아가 주도하는 구소련 국가들의 동맹인 집단안보조약기구(Collective Security Treaty Organization)가 올해 말 계획한 군사훈련을 취소한다고 밝혔다고 <AP> 통신이 보도했다.

파시얀 총리는 매년 해오던 군사훈련을 취소한 것에 대해 "현재 상황에서는 부적절하다"며 "러시아가 아르메니아에 군사적으로 주둔하는 것은 안전을 보장하지 못할 뿐 아니라 아르메니아의 안보 위협을 가중시킨다"고 말했다. 아르메니아는 지난 1994년 이후 아제르바이잔과 오랫동안 영토 분쟁을 하고 있는 국가다. CSTO에는 아르메니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이 속한다. 아제르바이잔은 이에 속하지 않는다. 

그는 지난해 9월 있었던 아제르바이잔과 교전에서 러시아 평화유지군이 분쟁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 주변에서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을 비판하면서 아제르바이잔과의 긴장 완화를 돕기 위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지원을 구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지난해 9월 분쟁 직후 아르메니아를 방문해 아제르바이잔을 향해 "끔찍한 공격"을 했다고 규탄해 분쟁을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각각 구소련에 속했던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는 2020년 9월 오랜 영토 분쟁 지역인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두고 전쟁을 벌여, 교전으로 약 6600명이 사망한 끝에 러시아의 중재로 평화협정이 체결됐다. 이전에 아르메니아 소수민족이 점유하고 있던 이 지역을 전쟁으로 아제르바이잔이 일부 장악하게 됐으며, 러시아는 양측의 충돌 방지를 위해 5년 동안 나고르노-카라바흐에 2000명 규모의 평화유지군을 배치했다. 그러나 지난 9월 또다시 교전이 발생해 아르메니아가 더 큰 인명피해를 입었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11월 파시얀 총리는 CSTO 정상회의에서 "외부 위협에서 회원국을 보호하지 못했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AP> 통신은 아르메니아의 군사훈련 거부에 대해 "러시아 동맹국들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는 또 다른 신호"라고 분석했다. 

▲파시얀 아르메니아 총리(왼쪽)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