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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美 하원 의장 선거서 1표 '굴욕'…하원, 사흘째 의장 선출 실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의장 선거에 이름이 등장해 1표를 받으며 의도치 않게 참패를 당했다.

미 하원은 118대 의회가 지난 3일 출범하면서 하원의장 선출을 위한 선거를 진행하고 있는데, 다수당인 공화당이 분열하면서 캐빈 매카시 원내대표가 과반 득표(218표)를 얻지 못하면서 3일째 고전 중이다.

매카시 원내대표가 지나치게 유화적이라는 이유로 그를 반대하고 있는 21명의 공화당 강경파들은 여전히 "매카시가 포기해야 한다"며 한발도 물러설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화당 강경파 중 한명인 맷 게이츠 의원은 이날 7차 투표와 8차 투표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명했다. 미국 헌법에는 하원의장이 현직 의원이어야 한다는 내용이 없다. 그래서 일부 열혈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패배한 뒤 트럼프가 하원 의장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원의장은 대통령, 부통령에 이은 권력서열 3위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날 하원의장 선거에서 게이츠 의원 1명의 지지를 받는데 그쳤다. 나머지 강경파 의원들은 바이런 도널드 의원을 지지하거나 기권했다. 트럼프는 9차 투표에는 후보로 지명을 받지 못했다. 매카시는 3번의 재투표에서 과반에서 한참 모자른 201표와 200표를 얻는데 그쳤고, 민주당 하킴 제프리스 원내대표는 민주당 전원의 지지를 받아 212표를 얻었다.  

트럼프가 하원의장 선거에 등장한 첫번째 전직 대통령은 아니다. 존 퀸시 애덤스 전 대통령도 1835년 하원의장 선거에서 2표를 받은 기록이 있다. 

트럼프는 전날 매카시 지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트럼프는 이들 21명의 의원 중 17명에 대해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공개 지지 입장을 밝혔었다. 이처럼 자신과 밀접한 의원들의 반발로 의회가 공전하는 것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4일 자신이 만든 소셜 미디어 플랫폼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공화당은 위대한 승리를 거대하고 당혹스러운 패배로 만들지 말라"며 "캐빈 매카시는 어쩌면 잘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의 이런 중재에도 불구하고 맷 게이츠, 로렌 보버트 등 강경파 의원들은 언론과 인터뷰 등에서 "매카시가 경선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매카시 원내대표는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 하원의장의 권한을 축소하는 양보안을 제시했지만, 아직까지 이들은 요지부동이다.  

이들 절대 다수가 공화당 내 극우 성향의 '프리덤 코커스' 소속이라는 점에서 <월스트리트저널> 등 일부 언론에서 "혼돈의 코커스가 돌아왔다"며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프리덤 코커스' 지난 2015년에서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을 몰아내는 등 자신들의 극단적인 주장을 최대화하기 위해 당내 분란을 초래한 전력이 있다. 매카시는 이 때도 하원의장 후보로 물망에 올랐지만 프리덤 코커스의 반대로 경선에 나서지 않았었다.  

미 하원의장 선거 1차 투표가 부결된 것은 1923년 이래 100년 만이다. 당시 9번 투표 끝에 결론이 났다. 이번 사태도 100년 전 기록이 깨졌다. 또 남북전쟁 직전인 1855년에는 의회 내 분열로 인해 60여일 동안 133번의 투표 끝에 하원의장을 선출한 전례도 있다. 

▲공화당 캐빈 매카시 원내대표(왼쪽)가 하원의장 선거가 진행 중인 의사당에서 동료 의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