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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원 일당 받으며 20만원 짜리 월드컵 유니폼 만드는 의류 노동자들

일당 1달러 인상 요구하자 군 병력 동원해 파업 진압…26명 해고하기도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즐기는 수백만명의 축구 팬들이 입은 나이키와 아디다스 유니폼을 만드는 남아시아 의류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조건을 고발하는 기사가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실렸다.

축구팬들이 입은 90달러에서 150달러짜리 유니폼, 200달러 이상의 축구화 등은 하루 4800짯(2.27달러, 한화 3000원)을 받고 일하는 미얀마 앙곤의 푸첸그룹 공장 노동자 7800명 등 동남아시아 의류 노동자들이 만들었다.

이 공장의 노동자들은 지난 10월 하루 일당을 3.78달러(약 5000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더니, 공장 측은 군 병력을 동원해 파업을 진압하고 노조 지도부 16명을 포함해 26명을 해고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의류 노동자들의 고통은 더욱 심해졌는데, 특히 미얀마의 경우 지난해 군부 쿠데타 이후 짯-달러 환율이 50% 이상 폭등했고, 물가도 급등했다. 쌀이 주식인 미얀마에서 쌀값이 1kg에 1000짯(약 707원)에서 최근 1600짯(약 1130원) 수준으로 올랐다고 한다. 

<NYT>는 한 해고 노동자는 사흘째 굶고 지내다가 동료 노동자들이 가져다준 음식으로 겨우 허기를 면하는 등 매우 열악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고용주의 보복이 두려워 익명으로 인터뷰한 22세의 노동자는 "우리는 집세를 내고 가족들에게 돈을 보낼 수 있을지 너무 걱정"이라며 "나는 심지어 먹을 것을 살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해고 사태에 대해 대만에 본사를 둔 푸첸 그룹은 "현지 법 규정을 따르고 있다"고 해명했으며, 아디다스는 "공급업체의 조치가 적법한지 조사하고 있다"며 "푸첸 그룹에 해고노동자들의 복직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노동자인권컨소시엄'의 툴시 나라야나사미 국장은 "월드컵 관련 제품을 만드는 의류 노동자들의 심각한 인권침해가 완전히 무시되고 있다"며 노동 탄압에 대해 비판했다. 

앞서 지난해 <가디언>은 지난 10년 간 카타르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인도, 네팔,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파키스탄 출신 이주 노동자 6500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카타르 인구 300만 명 중 200만 명은 이주 노동자로 이 중 대부분이 아시아 국가에서 이주한 남성들이다. 2010년 월드컵 개최 확정 뒤 카타르에선 경기장 7곳과 호텔 등이 새로 들어서고 공항, 철도, 도로 등 교통 시설의 대대적 정비가 이뤄지며 대형 건설 공사가 이어졌다. 카타르 정부 측은 이런 수치에 대해 부인했으나, 최근 하산 알타와디 카타르 월드컵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은 영국 토크TV 와 인터뷰에서 월드컵 관련 이주 노동자 사망자 수를 묻는 질문에 "약 400명 가량, 400~500명 사이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미얀마 앙곤의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의류 노동자들. ⓒNYT 화면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