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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노무현

노무현 '조-한 동맹' 발언 파문 (2002. 6.1)

현재 민주당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6.13 지방선거를 자신과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간의 대결구도로 몰고가 위기를 돌파하려는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후보가 조선일보와의 대립전선을 다시 한번 명확히 세웠다. 이번엔 '조-한 동맹'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내면서 조선일보와 한나라당을 한데 엮어 공격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이 강력 반발하면서 정가에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조선일보는 1일자 보도를 통해 "노 후보가 사실과 다른 말을 했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노무현 "조선일보처럼 천황폐하 모시고 살지 않았다"**

노 후보는 지난달 31일 경기도 시흥시의 진념후보 정당연설회 연설에서 조선일보를 겨냥, "`빠순이'는 고상한 말이고 `깽판'은 비속어냐"며 "이회창 후보는 정부 정책을 두고 `망나니'같은 인사정책으로 이런 놈의 나라를 만들었다'고 국가를 저주했는데 이회창이 하면 괜찮고 노무현이 하면 안되느냐"고 `조-한동맹'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비난했다.

또한 그는 "수만평 사과밭에 가서 썩은 사과 하나 주워들고 와서 `이 과수원의 사과는 다 썩었다'고 말하면 진실이 아니다"며 "내가 한 천마디 말중에서 한마디 쓰레기같은 말만 주워다 담아놓으면 그런 신문은 쓰레기통이 된다"고 민주당 경선과정에 이어 또다시 조선일보의 보도태도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는 또 조선일보 최고경영진을 거론하며 "나는 그분들처럼 천황폐하 모시고 일제에 아부하고, 군사독재정권에 결탁해 알랑거리고 특혜받고 뒷돈 챙겨서 부자되지 않았으며, 기회주의적 인생을 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날 노 후보는 "조선일보 얘기 좀 하겠다"며 작심한 듯 조선일보가 최근 자신의 발언을 문제 삼은 보도행태를 비판했다. 경선 이후 "조선일보와 관계개선을 원하고 있으며, 그쪽에서 사실보도를 하겠다는 약속을 먼저 해야 한다"면서 화해 제스처를 취했던 것과 대비된다. 조선일보와의 대립전선을 강조함으로써 자신의 길을 가겠다는 전술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한나라당 "저질유세 계속하면 후보사퇴 요구"**

이에 대해 한나라당 서청원 대표는 인천 유세에서 "노 후보가 정치판을 쓰레기장으로 만들고 있어 어린아이들 보기에도 부끄럽다"며 "민주당은 저질 유세를 즉각 중단하고 공식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노 후보가 저질 유세를 계속할 경우 후보사퇴 요구도 불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경필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다수 당의 대통령후보를 `양아치'라고 하다니 제 정신이 있는 사람인지 의심스럽고 국가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인지, 시정잡배가 되겠다는 사람인지 의심스럽다"면서 "무자질, 무자격에 초등학생보다 못한 언어습관으로 어떻게 대통령이 되려 하는가"고 반문했다.

남 대변인은 또 "특정언론을 `쓰레기통'이라고 하다니 그 조폭적 언론관에 경악한다"면서 "앞으로 노 후보 유세장엔 어린이와 노약자가 가선 절대 안되고, 유세를 갔다 온 뒤에는 귀를 꼭 씻어야 할 듯 싶다"고 비난했다.

***조선일보 "노 후보 발언 사실과 다르다"**

조선일보는 1일자 가판 "이회창 빠순이 발언 왜 보도않나 - 노무현 또 본지 비난", "본지 5월17일 빠순이 보도"란 기사를 통해 노 후보의 발언을 상세히 소개하고, "노무현의 깽판을 얘기하려면 이회창의 빠순이에 대해서도 써라"는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지난 5월 17일자 4면에서 '정치권에 빠순이 논란'이란 제목으로 보도한 바 있으며, 당시 이를 별도 기사로 보도한 신문은 두 신문 뿐이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측이 이날 사설 등의 형태로 노 후보의 발언을 반박하지 않고, 사실관계 만을 문제삼은 것은 노 후보 발언에 정면대응하기 보다는 "조선일보가 노 후보에게 일방적으로 매도 당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어쨌든 이날 민주당이 6.13 지방선거를 노무현-이회창 구도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터져 나온 노 후보의 '조한동맹' 발언으로 지난 민주당 경선과정에 이어 다시 한번 정치권과 특정 언론사가 뒤얽힌 공방이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다음은 노 후보의 이날 발언 가운데 조선일보 관련 부분, 이에 대한 한나라당 남경필 대변인의 논평, 조선일보 1일자 가판 보도 전문이다. 

***노무현 후보 경기도 시흥 정당연설회 연설중 조선일보 관련 부분(민주당 대변인실)**

조선일보 얘기 좀 하겠다. 존경하는 조선일보 기자님, 논설위원님, 사장님, 회장님 기사 잘 읽었다. 

저 노무현의 '깽판' 발언에 대한 기사를 정말 잘 읽었다. 논설도 잘 읽었다. 죄송하다. 고상하지 못한 용어로 조선일보 기자님 그리고 국민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죄송하다. 저는 깽판이란 말이 그렇게 고상한 말이라고 생각지 않지만 그러나 그렇게 천박한 비속어라고까지도 생각지 않았는데 깨우쳐주셔서 잘 알게되었다. 

앞으로 대통령 취임사에는 이런 용어쓰지 않겠다. 8·15 경축사에도 이런 용어쓰지 않겠다. 국무회의에도 이런 용어쓰지 않겠다. 할 수 있냐. 다행히 제가 장관 8개월하는 동안에 장관으로서의 공식적 자리에서 이런 용어를 쓴 일은 없었던 것 같다. 이제 여러분께 한마디 제 고민을 말씀드리겠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낮은 사람 겸손한 권력 친구 같은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약했다. 여러분과 함께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잔 같이 딱하기로 했다. 내 옛날 친구를 만나면 돼지삼겹살 딱 구워놓고 소주한잔 딱 하겠다고 공약했는데 그때도 옛날에 제가 막노동판에서 친했던 친구, 군대에서 사귀었던 그 일등병 친구하고 우리 깽판이란 말을 쓰면 안되나. 

이회창 후보가 지금 우리 정부의 정책을 보고 망나니 같은 인사 정책으로 이런 놈의 나라를 만들었다고 국가를 저주했는데 이것은 한국정치를 그야말로 깽판 놓자는 것이다. 깽판 놓자는 것인데 여러분 이 자리에서 제가 여러분께 "이회창 총재가 남북대화를 깽판 놓으려고 합니다"라고 말하면 이것 대통령 자질 부족입니까. 

분명히 말씀드린다. 취임사할 때는 쓰지 않을게요. 국제회의에 나가서도 절대 쓰지 않겠다. 제가 써봐야 통역이 부드럽게 고쳐서 말할테니까.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제가 말을 절제하겠다. 이것을 당원여러분께 말씀드리는데요. 수천 개의 단어가 쏟아진 정말 뜻 있는 그 연설내용 중에서 단어하나 딱 주워가지고 노무현이가 자질이 있다, 없다 사설까지 썼습니까. 

뭡니까. 사과밭에 가가지고 수만평의 사과밭에 가서 썩은 사과 딱 하나 주워 나와 가지고 이 과수원의 사과는 다 썩었다 이렇게 말하면 이것은 진실이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제가 천마디 말 중 한마디 쓰레기 같은 말을 했다 그 쓰레기만 딱 주워다가 갖다 담으면 그것은 쓰레기통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쓰레기같은 말 하나만 주워다가 그것을 딱 담아놓으면 쓰레기통이 되니까 그 말만 담은 신문은 잘못하면 쓰레기통이 되니까 앞으로 그런 것 주워담지마라 이런 뜻입니다. 

이제 조선일보 기자님께 제가 물어보겠습니다. 

빠순이는 고상한 말이고 깽판은 비속어입니까. 어떻습니까. 정부정책을 망나니라고 얘기해도 괜찮고 이런 놈의 나라라고 국가를 경멸해도 그것은 괜찮고 이회창이 하면 괜찮고 노무현이 하면 안됩니까. 

조한동맹, 아니, 창자를 끄집어내서 씹어버리겠다고 얘기했던 이 말은 왜 묻어줬습니까. 그런 말은 보도할 가치가 없기 때문에 보도하지 않은 것입니다. 보도할 가치가 없어서 보도하지 않았으면 노무현의 깽판도 보도하지 않아야 공평한 것입니다. 노무현의 깽판을 얘기하려면 이회창의 빠순이에 대해서도 써라 이 말입니다. 그래야 신문입니다. 

이회창 후보는 아래 사람 시켜가지고 제 말을 꼬투리 잡아서 시정잡배가 어떻다 등등 온갖 말을 다 쏟아놓는데 저는 막노동도 했고 군대도 졸병이라 사병으로 나와서 입에 좀 붙은 말이 있어서 그렇게 세번을 썼다고 합시다. 
고상하고 귀하신 분이 왜 빠순이니 망나니니 하꼬방이니 하는 이런 소리 왜 쓰십니까. 왜 아랫사람 시켜서 저한테 시정잡배라고 얘기합니까. 제가 시정잡배면 당신은 아니 제가 시정잡배면 한나라당의 모씨는 양아치입니까. 

분명하게 한 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조선일보 사장님 회장님처럼 그렇게 고상한 말만 쓰고 살지 않는지 모르지만 그 분들처럼 천황폐하를 모시고 일제에 아부하고 군사독재 정권에 결탁해서 알랑거리고 특혜 받아가지고 뒷돈챙겨서 부자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기회주의적인 인생을 살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이 땅에 가난하고 힘없고 정직한 사람들과 함께 살았습니다. 말을 고치는 것은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시대 기회주의와 편의주의에 절은 그들의 사고방식은 결코 고칠 수 없고 이와 같은 반민주적이고 반통일적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이 사람들과 손 꽉 잡고 세무조사도 하지 말아라 세금도 받지 말아라하고 말하는 이회창 후보 그 특권적인 생각도 아무리 말을 고치고 빠순이를 외치고 다녀도 고쳐지지 않는다는 것을 여러분 명심해야합니다. 

비리, 과거 여당의 한 사람으로서 송구스럽다. 미안하고 가슴속 간곡히 다시 이 잘못을 어떻게 반복하지 않을 것인가. 

부드럽고 재미있는 얘기를 해야하는데 오늘은 제가 전체 언론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전선을 확실하게 딱 그어야되겠다. 정책대결 못하겠으면 정치대결 하자. 정치대결하자면 전선을 정확하게 만들자. 김대중 이회창 전선이 아니라 노무현 이회창 전선이다. 그렇게 보고 한번 해보자. 그래서 오늘 정국의 구도를 다 말씀드리느라고 목소리 높이고 시간도 길었습니다. 

***한나라당 남경필 대변인 논평**

[논평] 하루만에 도진 노무현후보의 욕설병 

민주당 노무현후보가 또 다시 입에 담기조차 힘든 욕설을 자행했다고 한다.

다수당의 대통령후보를 "양아치"라고 하다니 제정신이 있는 사람인지 의심스럽다.

부처님 눈에는 부처님만 보이고 뭐눈엔 뭐만 보인다는 속담이 생각난다.

또 특정언론을 "쓰레기통"이라고 하다니 그 조폭적 언론관에 경악한다.

어제 거친 어법이나 어투를 고치겠다고 공언하더니 불과 하루만에 욕설병이 도진 모양이다.

조심한다고 한 것이 이 정도라면 진심은 어떠했겠는지 알만하다.

국가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의 말인지, 조폭두목이 되겠다는 사람의 말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이런 사람을 대통령후보라고 뽑아놓고 전전긍긍하고 있는 민주당이 측은하기 조차하다.

"천마디 말중 한마디 쓰레기같은 말을 한 것"이 아니라 연일 쓰레기같은 말만 쏟아 내고 있지 않은가?

앞으로 노후보의 유세장엔 어린이와 노약자가 가선 절대 안되고 또 노후보의 유세장에 갔다온 후에는 귀를 꼭 씻어야 할 듯 싶다.

최소한의 소양이 있다면 비·속어는 구분할 줄 알고, 때와 장소 대상에 따라 표현도 달라야 한다는 것을 안다.

무자질·무자격에 초등학생보다도 못한 언어습관으로 어떻게 대통령이 되려 하는가?

노후보는 국민의 귀를 더럽힌 망언에 대해 국민과 한나라당에 사과하고 저질언동을 즉각 중단하라.

"욕설은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주지만 가장 심하게 상처를 입는 자는 욕설을 퍼부은 그 사람 자신이다"라는 러시아 문호 고리끼의 명언을 상기하기 바란다.

***조선일보 1일자 가판 보도**

1. "이회창 빠순이 발언 왜 보도않나"- 또 본지 비난…"쓰레기같은 말만 담는다"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는 31일 경기도 시흥에서 지방선거 지원유세를 통해 자신의 "남북관계만 잘 되면 다른 것은 다 깽판쳐도 괜찮다"는 발언과 관련, 이를 보도한 여러 신문중 조선일보만을 지목해 비난했다. 노 후보는 미리 준비한 메모를 보며 비난연설을 했고, 민주당은 이를 비디오에 담아 인터넷에 띄웠다. 

노 후보는 "조선일보 얘기좀 하겠다"며 "깽판이란 말이 고상한 말이라고 생각지 않지만 그렇게 천박한 비속어라고까지도 생각지 않았는데 깨우쳐줘 잘 알게됐다"며 "앞으로 대통령 취임사에는 이런 용어쓰지않겠다"고 했다. 그는 "국제회의 나가서도 쓰지않겠다. 써봐야 통역이 부드럽게 고칠테니까"라고 말했다. 

노 후보는 "수천개의 단어중 하나 딱 주워가지고 노무현이가 자질이 있다없다 사설까지 썼느냐"며 "천마디 말중 한마디 쓰레기같은 말을 했다. 그 쓰레기만 딱 주워다가 갖다담으면 그 신문은 쓰레기통이 되니까 앞으로 그런 것 주워담지말라"고 했다. 그는 "빠순이는 고상한 말이고 깽판은 비속어냐. 노무현의 깽판을 얘기하려면 이회창의 빠순이에 대해서도 써라 이말이다"고, 조선일보가 이 후보의 빠순이 발언을 보도하지않은 것 처럼 사실과 다른 말을 했다. 노 후보는 "이 총재는 왜 아랫사람 시켜서 저한테 시정잡배라고 얘기하나"라며 "당신은 아니, 한나라당의 모씨는 망나, 아, 양아치냐"고 말했다. 

노 후보는 "나는 조선일보 사장님 회장님처럼 고상한 말만 쓰고 살지 않았는지 모르지만, 그 분들처럼 천황폐하를 모시고 일제에 아부하고 군사독재 정권에 결탁해서 알랑거리고 특혜받아가지고 뒷돈 챙겨서 부자가 되지는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2. 본지, 5월17일 '빠순이'보도 - 노후보, 4월 6일에도 본지관련 왜곡발언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는 31일 조선일보를 향해 "노무현의 깽판을 얘기하려면 이회창의 빠순이에 대해서도 써라"라고, 조선일보가 빠순이 발언을 보도하지않은 것처럼 사실과 다른 말을 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5월 17일자 4면에서 '정치권에 빠순이 논란. 민주, 이회창 발언 비난'이란 제목으로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이를 별도 기사로 보도한 신문은 조선일보 외에 한 곳뿐이었다. 

노 후보는 지난 4월 6일 민주당 인천경선 연설에서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나의 언론사 지분 제한 주장을 포기하라고 압력을 가했으나 포기하지 않았다"고 사실과 다른 주장을 했었다. 그 직후 조선일보가 노 후보의 유종필 특보에게 "조선일보의 누가, 언제 지분 제한 관련 질문이나 압력을 가했는지 밝혀달라"고 요구하자, 유 특보는 "조선일보는 지분 제한 관련 압력을 가하거나 질문을 한 적이 없다. 미안하다"고 사과했었다. 

노 후보는 이어 지난 17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조선일보에 대해 "심지어는 (조선일보가) 대책반까지 조직한다는 말이 있다. 노무현 대책반이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지적하고 발언의 공식취소와 사과를 요구했지만, 노 후보측은 지금까지 아무런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