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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월드컵 탈락' 환호한 20대 남성, 보안군에 총살돼

이란의 20대 남성이 자국 축구대표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 예선 탈락에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기뻐하다가 보안군 총에 맞아 숨졌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인권단체 '이란 휴먼라이츠(IHR)'는 11월 30일 이란 반다르 안잘리에서 자국 축구팀의 패배를 축하하기 위해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환호한 27세 남성 메흐란 사막이 보안군의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란에서는 지난 9월 22세 여성 마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가 의문사한 사건을 계기로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IHR에 따르면 보안군에 의해 반정부 시위에 동참한 최소 448명이 숨졌다. 사망자 중에는 18세 미만 미성년자가 60명에 달한다.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이란인들은 이번 카타르 월드컵이 이란 정권의 선전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월드컵을 보이코트 해왔다. 이란 대표팀은 전날 미국에 0대1로 패해 조 3위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앞서 이란 국가대표 선수들도 잉글랜드와 1차전 경기를 시작하기 전 국가 제창을 거부하며 반정부 시위대에 연대 의사를 표하기도 했다. 이날 미국전에 출전한 이란 반다르 안잘리 출신 미드필더 사에드 에자톨라히는 인스타그램에 보안군 총에 맞아 사망한 사막에 대한 애도 메시지를 올리기도 했다. 그는 유소년 축구팀에서 사막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내 어린 시절 친구, 어젯밤 쓰라린 패배 이후 들려온 너의 사망 소식은 내 마음에 불을 지폈다"고 밝혔다.

▲이란이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실패하자 이란 반정부 시위 지지자들은 환호했다. 사진은 지난 9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의해 끌려간 뒤 의문사한 아미니를 기리는 티셔츠를 들고 이란과 미국을 월드컵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여성. ⓒA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