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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트럼프, 체니 제거하고 2022년 중간선거 '배후 조종'?

[워싱턴 주간 브리핑] 美공화당 주도권 싸움, 4개월만에 트럼프 승리로 일단락

리즈 체니 공화당 하원의원(와이오밍)이 결국 조만간 당직에서 쫓겨날 것으로 보인다.

조지 W. 부시 정권에서 부통령을 지냈던 딕 체니의 딸이자 공화당 하원의원 서열 3위인 체니 의원은 당내 대표적인 '반 트럼프' 인사다. 체니는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두 번째 탄핵에 찬성한 이후로 줄곧 트럼프 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 추종 세력에 의해 공격을 당해왔다. 탄핵 찬성표 행사 이후 체니의 지역구인 와이오밍에서 그를 비난하는 집회가 열리고, 하원 의원총회 의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다. 결국 지난 2월 3일 무기명 투표가 진행됐다. 당시에는 대선 패배 이후 트럼프가 어느 정도 영향력을 미칠지 불투명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체니는 의장직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리즈 체니 의원 ⓒAP=연합뉴스

 

트럼프와 공화당 원내대표-총무 모두 "체니 축출" 공개 주장 

그러나 체니가 내주(12일께)에 있을 공화당 의원총회에서는 의장직을 지킬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공화당 원내대표인 케빈 매카시에 이어 서열 2위인 스티브 스컬리스 원내총무까지 체니가 물러나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트럼프도 5일 이에 동의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이 체니의 당직 박탈을 주장하는 이유는 내년 중간선거다. 매카시는 4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우리가 (중간선거에서) 다수당을 차지하려면 모두 하나가 돼 일할 필요가 있다"며 "체니에게 질렸다. 신뢰를 잃었다"고 말했다.

2022년에 있을 중간선거는 조 바이든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의 성격을 가진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입장에서는 국정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 반면 2020년 상하원 선거와 대통령선거에서 모조리 패한 공화당은 2024년 대선을 앞두고 당을 재정비하는 성격을 갖는다. 

이런 상황에서 당 지도부가 '체니 아웃'을 명시적으로 밝힌 것은 2022년 중간선거를 '트럼피즘'을 내세워 치르겠다는 의미다. 트럼프는 지난 대선에서 패배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다수의 공화당 지지자들이 그를 지지하고 있다.

현재 미국 정치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인 '양극화'의 한축이 바로 트럼프와 그 지지자들이다. 트럼프 집권 4년은 '민주주의 종주국'이라고 자부하던 미국 민주주의의 민낯을 보여줬다. 백인 우월주의와 총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국내 테러' 가능성이 어느 나라 보다 높은 나라임이 확인된 셈이다. 공화당은 '의회 폭동' 이후 트럼프와 온건파 사이에서 방황하다가 당장 돈과 사람을 끌어 모으기 쉽기 때문에 트럼프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다음 주 체니가 당 지도부에서 물러날 경우 대선 패배 이후 지속된 트럼프와 온건파의 노선 투쟁은 트럼프의 승리로 일단락되는 셈이다.

체니의 후임으로는 원래는 온건 성향이었으나 지난 대선을 계기로 강성 트럼프 지지자로 떠오른 엘리스 스터파닉 의원(뉴욕)이 가장 유력하다. 현재 공화당 지도부 중에 체니가 유일한 여성이기 때문에 후임으로도 여성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트럼프 이후'를 준비하는 체니 ? 

체니는 최근 트럼프가 지난 대선에 대해 "거대한 거짓말"(Big lie)라며 거듭 '선거 사기론'을 주장하고 나서자 이에 대해 즉각 반박하는 등 여전히 트럼프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체니의 대변인 제러미 애들러는 5일 "이는 하원 지도부 싸움 이상의 것"이라며 "체니는 앞으로 더 많은 말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더힐>이 보도했다.

체니는 5일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을 통해 자신이 트럼프와 싸우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저는 보수적인 공화당원이며, 보수적 가치 중 가장 핵심은 법치에 대한 존중입니다. 우리 모두는 신 앞에 미국 헌법을 지키겠다는 맹세를 합니다. 선거인단이 결정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복수의 판사를 포함해 60여 개의 주·연방 법원이 전 대통령의 주장을 기각하고, 선거 결과를 뒤집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이것이 법치주의입니다." 

짧게는 2022년 중간선거, 길게는 2024년 대선 (그 이후)까지 트럼프와 그 지지자들의 입김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이는 공화당 내에서 체니는 '진지전'을 벌이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헌법 수호"는 미국 정치에서 가장 우선시하는 가치 중 하나다. 당장 당 지도부 자리에 연연하지 않으며 더 큰 차원에서 당내에서 '반 트럼프' 선봉에 서겠다는 의미다. 체니는 공화당이 '탈 트럼프'를 시도하게 되는 미래의 어느 시점을 준비하고 있다. 

자신의 아버지가 함께 했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2016년 공화당 대선 경선 때부터 트럼프와 대립했다. 동생인 잽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트럼프의 경쟁자였던 탓도 있지만 정치적 노선의 차이도 있었다. 부시는 2020년 대선 때도 트럼프 지지 선언을 하지 않았고, 트럼프가 대선 불복을 고집할 때도 비판적 입장을 취했었다. 또 최근 민주당 출신인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독려 광고에도 출연하기도 했다. 

"우리 아이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자유와 민주적 과정을 지지하고 보호하는 기본 원칙을 지킬 만큼 용감해야 합니다. 단기적인 정치적 결과가 어떻든 간에 저는 그렇게 할 것입니다."

체니는 '극우 포퓰리즘'에 기반한 트럼피즘의 정치적 시효가 다할 때를 기다리겠다는 뜻이다. 한국 정치와 비교하면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추종하겠다는 입장이 보수 정당의 장기적 미래 비전이 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게다가 체니를 제외하고 정치적 무게감이 있는 의원들은 대부분 트럼프에게 기생해 자리를 지키기에 급급한데 잘 알려져 있다시피 트럼프는 절대 자신이 후계자를 키우지 않는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50710595807922#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