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尹대통령 '핵무장' 발언에 미국 "美 핵우산 불신하나"

미 국방부 대변인 "미국 정책은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 들어 거듭 핵과 관련해 미국 입장과 배치되는 발언을 내놓은 것에 대해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워싱턴 조야에서는 "이 정도로 미국의 핵 우산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게 놀랍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과 180도 달라진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는 것에 당혹감을 표하는 발언도 나왔다.

윤 대통령은 11일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북한의 도발 수위가 높아질 경우 "대한민국이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며 "만약 그렇게 된다면 우리 과학기술로 더 빠른 시일 내에 우리도 (핵무기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핵무장'을 직접적으로 주장하고 나선 것은 이 발언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조선일보>와 가진 신년인터뷰에서 "실효적 확장 억제를 위해 미국과 핵에 대한 공동 기획, 공동 연습 개념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백악관은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한국은 핵 보유국이 아니며 공동 핵 연습은 논의하지 않았다"며 부인하고 나섰다.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 12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의 독자 핵무장 가능성 언급에 대해 "미국 관점에서 보면 미국 정책은 분명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라이더 대변인은 "우리는 역내 동맹국인 한국 및 일본과 안보·안정을 수호하고, 북한과 같은 국가로부터의 공격을 차단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면서 "한국에는 미군이 주둔하면서 한국을 방어하고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내 미군에 더해 한국은 미국의 확장억제 우산 안에 있다는 것도 중요하게 기억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핵우산이 작동하지 않을 경우'에 대한 질문에 "가정적인 질문에는 답하지 않겠다"며 "현재까지 잘 작동해왔다"고 답했다. 

한편, 미국 외교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당혹감을 표시하는 이들도 있었다. 12일 미 브루킹스연구소와 한국국가전략연구원(KRINS), 조선일보가 공동으로 주최한 비공개 외교안보토론회에서 미국 측 인사는 "대선 후보 시절과 취임 직후 여러 핵무장 옵션에 선을 그었던 걸 생각하면 달라진 태도"라며 "매우 놀랍고 혼란스럽기까지 하다"고 했다. 한 미국 인사는 "글로벌 중추 국가가 되겠다는 한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 국제 규범 위반을 무릅쓰고 핵무장을 하면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른 인사는 "이 정도로 미국의 확장 억제(핵 우산)에 대한 신뢰도가 낮고 일종의 분노까지 있는 게 놀랍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엔 "자체 핵무장은 비학산 체제에 정면으로 위배되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가능성이 높다"며 '자체 핵무장론'에 반대해왔다. 

한편, 윤 대통령의 '핵무장' 발언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NPT 체제를 준수한다는 대원칙에 변화가 없다"며 "북핵 위협이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단호한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해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2023년도 외교부-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