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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극우집단, 대선 앞두고 미시간 주지사 납치·살해하려다 발각

오는 11월 3일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왔던 현직 여성 주지사를 납치해 살해하려던 계획을 가진 극우무장단체 소속 13명이 8일(현지시간) 체포됐다.

이들 무장단체의 타겟이 된 민주당 소속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는 올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왔다. 휘트머 주지사(이하 직함 생략)는 코로나19 사태 초기 산소호흡기, 방호복 등 부족한 의료장비를 각 주가 알아서 마련하라는 태도를 보인 것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휘트머를 "미시간 그 여자"라고 부르며 비판했다.

FBI "주의회 건물 급습, 휴가 중인 주지사 납치.저격 등 모의" 

이날 ABC 방송 보도에 따르면, 체포된 13명 중 6명은 휘트머의 거주지를 감시했으며 급조된 폭발 장치를 시험한 것으로 알려졌고, 나머지 7명에게는 테러행위에 대한 물적 지원과 폭력단체 가입, 총기관련법 위반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다나 네셀 미시간주 법무장관은 이들이 무장조직인 '울버린 감시단'과 관련이 있으며 "이들의 납치 모의는 심각하게 실존적인 위협이었다"고 밝혔다. 

이들 무장조직은 지난 3월 지역 경찰관 등 법집행관들의 주소를 얻으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수사망에 포착됐다고 연방수사국(FBI)이 밝혔다. 이들은 휘트머를 포함한 인질을 잡기 위해 주도인 랜싱에 있는 주의회 건물을 급습하기 위해 "200명의 남자"를 모집하려고 했다. 

이들은 11월 선거가 다가옴에 따라 좀더 구체적인 계획을 논의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휘트머를 휴가 중에 납치하거나 총으로 쏴 죽이는 것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고 검찰의 고소장에 적시돼 있었다고 한다.

휘트머 "트럼프, 증오와 분열 조장" 

휘트머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용의자들에 대해 "(정신적으로) 병들었고 타락한 사람들"이라고 비난하면서 트럼프가 이들 극우주의자들의 증오범죄를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휘트머는 "지금은 우리가 달에 인간을 보냈던 때와 마찬가지 노력으로 모든 미국인들이 단합해 이 도전에 맞서야 할 때"라면서 "그런데 대통령은 지난 7개월 동안 과학을 거부하고, 보건 전문가의 말을 무시하고, 불신과 분노를 조장하고 증오와 분열을 확산시키는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지난달 29일 첫번째 대선후보 TV토론에서 "백인 우월주의자들이나 무장세력에 대해 비판할 수 있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내가 아는 한 문제는 모두 좌파 집단"이라며 이들에 대한 비판적 발언을 거부했다. 이어 트럼프는 '프라우드 보이즈'라는 극우조직을 거명하며 "물러서서 대기하라"고 다소 엉뚱한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가 극우주의자들에게 사실상 '행동 지침'을 제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휘트머는 이를 거론하면서 자신을 납치하려고 했던 무장조직들과 같은 단체에 대한 비판을 대통령이 거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휘트머는 "정치 지도자들의 말은 중요하고 무게가 실린다"며 "지도자들이 국내 테러리스트들을 만나거나 격려할 때, 그들은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이런 휘트머의 비판에 대해 백악관 케일리 매커내니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은 맥인우월주의자들과 모든 형태의 증오심에 대해 비판해왔다"며 "휘트머 주지사가 이상한 주장으로 분열의 씨를 뿌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납치 용의자 체포 사실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하는 휘트머 주지사. ⓒAP=연합뉴스

 

FBI, 대선 이후 트럼프 지지자들의 '폭동' 염두에 둔 경고? 

휘트머가 무장을 한 반대자들에게 위협을 당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지난 4월 경제 봉쇄책에 반대하는 이들이 중무장을 한 채 주의회 건물을 습격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조기 경제 재개"를 주장하던 트럼프는 자신의 트위터에 "미시간을 해방시켜라!"라는 글을 올려 자신의 지지자들의 주지사들의 봉쇄정책에 맞서 항의시위를 벌이는 것을 독려하기도 했다. 또 사후적으로 이들 봉쇄 반대 시위가 각 지역의 트럼프 선거운동원들이 조직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백인 극우주의자 무장집단과 트럼프 지지자들이 사실상 겹치는 가운데, 이들의 국내 테러 움직임은 트럼프의 평화적 정권 이양 거부와 연관시켜 해석 가능하다. 트럼프는 이미 지난 5월부터 '우편투표 사기론'을 주장하며 이번 선거가 조작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최근에는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이를 받아들이고 평화적인 정권 이양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 

전날 있었던 부통령 후보 TV토론회에서도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불복하고 평화적인 정권 이양을 거부할 경우, 부통령으로서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우리는 선거에서 이길 것"이라고만 답변했다. 펜스가 트럼프가 '선거 불복' 입장을 밝힐 경우, 이를 제지하는 등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이에 동조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선거 불복' 시나리오가 실제로 가동될 경우, 트럼프 지지자들과 바이든 지지자들 사이의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트럼프 비선캠프에서는 극우 팟캐스트나 유튜브 방송을 통해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대선 이후를 대비해 "총과 탄약을 비축해 놓으라"고 주문하고 있다. 따라서 최악의 경우, 무장한 양쪽 지지자들이 물리적으로 충돌해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실제 인종 차별 항의시위가 격렬하게 일어났던 커노샤와 포틀랜드에서는 시위대와 트럼프 지지자들이 충돌해 사망사건이 일어났다. 

때문에 이날 휘트머 주지사 납치 모의범들에 대한 FBI의 체포는 11월 대선을 염두에 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앞서 FBI는 지난 5월 내부 보고서에서 트럼프 지지자들 중 음모론을 신봉하는 집단인 '큐어넌'과 관련해 "국내 테러 위험성이 높아졌다"고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지난 4월 미시간 의회를 점거한 무장 시위대들. 이들 중 제일 오른쪽에 있는 사람이 이번에 체포된 납치 용의자 중 한 명으로 밝혀졌다. ⓒ로이터=연합뉴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100907403896287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