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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카는 1월6일의 진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펜스, 트럼프에 공개적으로 '반기'…트럼프 vs. 反트럼프 노선 투쟁 본격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1년 1월 6일 아침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국가안보보좌관을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만날 때 그의 딸 이방카 트럼프도 함께했다.

이날 트럼프는 다시 한번 펜스 부통령에게 전화로 오후 상하원합동회의에서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거부할 권한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펜스에게 "당신은 어려운 결정을 내릴 용기가 없다"고 조 바이든의 승리를 확정 짓는 이날 회의에서 선거 결과를 뒤집을 것을 거듭 요구했다.

또 트럼프는 이날 오후 자신의 지지자들의 국회의사당으로 몰려가 폭동을 일으키는 장면을 TV뉴스 생중계로 "기분 좋게" 지켜봤다고 한다. 그는 참모들에게 "나를 위해 싸우는 저 사람들을 보라"며 매우 흡족해했지만, 함께 지켜보던 참모들이 자신과 달리 흥분하지 않자 혼란스러워했다고 한다.

<AP통신>은 7일(현지시간) 트럼프 백악관 참모의 발언을 인용해 의회 폭동 당일 트럼프의 행적들에 대해 보도했다. 이날 트럼프가 TV를 통해 의회 폭동 현장을 지켜보면서 매우 기뻐했다는 사실은 앞서 스테파니 그리샴 전 백악관 대변인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증언한 바 있다.

의회 폭동 당일 트럼프 행적에 대한 추가 사실은 백악관 선임고문이기도 했던 장녀 이방카 트럼프를 하원의 '1.6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조만간 면담하기로 한 시점에서 나왔다. '1.6 특별조사위원회'는 앞서 이방카가 의회 폭동 발생 직후 아버지에게 두 차례 폭동을 멈추기 위한 메시지를 발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는 의회 폭동이 발생한 지 3시간이 넘게 지난 오후 4시 15분께야 "당신들을 사랑한다. 집으로 돌아가라"는 굉장히 미온적인 뉘앙스의 영상 메시지를 발표했다.

펜스, 트럼프에 공개적으로 반기...공화당 노선 싸움 본격화

또 펜스가 최근 트럼프에게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고 나선 상황도 1월 6일 폭동 당시 트럼프의 행적의 중요성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펜스 전 부통령은 지난 4일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보수주의정치행동 집회에서 "트럼프는 틀렸다"며 "내겐 선거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펜스는 "대통령 자리는 오로지 미국인에게 달렸다"며 "어떤 한 사람이 미국 대통령을 고를 수 있다는 생각은 가장 반미국적"이라고 강조했다.

펜스의 이런 주장은 앞서 트럼프가 지난 1월 6일 있었던 상하원 합동회의와 관련해 "펜스는 상원의장으로서 선거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권한이 있었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트럼프는 "펜스가 재인증 또는 승인을 위해 투표를 되돌려 보내지 않았는지 조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4일 펜스의 반박 발언이 나온 뒤에도 성명을 내고 "부통령의 지위는 선거 사기나 부정의 명백한 징후가 있을 때 (이를 인증하는) 자동 컨베이어 벨트가 아니다"라고 재반박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펜스도 "선거는 의회가 아닌 주차원에서 진행된다"면서 "의회의 역할은 선거인단을 존중해 각 주에 의해 인증되고 제출된 선거 결과를 공개하고 집계하는 것"이라고 헌법에 규정된 역할에 대해 거듭 지적했다.

이런 트럼프와 펜스 사이의 설전은 1월 6일 의회 폭동을 계기로 두드러진 공화당 내 트럼프 진영과 온건보수 진영 사이의 노선 투쟁이 본격화됐다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트럼프 진영이 이미 당내 새로운 주류로 자리를 굳혔지만,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구주류도 그대로 물러서지는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진영'의 최대 무기는 극렬 지지세력이다. 이를 기반으로 트럼프 진영이 장악한 공화당 전국위원회(RNC)에서 최근 트럼프의 두 번째 탄핵에 찬성표를 던지고 하원의 '1.6 조사위원회'에 참여 중인 리즈 체니 하원의원과 아담 킨징어 하원의원에 대해 '불신임' 결정을 내렸다.

이에 맞서는 '반(反)트럼프 진영'의 가장 큰 무기는 명분이다. 트럼프의 '선거 사기론'은 한 번도 객관적으로 입증된 바 없으며, 1.6일 의회 폭동은 명백히 반민주주의적인 폭력 행위다. 따라서 온건 보수세력은 트럼프의 '대선 사기론'과 1.6일 의회 폭동에 대한 비판을 주요한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RNC의 체니와 킨징어 의원 불신임 결정에 대해 '리뉴 아메리카 운동'이라는 단체 소속의 공화당 인사 140명이 이런 결정을 비난하는 성명을 7일 발표했다. 이 성명에는 마이클 스틸 전 RNC 대표, 알리사 파라 등 트럼프 참모 등도 참여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체니 의원과 상원에서 트럼프 탄핵심판 때 찬성표를 던진 리사 머카우스키 상원의원에게 거액의 후원금을 보낸 사실이 최근 알려지기도 했다. 체니 의원은 부시 행정부 때 부통령을 지낸 딕 체니의 딸이기도 하다. 부시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때부터 트럼프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지난 2020년 대선 때도 트럼프를 공화당 후보로 확정하는 공화당 전당대회에 불참했었다.

대중적으로 가장 인정받는 공화당 대통령 중 한 명인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측에서도 '반 트럼프' 입장을 분명히 했다. 2020년 대선 때도 레이건 재단은 트럼프 선거 캠프에 레이건을 떠올리게 하는 어떤 홍보물도 사용하지 말 것을 요청한 바 있다.

또 레이건 전 대통령의 아들 론 레이건은 지난 6일 CNN과 인터뷰에서 현재의 공화당에 대해 자신의 아버지가 살아 있었다면 "매우 실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레이건 전 대통령이 공화당의 '빅 텐트론'을 주장했던 정치인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작금의 공화당 분열상에 대해 비판하며 그 책임이 트럼프와 그 지지자들에게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와 구(舊)주류의 노선 갈등은 이전부터 있었지만,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본격적으로 시작된 모양새다. 이번 중간선거를 통해 공화당을 완전 접수한 뒤 2024년 대선에 재출마하려는 트럼프 세력과 이대로 계속 밀릴 수 만은 없다는 '반트럼프 진영'의 싸움이 어떻게 끝날지는 아직 모른다. 현 시점에서는 트럼프가 '힘'의 측면에서는 확실한 우위에 있다. 그 결말에 따라 공화당의 앞날, 더 나아가 미국 정치의 앞날이 크게 달라질 것만은 분명하다.  

▲ 트럼프 전 대통령.ⓒ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