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피플

"생리대가 먹는 건가? 식약처 조사가 어이없는 이유"

[인터뷰]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

 

 

'남성이 월경(생리)를 한다면?'

생리대 위해성 논란이 불거졌을 때 정부가 "세계 어디에도 생리대 위해성에 대한 기준이 없다"는 대응을 할 수 있을까? 외부 생식기에 접촉하는 물질인데 '경구'를 통한 독성 실험을 해놓고 '안전하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10대 때부터 40년 동안 1만 개 이상 써야 하는 물건에 대해 '별것도 아닌 문제로 시끄럽게 한다'는 식의 반응을 보일 수 있을까? 전체 국민의 절반 이상의 건강권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대해 이렇게 안이한 반응을 보일 수 있을까?

지난 3월 시민단체인 여성환경연대가 생리대에서 '휘발성 유기 화합물(VOCs)' 등 위해 물질이 검출됐다며 안전성 문제를 처음 제기한 이후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논란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한 여성환경연대 이안소영 사무처장은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정부가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기준을 바탕으로 '안전하다'고 말하는 것은 국민의 불안감을 부추기는 것밖에 안 된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지난 9월 28일 조사결과 발표에 대해 비판했다. 

이안 처장은 "인체에서 흡수율이 가장 높은 곳은 구강 점막과 질 점막인데, 구강 점막은 약이나 물질은 삼킬 때 같이 먹는 물 또는 소화액 때문에 영향력이 줄어든다"며 "질 점막의 경우, 구강 점막과 달리 미량이라도 인체에 끼치는 영향력이 다른데 식약처는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제로 파우더 성분인 탈크는 피부가 아닌 여성 외음부를 통해 체내에 들어가 난소암을 일으켰고, 해외에서는 이에 대해 배상 판결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궁극적으로는 면 생리대 사용을 권하"지만 일회용 생리대 논란에 대해 '면 생리대를 쓰면 되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위해성 문제를 희석하는 것에 대해 비판했다. 

"고시원에 살고 있다면 면 생리대를 세탁해 통풍이 잘되는 곳에 말릴 수 있을까? 아침 7시에 나가 밤 12시에 들어오는 노동 조건에서 가능한 일일까? (중략) 주거권 및 노동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런 환경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면 생리대 사용을 강제하는 것은 사회적 변화 없이 개인에게만 책임을 떠넘기는 일이 된다."

그는 국내의 일회용 생리대 위해성 논란이 불거지자 외국의 유기농 생리대가 동이 나는 현상이 발생한 것을 지적하며 "필수품의 안전이 확보되지 못한 상황에서 계급 간 차이가 분명하게 드러났다"며 "이는 건강의 양극화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정부)가 제 역할을 못 할 때 부유층은 돈으로 문제를 극복하고 결국 돈이 없는 이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감당해야만 한다.  

생리대 위해성 논란은 비단 생리대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화학물질에 둘러싸여 살아가야만 하는 현대인들에게 '화학물질의 안전성'을 어떻게 담보해야 할 것인가는 '생존'과 직결된 과제다.  

"위해성이 입증되지 않은 물건은 유통되지 않게 관리해야 한다. 환경보건의 제일 중요한 원칙이 사전예방의 원칙이다. 어떤 물질이 어떤 병을 일으켰다는 인과 관계가 있어야만 규제하는 게 아니라, 안전하다는 증거가 확보되지 않으면 아예 유통되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이안 처장은 정부가 기업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을 우선적인 잣대로 놓고 화학물질 관리를 해야 하며, 현재 산업자원부, 고용노동부, 환경부, 식약처 등으로 나뉘어 있는 화학물질 관리도 일원화해 통합 관리하는 '화학물질중독센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이라는 질문은 미국의 페미니스트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쓴 책 제목이기도 하다. '생리'를 '생리'라 부르지 못하고 '마술'이라고 불러야 했던, 개인적인 문제로 숨기고 은폐해야 했던, 여성의 몸과 건강 문제를 사회적 의제로 끌어올렸다는 사실은 여성환경연대의 생리대 위해성 문제 제기가 가져온 부수적인 성과다. 

다음은 지난 9월 28일 있었던 이안 처장 인터뷰 전문이다.(인터뷰 전문 보기 :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71510)

 

 

                                                                   (사진 : 프레시안 최형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