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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코로나19 사태로 미국에도 무상급식 도입되나

[워싱턴 주간 브리핑] 샌더스 등 진보진영, '보편적 학교 급식법' 발의

특파원 발령이 난 뒤 아이가 처음 미국 학교를 등교한 날, 난 아이에게 점심값으로 10달러를 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9) 사태 이전까지 미국은 학교 급식을 학생들에게 유상으로 제공했다. 저소득층 아동(가계소득이 빈곤선의 130% 이하 가정의 아동)들에게만 급식비가 지원이 된다. 급식비는 학교 통장 계정('스쿨벅스')에 학부모가 입금해 놓으면 학교 식당에서 아이가 먹은 만큼 차감되는 방식이었고, 계정에 돈이 없을 경우 현금을 내고 사먹어야 했다. 점심으로 샌드위치와 우유, 간단한 스낵을 먹으면 가격이 3-4달러 정도였다.

2020년 3월 코로나19로 학교 대면수업이 중단됐다가 1년여 만에 다시 대면수업을 시작한 뒤 달라진 것 중 하나가 소득 수준과 상관 없이 원하는 학생들에게 무료로 급식이 제공된다는 사실이었다(안타깝게도 양질의 급식은 아니라서 상당수의 학생들이 코로나19 이전 때처럼 도시락을 싸온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때인 2020년 4월 14.7%까지 치솟았던 실업률이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직후 6.3%까지 떨어졌지만 여전히 경제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은 저소득층에 집중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빈곤 때문에 미국 내 성인 3000만 명, 아동 1200만 명이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특히 백인에 비해 흑인과 라틴계가 2배나 더 많다고 한다. 이에 따라 미 농무부(USDA)는 최근 학교 무상급식 제공을 2022년 봄까지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 일한 오마 하원의원(미네소타) 등 미국 진보 정치인들은 팬데믹으로 도입된 무상급식을 영구적으로 제도화하는 법안인 '보편적 학교급식 법(Universal School Meals Program Act of 2021)'을 지난 7일(현지시간) 상원과 하원에 각각 발의했다. 

샌더스 의원은 법안을 제출하면서 낸 성명에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에서 매일 수백만 명의 어린이들이 굶주림에 허덕이는 것은 분노해야할 일"이라면서 "모든 아이들은 배고픔 없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밝혔다. 샌더스 의원은 "이 감염병이 유행하는 동안 우리가 본 것은 학교 급식에 대한 보편적인 접근법이 효과가 있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되돌아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에 따르면, 현재 미 전역에서 3000만 명의 학생들이 무상 또는 인하된 가격으로 급식을 제공받고 있으며 팬데믹 무상급식 제공이 만료되면 소득이 빈곤선의 130% 이상인 가정의 학생들은 무상급식을 제공받을 수 없게 된다. 

이들 의원은 또 보편적 무상급식으로 저소득층 가정의 아동들이 급식비를 내지 못해 수모를 당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도 급식비를 내지 못한 학생들에게 급식비를 독촉하기 위해 망신을 주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2018년 <허핑턴 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전역에서 급식비를 내지 못한 학생들에 대한 '점심 창피주기(Lunch-shaming)' 관행은 흔한 일이었다. 앨라배마주의 어느 학교에서는 급식비를 내지 못한 학생들의 팔에 "나는 점심 급식비가 필요해요"라고 적힌 도장을 찍는 일도 있었으며, 급식비를 내지 못한 학생들을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카페테리아 식탁을 청소하도록 시키는 학교도 있었다고 한다. 뉴멕시코주에서는 '점심 창피주기'를 금지하는 법안이 제출되기도 했다. 

이들 의원들은 "아이들이 공공연히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학교 급식을 끝내야 한다"며 학교 급식 체납액을 변제해주는 방안을 제도화하자고 제안했다. 오마 의원은 "전체 학군의 75%가 학교 급식 체납액을 빚 지도록 한다"며 "어떤 학생도 급식 때문에 빚을 지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도 무상급식은 저소득층 가정의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는데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무료 아침식사를 제공할 경우 학생들의 출석률과 성적이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교사들은 학생들의 건강상 문제 중 배고픔을 세번째로 큰 문제로 지적했다고 한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 달 의회에서 승인된 1조9000억 달러의 경기부양안에 저소득층에 대한 식품 지원으로 120억 달러 할당됐는데, 여기에는 푸드 스탬프 (미국의 저소득층 식비 지원으로 바우처 등의 형태로 제공된다) 지원을 15% 늘리는 방안 등이 포함돼 있다. 

▲팬데믹 이후 미국 학교에서도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원하는 학생들에게 무상으로 급식을 제공하고 있다. 버지니아의 한 중학교에서 제공했던 간식과 점심. ⓒ프레시안(전홍기혜)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51203511977164#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