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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노무현

<중앙> 문창극 "盧 자살 부적절…장례절차에 반영돼야"(2009.5.26)

<중앙일보> 문창극 대기자가 26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자연인으로서 가슴아프고 안타깝지만 공인으로서 그의 행동은 적절치 못했다"며 "그 점이 그의 장례절차나 사후 문제에도 반영되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투신자살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통해 생을 마감한 노 전 대통령의 장례가 자연사한 최규하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국민장 형식으로 치러지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주장이다.

문창극 대기자는 이날 그의 기명칼럼 '공인의 죽음'에서 "그렇지 않아도 세계 최대의 자살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이 나라에서 대통령을 지낸 사람까지 이런 식으로 생을 마감한다면 그 영향이 어떻겠는가"라며 "백번 양보해 자연인으로서의 그의 선택을 이해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해도 국가의 지도자였던 그가 택한 길로는 잘못된 것"이라고 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가족들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640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도 계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사자가 죽음으로써 자연스럽게 공소권이 상실된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범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퇴임 대통령 하나를 보호하지 못하는 불명예스러운 나라가 되었다"며 "죽음이 안타까운 것과 나라가 나라로서 틀을 지켜가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거듭 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밝혔다.

"29일 국민장 정치집회 돼선 안돼"

문 대기자 이어 "죽음의 의미는 죽은 당사자가 아니라 살아남은 자들에 의해 어떻게 받아들여지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며 "그런 점에서 나는 그의 죽음으로 우리의 분열을 끝내자고 제안한다. 이제 서로의 미움을 털어내자. 지난 10년의 갈등을 그의 죽음으로써 종지부를 찍자"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해 이명박 정부의 정치적 책임론이 일고 있는 것을 경계한 발언이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이 '제2의 촛불' 등 정치적으로 번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이 신문의 사설에서도 확인된다. <중앙일보>는 이날 사설 '노 전 대통령 추모 열기 정치적으로 변질되지 말아야'에서 "우려되는 것은 추모 열기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듯한 일부 행태"라며 "덕수궁 분향소 옆에선 '이명박 탄핵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그 옆엔 '그냥 가지 말고 꼭 촛불을 들자' '낮엔 국화, 밤엔 촛불' 등이 적힌 피켓이 서 있다. 한쪽에선 '미친 소'를 외치는 연사를 둘러싼 일군의 무리가 웅성거리고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일과는 무관한 것들이다. 분향소는 그런 곳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29일 경복궁 뜰에서 거행될 예정인 국민장은 온 국민의 아픈 마음을 추스르는 엄숙한 장례가 되어야 한다. 일부 세력에 휘둘리는 정치집회가 되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증유의 사건을 그냥 덮자는 것은 어불성설"

반면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 '화해·통합을 말하기 전에 선행돼야 할 것'을 통해 '정치적 타살' 논란에 대해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신문은 "전직 대통령의 투신이라는 미증유의 사건을 단지 화해와 통합이라는 명분으로 그냥 덮어버리자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한국사회가 상식이 통하고 정상적인 사회라면 애도와는 별개로 최소한 전직 대통령이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이 정권은 화합과 용서를 말하기 전에 그의 죽음은 자살이 아니라 정치적 타살이라는 데 많은 국민이 공감하는 이유부터 깊이 생각하기 바란다. 그러고 나서야 화합과 용서를 말할 자격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