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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노무현

“鄭ㆍ朴, 누구든 도전 받겠다”

노무현의 두번째 카드, '완전 개방형 후보 재경선'(2002.7.10)

 

"박(박근혜 의원), 정(정몽준 의원) 등을 대안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느냐. 누구든 도전을 받아들이겠다."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두 번째 카드를 빼들었다. 노 후보는 9일 중앙인사위를 방문한 직후 시내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8.8 재보선 후 재경선 방법과 시기에 대해 처음으로 구체적인 입장을 밝혔다. 

후보 재경선은 6.13 지방선거 패배 직후 노 후보가 제안한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후보 재신임을 하면서 재경선 실시 문제는 강제 조항없이 사실상 당 지도부와 노 후보에게 일임하는 방식으로 결정했다. 민주당은 "재경선 문제는 당발전 및 쇄신특위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부대조항을 남겼으나 재경선 자체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노 후보가 재경선 문제를 들고 나왔다. '완전 개방형' 재경선을 통해 원한다면 당외 인사도 참여해 경선을 치르자는 것이다. 

노 후보는 이날 오전 불교방송과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나와 민주당의 기득권이 없는 방향으로 갈 용의가 있으며 극단적으로 100% '오픈 프라이머리'(개방형 경선)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후보 자리를 잃든, 후보다운 후보 되든 둘 중 하나"**

노 후보가 이처럼 재보선 이후, 그것도 재보선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에나 제기될 재경선 문제를 스스로 먼저 치고 나온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도 자신과 당의 기득권은 내놓고 외부인사까지 모두 참여하는 '완전 개방형' 재경선을 제기한 이유는 어디 있을까.

노 후보는 이날 "국민경선을 통해 선출됐다는 것을 빼곤 아무런 권한과 권력도 없고 계보도 없는 내 입장에선 재경선을 통해 후보 자리를 잃든지 아니면 후보다운 후보가 되든지 하는 둘 중 하나의 선택 밖에 없다"고 말했다. 스스로가 처한 절박한 상황을 털어 놓은 것이다. 

요사이 민주당 안팎의 흐름을 보면 노 후보는 말만 대통령후보지, 정국을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 
중립내각 요구에 대해 청와대는 '유감'이라 하고, 반부패입법을 위한 후보회담 제안도 일언지하에 거절 당했다. 그뿐아니라 재보선 공천도 자기 뜻대로 되지 않고, 하지 말라는 개헌론은 당 공식기구가 앞장서서 공론화시키고 있다. 

공공연히 '후보교체론' '제3후보론' 등이 제기된다. 당 바깥에서만 그런 게 아니라 당내에서도 "노무현 이외의 대안을 찾아 개헌을 무기로 정계개편하자"는 얘기들이 하루도 빠짐 없이 나돈다. 

그의 말대로 "아무런 권한과 권력도 없고 계보도 없는" 상태다. 그래서 "후보 자리를 잃든지 아니면 후보다운 후보가 되든지 선택"하는 재경선을 치고 나온 것이다. 

이를 통해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후보 교체론', 그리고 정치권 전반에 팽배한 정계개편론에 정면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노 후보는 이날 "재보선 결과와 관계없이 재경선 제안은 유효하다"고 했다. 설령 재보선에서 민주당이 이기더라도 정몽준설, 박근혜설, 개헌론 등등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판단하고, 그 모든 설들을 한꺼번에 재경선으로 해결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노 후보는 또 "사표는 못 내고 도전은 받아들일 수 있다"며 '경선없는 제3후보 추대론'에 반대했다. 재경선에 져서 후보자리에서 물러날 순 있어도 뒷거래를 통해 후보자리에서 쫓겨나는 수모는 당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재경선, 8월말까지 정해져야"**

한편 노 후보는 재경선 시기에 대해 "8월말까진 재경선 경쟁자와 규칙이 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예컨대 11월말까지도 후보 교체를 들먹이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8월말까지는 경쟁자와 규칙을 정해 정치권의 가닥을 잡고, 9월이나 아무리 늦어도 10월까지는 다시 한번 국민경선을 실시해서, 그의 말대로 '후보다운 후보'가 되어야 12월 본선을 치를 수 있다는 뜻이다. 재차 삼차 후보를 흔들어 대서는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통보다. 

결국 노 후보는 다시 한번 승부수를 던졌다. 
'후보교체'를 염두에 둔 개헌론 등을 통해 反昌-非盧 세력이 연대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재경선'이라는 정공법을 택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질 경우 깨끗하게 후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것도 분명히 했다.

그리 밝지만은 않은 재보선 전망, 뜻대로 되는 것이 거의 없는 취약한 위치, 하락하는 지지도, 그리고 끊임없이 자신을 흔들어대는 당 안팎의 공세, 이 모든 것에 맞서 '재경선' 카드를 내놓았다. 

이번 대선에 뜻이 있는 누구라도 한데 모여 다시 경선하자고 제안했다. 그래서 승리한다면 자신이 이른바 '반이회창 연대'의 중심이 되어서 대선에 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노 후보가 던진 두 번째 카드에 정치권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