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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프덕프덕] 홍 대표·김 사장, '기자 사이보그' 시대(2011.7.17)

때는 2011년, MB정부 4년. 한달 가까운 집중 호우로 평년 강수량의 170%에 달하는 물폭탄이 쏟아져 4대강 주변에 사는 국민이나, 아닌 국민이나 마음이 심난한 시절, 여의도 '섬나라'에 수상한 이들이 출몰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들은 어떤 이들인가? 두툼한 벽 너머에서 '귀대기'로 엿들어 A4용지로 7장이나 되는 분량의 녹취록을 풀어내는 청력의 소유자들이다. 그들이 작성한 녹취록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정확해 한때 '귀대기'가 아니라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들은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었다.

이들은 신체 능력만 뛰어난 게 아니다. 상부의 지시라면 그것이 설사 범법 행위일지라도 서슴지 않고 해낸 뒤, 경찰 조사 따위는 유유히 따돌릴 정도로 뛰어난 지력과 담력을 가졌다. 들리는 말에 따르면, 윗선의 명령에는 무조건 복종하도록 프로그램화 돼 있다고 한다.

언제부턴가 인간이 아닌 '사이보그'가 여의도 기자실에 침투해 종횡무진 활약을 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일찍이 전과 14범에 이르기까지 '권력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진저리치도록 싫어해 집권 첫해부터 고심해온 가카와 그 언저리에서 4대강 '로봇물고기'에 앞서 개발했다는 소문이다. 극비리에 진행된 프로젝트일 뿐 아니라 너무나 잘 만들어져 '사이보그'의 존재를 아는 이가 많지 않다고 한다.

이처럼 뛰어난 신체능력과 지력을 소유한 '사이보그'도 큰 약점이 있으니 알코올로 밝혀졌다. 다량의 알코올이 유입되면 프로그램이 꼬이기 시작해 자신이 갖고 있던 물품을 마구 버리는 문제가 발견됐다고 한다. 알코올이 체내로 유입될 경우 윗선의 명령에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들 '사이보그'족의 출현으로 가장 어려움에 처한 건 '사이보그'가 아닌 기자들이다. '사이보그'의 출현과 더불어 취재 환경은 갈수록 열악해졌기 때문. 타 언론사에 물 먹는 걸 가장 두려워하는 게 기자들의 속성인지라 요새 남들의 활약상을 들으면서 왠지 나도 '귀대기'로 A4 서너장은 풀어내야할 것 같아 주눅 든다는 고충들을 쏟아내고들 있다.

정치인들도 '사이보그'의 존재를 알아챘는지 비인간적인 대응이 극에 달했다. 이번에 취임한 집권여당의 새 대표가 최근 한 여기자에게 "너, 그러다 맞는 수가 있다", "버릇없이 말이야" 등 폭언을 쏟아낸 것도 그 기자를 '사이보그'로 착각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직전 대표인 '보온병' 선생이 여기자들에게 "자연산이냐"고 물어본 것도 성희롱 발언이 아니라 그가 일찍이 '사이보그'의 존재를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 정말, 때는 2011년, MB정부 4년을 '인간 기자'로 살아가기 힘들다. 그래서 외치고 싶다. "사장님, 대표님, 때리지 마세요!" 이리 하 수상한 시절, 이 말을 피 터지게 외치는 이들이 어디 기자 뿐이랴!

▲ '소금꽃' 김진숙 씨를 만나기 위해 '희망버스'에 참가한 시민들에게 경찰이 물대포를 쏘고 있다. ⓒ프레시안(허환주)
* '프덕프덕'은 프레시안 기자들이 쓰는 풍자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