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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이명박

"이명박이 말하는 중산층은 어떤 계층이냐" (2007.10.17)

한나라당 윤여준 전 의원을 16일 만났다. 당의 씽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소장 출신이자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의 선거 기획을 맡았던 전력을 갖고 있지만 현재는 정계를 떠난 그를 만나 현 대선 판도를 어떻게 읽고 있는지 물었다. 그는 최근 블로그 '윤여준의 정치카페'(www.yooncafe.com)을 열고 정치현안 등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 표명과 활발한 의사 소통을 하고 있기도 하다.
  
  윤 전 의원은 소위 '87년 체제'가 끝나고 새로운 시대로 가는 전환기에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이라고 평가하면서 이 후보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숨기지는 않았다. 하지만 현실 정치의 이해관계와 무관하다는 점에서 이 후보에 대한 '쓴소리'도 거침없이 쏟아냈다.
  
  교육정책 등 이 후보의 정책적 스탠스와 관련해 "이 후보 측은 중산층을 보고 정책을 발표했다는데, 이들이 말하는 중산층이 도대체 어떤 계층이냐"며 "IMF 이후 중산층이 급격하게 몰락하고, 빈곤의 확대와 양극화를 걱정하는 상황인데 이 사람들이 말하는 중산층이 어떤 계층이며, 얼마나 두터운 계층이냐"고 문제제기했다. 그는 이 후보가 더 아래를 보고 정책을 펴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서도 "큰 선거의 공약으로는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대운하는 공격하는 쪽에선 공격이 간단명료하고 쉽다. 반면 방어하는 쪽의 설명은 장황해야 한다. 그런 것은 공격만 머릿속에 들어오지 방어는 안 남는다"는 설명이다. 이 후보가 이제와 한반도 대운하를 철회하기도 쉽지 않은 상태라는 점에서 대운하를 둘러싼 한나라당 내 이견이 정리되고 하나의 결론으로 도출돼야 하는데 "만일 안 돼 버리면 딱한 모양이 될 수도 있다"고 큰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이명박 후보가 당내 경선 과정에서부터 몇 차례 TV 토론을 거부하는 등 '토론을 싫어한다'는 약점에 대해서도 그는 "민주적 리더십으로 적합한 것인지 심각한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다"며 고쳐야할 점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이 후보가 왕회장 말씀이면 합리성이 문제가 안되는 현대그룹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이해는 되지만 정치과정을 무시하는 리더가 훌륭한 민주적 리더냐는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남북정상회담 등 대북정책과 관련된 이 후보의 일관성이 떨어지는 태도에 대해 "기존 지지층과 새 지지층을 모두 잡기 위해서는 누가 한나라당 후보가 되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한나라당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당이 좀더 전향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그러나 '이명박 대세론'에 대해 "지지도가 높다는 점, 또 그 지지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회창 대세론'과 공통점이 있지만 고정지지층이 더 두텁다"며 대선까지 계속될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이 후보에 대한 지지는 '기대' 수준이라면서 이를 두달 안에 '확신'으로 바꿔내야만 현재의 지지가 표로 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범여권 대선후보 중에선 신당의 정동영 후보와 장외후보인 문국현 후보에 주목했다. 정 후보에게는 "노무현 정부 출신으로 지난 5년간 실정에 대한 참회와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고, 문 후보에 대해선 "범여권 세력의 상당수가 문국현을 염두에 두는 것 같다"면서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이명박 후보와 같은 CEO 출신이라고 하더라도 (기업) 규모가 다르다. 또 국정운영과 기업운영은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기 때문에 CEO를 하다가 바로 대통령 후보로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범여권의 후보단일화 문제에 대해선 "대통합신당의 정동영 후보와 장외후보인 문국현 후보의 지지율이 얼마나 오르냐"에 따라 파급 효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반(反)한나라당' 이외의 명분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2002년 대선과 같은 '역전 드라마'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다음은 윤 전 의원의 여의도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 전문.
 
  

▲ ⓒ프레시안

  프레시안 : 최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선대위가 꾸려졌다. 윤 전 의원의 참여도 관심사였는데, 합류할 생각은 없는 건가.
  
  윤여준 : 보니까 쟁쟁한 사람들이 포진해 있던데, 내가 끼어들 틈이 없다.
  
  프레시안 : 비정치인 인사들을 전면에 내세운 것을 놓고 긍정적인 평가와 부정적인 평가가 모두 있는 것 같다. 이에 대해 평가하자면?
  
  윤여준 : 모든 사물엔 양면이 있지 않나. 공동 선대위원장을 과거에는 많아야 두어 사람 하던 것을 6명으로 했다. 조직 규모는 줄이고 위원장은 늘린 모양새다. 위원장들도 분야별로 구성됐다. 이명박 후보가 한국사회 광범위한 지지를 받는 인식을 주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후보 생각은 그분들에게 선거업무를 맡아 달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상징성 때문이 아닐까.
  
  프레시안 : 선대위 조직이 막상 선거전에서 효율성이 떨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권한과 책임이 후보에게 집중되는 문제점도 있지 않나?
  
  윤여준 : 대선에서 후보 중심으로 당이 운영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물론 당의 공조직과 후보의 사조직이 이원화되는 것은 문제겠지만 그런 것은 아니지 않나.
  
  프레시안 : 선대위가 이런 형태로 꾸려진 것은 이명박 후보가 표방하고 있는 '탈(脫)여의도 정치'의 일환이다. 이에 대해 평가하자면?
  
  윤여준 : '탈여의도 정치'라는 것은 과거의 관행을 멀리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아니겠나. 국민 다수가 기성 정치인을 혐오하고 비판하는 것은 결국 여의도 정치가 싫다는 것이다. 후보의 변화지향적인 의지가 반영된 적절한 슬로건이라고 평가한다.
  
  프레시안 : 많은 이들이 그 '변화'를 이명박 후보의 CEO 경력에서 찾고 있다. 'CEO 정치론'에 대해서도 효율성을 언급하면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각과 한편 기업운영과 국가경영은 다른 것이라면서 이를 우려스럽게 보는 시각도 있다. 어떻게 보나.
  
  윤여준 : 정치나 국정운영은 기업처럼 생산성이나 효율성을 제일로 하기 어렵다. 본질적으로 출발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정치가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생산성과 효율성을 외면해 온 것은 사실이다. 한번쯤은 기업을 경영해 본 사람이 정치와 국정운영에 경영적인 마인드를 적용하는 것은 상당히 의미있는 일이라고 본다.
  
  "같은 CEO 출신이라도 기업 규모가 다르다"
  
▲ ⓒ프레시안

  프레시안 : 같은 CEO 출신인 문국현 후보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윤여준 : 잘 모르는 분이라 평가하기 힘든데,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굉장히 인품이 훌륭한 분이고, 사회활동도 많이 하셨다는 칭찬이 많더라.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 분을 훌륭한 대통령 후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모르는 상태에서 말하기 조심스럽긴 하지만 이명박 후보와 같은 CEO 출신이라고 하더라도 (기업) 규모가 다른 것 아닌가.
  
  또 국정운영과 기업운영은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기 때문에 CEO를 하다가 바로 대통령 후보로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후보는 서울시장이라는 선출직 공직을 4년 동안 경험했다. 그런 점에서 문국현 후보는 이명박 후보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본다.
  
  프레시안 : 하지만 이명박 후보의 '개발연대' 이미지와 상반되는 경제철학을 내세운다는 점에서 문 후보를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윤여준 : 문 후보와 이명박 후보가 연배 차이가 많이는 안 난다. 어차피 문 후보도 개발연대 시대에 기업에 있었던 사람이 아닌가. 물론 문 후보의 지적이 부분적으로 옳은 점도 있다. 개발연대적 리더십으로 21세기 한국경제를 끌어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이명박 후보라고 그것을 모르겠나.
  
  문국현 후보는 경제를 얘기할 때 철학적인 것, 사람중심 경제, 인본주의 같은 이상을 앞세운다. 일부 언론은 문 후보를 '공상적 사회주의자'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이명박 후보는 그런 철학보다는 '꿩 잡는 것은 매'라는 식이 아닌가?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국민을 잘 살게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경제철학과 이론이 뭐가 중요하냐는 식이다. 문 후보는 굉장한 이상주의자다. 그 이상이 나쁘다고 누가 감히 이야기할 수 있겠나. 그런데 현실은 딴판이다. 검증을 해 봐야 한다.
  
  프레시안 : 현재 여권 구도 내에서 문국현 후보가 힘을 받을 수 있을까?
  
  윤여준 : 지금은 말하기 조심스럽다. 정동영 씨가 대통합민주신당의 후보가 됐는데, 그 다음 일정기간 동안 지지도가 얼마나 상승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선출 직후에는 소위 '컨벤션 이펙트'라고 누구나 조금 지지율이 올라가게 돼 있다. 그 국면이 지난 후에 만일 지지율이 답보한다든지, 별로 올라가지 않으면 범여권 후보로서 정동영 후보의 경쟁력에 현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면 문국현 후보가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동영 후보의 지지율이 일정부분 오르면 문 후보의 지지율도 제약을 받을 것이다.
  
  "신당의 지리멸렬, 여권의 자기분화가 근본 원인"
  
▲ ⓒ프레시안

  프레시안 : 어제 끝난 신당 경선에 대해 일반적으로 대단히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 어떻게 봤나.
  
  윤여준 : 부정적일 수밖에 없지 않나. 창당과정부터 언론으로부터 '시장바닥의 야바위꾼'이라는 평가를 받은 당이다. 또 당을 만들자마자 경선을 하니 제대로 될 수 있겠는가. 그런 모양으로 경선을 했으니 대표성이나 도덕성을 인정받을 수 있겠나. 정동영 후보는 앞으로도 결정적인 한계를 짊어지고 갈 것이다.
  
  프레시안 : 집권 여당이 왜 여기까지 몰락했을까.
  
  윤여준 : 근본적으로는 여권 세력의 자기분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은 소위 '87년 체제'가 끝나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기 전의 전환기라고 볼 수 있다. 그 전환기를 맞이한 시점에서 여권세력의 자기분화가 일어난 것이다. 그러니까 눈으로 보기에 지리멸렬한 혼란상이 벌어진 것이다.
  
  더 직접적인 이유는 두드러진 후보가 없기 때문이다. 당을 그렇게 요란법석을 떨면서 만들었고, 만들자마자 경선을 했으니 잘 될리가 있나.
  
  지난 20년 간 많은 변화 있었다. 신자유주의라는 세계화 물결이 있었다. 냉전 체제도 완전히 무너졌다. 한반도도 대결국면에서 화해협력으로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한 전환기니까 준비가 이뤄져야 한다. 혼란이라도 그런 준비를 위한 혼란이어야 의미 있는 것이 아닌가. 이명박 후보의 실용주의라든지, 정동영 후보의 통합적 리더십 등 가치를 내거는 것이 다 스스로 새 시대에 적합한 리더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오락가락 대북정책', 한나라당 후보의 어쩔 수 없는 한계"
  
▲ ⓒ프레시안

  프레시안 : 새로운 시대를 위한 전환기라는 시각과 관련해 최근 발표한 글을 통해 이번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윤여준 : 긍정적이라기보다는 모든 게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했다가 욕을 많이 먹었다. (웃음)
  
  프레시안 : 정상회담이 처음 시작할 때에는 기대가 크지 않았는데 끝난 후 오히려 반응이 좋고, 노 대통령에 대한 성과로 인식되는 측면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오락가락하는 태도로 비판을 받고 있다.
  
  윤여준 : 정상회담을 한다고 했을 때 한나라당이 처음 보인 반응은 정상회담 자체를 반대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다 몇 시간 후에 받아들인다고 했다. 이런 것이 국민에게 원칙 없이 갈팡질팡한다는 인식을 준 것이라고 본다.
  
  한나라당은 북한의 실체에 대한 과거의 인식을 크게 수정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 상황이 급격하게 변하다 보니까 한나라당이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요즘에는 한나라당도 상황의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하려고 하는 것 같더라. 이명박 후보는 당보다 훨씬 더 유연한 것 같다.
  
  프레시안 :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기존의 지지층을 무시할 수는 없다. 대북정책을 변화시키는 문제는 좀 민감한 것이 아닌가.
  
  윤여준 : 그렇다. 이 후보도 이번 대선을 두고 '친북좌파와 보수우파의 대결'이라는 말을 했다. 만일 이 후보 본인이 전략적으로 그런 발언을 한 것이라면 고정 지지층이 이 후보의 성향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다고 본 것이 아닐까? "내 이념은 그런 것이 아니다"고 안심을 시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프레시안 : 그런 전략적 발언이 사실 젊은 층이나 중도적 지지자들에게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게 아닌가?
  
  윤여준 : 그렇다. 그런데 누가 한나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더라도 똑같은 곤혹스러움을 같게 될 것이다. 집토끼만으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길 수 없으니, 집토끼와 산토끼를 다 잡아야 한다. 그런데 집토끼를 만족시키자니 산토끼가 만족을 못 하고, 산토끼를 만족시키자니 집토끼가 걸린다. 누가 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프레시안 : 이 후보가 집토끼와 산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내세운 것이 '실용주의'가 아닌가.
  
  윤여준 : 실용주의는 시대의 흐름에서 맞는 것이다. 이미 유럽에선 80년대 중반에 실용주의가 등장했다. 대표적으로 영국 토니 블레어의 '제3의 길' 같은 것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실용주의가 세계적 흐름이고 대세다.
  
  "이 후보가 보고 있는 중산층의 실체는?"
  
▲ ⓒ프레시안

  프레시안 : 그러나 이명박이 과연 '실용주의'인가? 기존 한나라당 정책을 이어받고 있으면서 겉으로만 '실용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의문도 많이 제기되고 있다.
  
  윤여준 : 구체적으로 어떤 측면이 그런가?
  
  프레시안 : 이번에 발표한 교육정책을 놓고도 그런 지적이 있다.
  
  윤여준 : 교육분야를 잘 몰라 섣불리 말하긴 어렵지만 언론 보도를 보니까 이런 분석이 있더라. 이 후보 측근들이 교육정책이 중산층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정책이라는 확신이 있어서 자신있게 발표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것을 보고 좀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사람들이 말하는 중산층이 도대체 어떤 계층이냐. IMF 이후 중산층이 급격하게 몰락하고, 빈곤의 확대와 양극화를 걱정하는 상황이다. 이 사람들이 말하는 중산층이 어떤 계층이며, 얼마나 두터운 계층인가?
  
  내가 볼 때는 서민층이 훨씬 두터운 계층이다. 만약 중산층이나 중산층 이상이 지지하는 정책이라면 그 밑에 있는 다수의 서민들에겐 거부감을 줄 수 있는 정책이라고 볼 수 있지 않나. 그렇다면 이것은 선거전략상 현명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이번에 들고 나온 특목고, 자립형 사립고를 많은 사람들은 '있는 사람들을 위한 학교'로 인식하고 있더라. 특목고라고 하면 곧 강남이라는 인식도 있다. 사람들의 반응이 그렇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 부동산 정책이나 조세 정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비판이 있다.
  
  윤여준 : 부동산도 참 쉬운 문제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점이 있다. 이명박 후보가 개인은 한나라당보다는 진보적인 측면이 있더라도 당의 후보가 아니냐. 당의 후보라면 당의 정책과 완전히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프레시안 : 경선이 끝나고 거의 두 달이 다 돼 간다. 경선 후 이 후보에게 제기된 과제가 당 화합과 당 개혁, 즉 이명박다움을 보여주자는 것이었다. 경선 이후 이 후보의 행보를 평가하자면?
  
  윤여준 : 우선 한나라당 경선이 너무 길고 격렬했다. 그 바람에 그 이후 이명박 후보나 측근들이나 경선에나 모든 역량을 쏟아 부었던 것 같다. 경선 중에 경선 이후에 대한 준비를 충분히 못했던 것 아닌가.
  
  프레시안 : 지난 두 달 동안 이 후보의 행보 중 가장 큰 관심을 끌었던 것이 '4강 외교'였다. 결국 부시 미국 대통령과 면담 추진이 무산됐는데, 이에 대한 평가는?
  
  윤여준 : 부시 대통령을 만나기로 했다가 안 되는 과정을 보면 아마추어리즘이 많이 작용한 것이 아닌가. 백악관의 기본 운영 시스템조차 몰랐다는 것 아닌가. 백악관이 만만한 곳이 아니다. 너무 쉽게 봤던 것 아닌가. 결과적으로 아주 이 후보 이미지에 상처를 입히는 꼴이 됐다.
  
  프레시안 : 범여권 후보들도 선출이 됐고, 국회도 열리고 있다. 범여권에서 이 후보에 대한 혹독한 검증을 예고하고 있는데, 이 후보 지지율에 영향이 있을까?
  
  윤여준 : 사실관계에 달렸다고 본다. 그런데 지난 경선과정에서 혹독한 공격을 받았는데 지지율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었지 않은가.
  
  다만 경선 과정 나왔던 문제에 대해 캠프나 이명박 후보가 이야기한 것이 있는데, 그것이 명백한 거짓으로 드러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국민을 속이려고 했던 것이 되는데 그것은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후보에게 요구하는 도덕적 수준이 그렇게 높지는 않은 것 같다. "이명박이 깨끗한 사람이어서 지지하는 것이냐"는 것이 반응이 있더라.
  
  "'이명박 대세론'이 '이회창 대세론'에 비해 견고"
  
▲ ⓒ프레시안

  프레시안 : 2002년 이회창 후보는 아들들의 군복무 문제로 낙마했다. 이명박 후보의 재산 의혹이 더 큰 도덕성의 문제일 수도 있지 않을까?
  
  윤여준 : 보는 관점에 따라선 더 크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회창 후보의 경우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법관으로 '대쪽' 이미지가 강했다. 과거 3김식 정치를 청산하겠다고 나선 분이었다. 도덕성을 내 걸고 정치에 들어온 분이 그게 아닌 것으로 나타났으니 파급효과가 컸다.
  
  또 병역문제는 언제든 살아 있는 이슈가 된다. 모든 사람을 불쾌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군대에 안 간 사람과 그 부모, 간 사람과 그 부모, 그리고 가 있는 사람과 그 사람의 부모까지...아무리 부정한 방법으로 병역 면제를 받은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기분 나쁘다는 것 아닌가.
  
  프레시안 : 2002년 이회창 대세론과 현 이명박 대세론을 많이 비교해서 말한다. 어떤 차이가 있다고 보는가?
  
  윤여준 : 지지도가 높다는 점, 또 그 지지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이 공통점이다. 상대에 대한 불신과 실망이 이쪽으로 쏠린 상대적 지지가 많다는 것이다.
  
  다만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인 경우에는 어떤 경우에도 지지를 바꾸지 않는 고정 지지층이 15% 수준이었다. 이명박 후보의 경우에는 30%가 좀 넘는다고 하더라. 그렇다면 엄청난 차이다.
  
  게다가 내용상의 특징이 있다. 이명박 후보의 지지도를 뒷받침하고 있는 큰 부분이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층이 아니다. 예를 들어 수도권, 30~40대가 주축이 되고 있다. 과거로 보면 한나라당의 취약계층이 아닌가. 그런 점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고 본다. 호남, 수도권, 30~40대 한나라당 지지층이 늘어나고 있다. 그것이 '이명박 효과'다.
  
  흔히 여당 쪽의 표현을 빌자면, 경상도에 기반을 둔 기득권적 보수계층이 한나라당의 고정 지지층이다. 그런데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지 세력을 뜯어보면 이 지역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것이 아니다. 민주화 세력 중에서 DJ나 노무현 정권 시대의 본류에 합류하지 않았던 세력이 지지하는 것 같다. 기존의 보수세력 일부와 민주세력 일부가 지지하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이회창, 정치적 역할 찾는 건 자연스러운 일"
  
▲ ⓒ프레시안

  프레시안 : 이회창 전 총재가 이명박 후보 선대위 고문직 거부한 것을 두고 이후를 노린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윤여준 : 요즘 이회창 전 총재가 다시 움직인다는 소문이 많더라. 과거 그 분과 저의 관계 때문에 아직도 그 양반의 동향과 생각에 대해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그 분 나름대로 자신의 정치적 역할을 찾는 것이야 자연스러운 것 아닌가. 그 연세에 건강도 좋으시고, 1000만 표 이상을 얻으셨던 분이니 당연히 역할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시겠다는 것인지에 대해선 아는 것이 없다.
  
  프레시안 : 이명박 후보의 대표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찬반 논란이 뜨겁다. 이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던 것으로 알고 있다.
  
  윤여준 : 우선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그 자체로 판단하려면 상당한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나 같은 사람은 운하를 찬성하는 분들 이야기를 들으면 '아, 그렇구나' 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반대하는 분들 이야기를 들으면 또 '그런가 보다'고 생각한다. 그럼 다수의 국민들도 마찬가지 아니겠나. 다수의 유권자가 전문성이 있는 사람들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 혼란스러울 것이다.
  
  내가 부정적인 것은 큰 선거의 공약으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공격하는 쪽에선 공격이 간단명료하고 쉽다. 반면 방어하는 쪽의 설명은 장황해야 한다. 그런 것은 공격만 머릿속에 들어오지 방어는 안 남는다. 그러면 선거에 있어서는 기술상 좋은 공약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유승민 의원이 표결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당 내에 이견이 있는 것이야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런데 토론을 거쳐 하나의 결론으로 도출돼야 하는데 만일 안 돼 버리면 딱한 모양이 될 수도 있다.
  
  "현대에서 성장한 이명박, 토론 싫어하는 건 당연"
  
  프레시안 : 이명박 대세론이 힘을 발휘하는 게 국민들이 먹고 살기 힘들다는 민생, 경제에 대한 요구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흘러가는 판을 보면 이 부분에 대해서 후보들이 충실하게 답을 하고 있지 않는 것 같다.
  
  윤여준 : 이명박 후보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기대는 먹고 살기 낫게 해줄 것이라는 것인데, 이 기대를 확신으로 바꿔줘야 표로 연결되는 것이다. 다른 상대자의 공격이나 비판에도 불구하고 계속 지지를 철회하지 않고 가려면 국민들의 기대를 확신으로 바꿔줘야 한다.
  
  현재는 기대 수준이다. 이걸 확신으로 바꿔주는 것은 후보와 당이 할 문제다. 대선까지 아직 시간이 두 달이 남았다. 한반도 대운하만 가지고 갈 리가 있나.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정책을 내놓을 것이다.
  
  프레시안 : 이 후보의 리더십의 스타일에 대한 문제도 있는데, 제일 두드러지는 게 토론을 싫어한다는 점이다.
  
  윤여준 : 그런 애기를 나도 들었다. 내 나름대로 이해가 된다고 생각한 부분이 이 후보는 현대에서 성장하지 않았나. 현대그룹의 문화는 토론하는 문화가 아니다. 현대의 의사 결정 구조는 '왕회장'의 말씀이었다. 왕회장의 말씀이면 이게 합리성이 있냐는 건 문제가 안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게 민주적 리더십으로 적합한 것인지의 문제를 두고는 심각한 문제제기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과정을 무시하는 리더가 훌륭한 민주적 리더냐는 문제제기다. 이 후보도 본인이 좋은 대통령이 되려면 바뀌어야 할 것이다. 남의 얘기를 듣고, 자기와 다른 의견도 수용하고. 제가 보기엔 명석한 두뇌와 동물적 감각을 가진 사람인데 빠른 시일 내에 현실에 적응할 것이라고 본다.
  
  프레시안 : 대선 전에 범보수세력이 분열할 가능성이 없어졌다고 보는가?
  
  윤여준 : 분열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총선이 멀리 있으면 영향을 받을 수 있으나 딱 붙어 있는 상황이다. 당장 자기 당선이 관심사인데 지금 한나라당을 떠나서 다른 선택을 하는 것에 따르는 불확실성 때문에 도박을 하려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나라당이 분열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다.
  
  프레시안 :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흔들릴 경우도 있지 않나.
  
  윤여준 : 흔들리는 정도가 아니라 상당히 내려가면 당내에서 후보 사퇴론이 나올텐데, 그렇다고 해서 대안을 당 밖에서 찾으려고 하겠느냐.
  
  "<한겨레>는 정동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 것 같더라"
  
▲ ⓒ프레시안

  프레시안 : 범여권 얘기를 좀 더 해봤으면 한다. 정동영 후보가 이명박 후보의 대항마로서 경쟁력이 있다고 보는가.
  
  윤여준 : 정 전 장관은 어찌됐든 이 정권에 참여했다. 그런 점에서는 상당한 약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나 같았으면 후보수락연설에서 그 부분에 대한 반성과 참회를 했을 것 같다. 그걸 하고 안 하고는 국민의 마음에 굉장한 차이가 생긴다. 커다란 정치적 책임을 져야할 사람이 그것을 일체 하지 않으면 국민들이 이해하고 용서하겠는가. 아주 진솔하게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응어리가 풀린다. 내가 볼 때 국민의 상당수가 여권에게 돌아앉았다. 그걸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건 논리로도 안 된다.
  
  프레시안 : 정 후보의 딜레마가 밖에서 보면 친노(親盧)인데, 안에서 보면 이른바 비노(非盧), 반노(反盧)세력이라는 것이다.
  
  윤여준 : 지금은 반노일지 몰라도 그건 자신의 정치적 이해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한 것이다. 반노했다고 해서 자신이 참여정부에 대해 짊어져야할 정치적 책임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프레시안 : 신당 후보가 정해지면서 후보 단일화가 화두로 떠올랐는데, 파급효과가 얼마나 될 것이라고 보는가.
  
  윤여준 : 단일화가 국민에게 관심을 끌고 갈만한 드라마가 되려면 지금 정 후보의 지지도가 올라가줘야 가능한 것이다. 그것이 안 되면 백약이 무효다. 문국현 후보도 마찬가지고. 지금 관심을 끄는 것은 두 사람 사이의 단일화 아니냐.
  
  재미있는 것은 오늘 아침 한겨레 신문을 가만히 보니까 정 후보에 대해 그렇게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 것 같다. 혹시 범여권을 지지하는 세력 중에 상당수가 문국현 씨를 염두에 두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더라. 그렇다면 재미있다.
  
  프레시안 : 경선 결과에 대해 모두 승복했지만 신당 내에서 기류를 보면 일부 친노진영은 문국현 쪽으로 가고 싶어 한다.
  
  윤여준 : 정 후보가 반노를 선언하고 나왔으니 이해찬 중심으로 형성된 친노세력은 정 후보와 같이 가고 싶은 생각이 없을 수 있다. 또 노 대통령이 퇴임하면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노 대통령 중심의 정치세력이 있어야 한다. 이는 곧 의석을 가진 정당을 의미한다.
  
  정 후보가 대선에 실패하는 경우에도 당권은 확실히 장악할 만한 영향과 기반은 있다. 그렇다면 친노 입장에서는 더욱 갑갑한 것 아니냐. 그럼 대안을 찾아야 하는데 그래도 잠재성이 아직 남아있는 문국현 씨를 생각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는 있다. 그렇지만 쉽사리 그쪽으로 가지는 못할 것이다. 정치도의상 비난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 후보 단일화가 실제로 성사될지도 의문이지만, 2002년과 같은 파급효과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반(反)한나라당 이외의 명분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효과는 크지 않을 수도 있지 않나.
  
  윤여준 : 그렇다. 자신들은 반한나라당을 통해 뭉칠 수 있는 구심점을 형성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들 입장에서는 누구에 반대하기 위한 결사라는 것은 지지하기 위한 동기 부여가 되지 못한다.
  
  프레시안 : 여권이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어떤 긍정적인 비전을 제시할 수도 있다고 보는가?
  
  윤여준 : 모르겠다. 범여권이 일단 내놓은 것은 평화와 경제의 선순환이 아닌가. 쉽지는 않지만 이걸 실감나게 해주면 국민들이 지지할지도 모른다.
  
  "전환기, 차선이라도 선택해야되는 것 아닌가"
  
  프레시안 : 이번 대선의 특징 중 하나가 무관심이다. 대선 자체에 대해 비판적 견해가 많다. 특히 젊은 층은 정말 찍을 사람이 없다면서 투표를 하지 않겠다는 이들도 많다.
  
  윤여준 : 속으로 이번 대선이 전환기의 마지막 대선이 됐으면 한다. '87년 체제'가 끝나는 시점에서 세계적 변화, 한반도 주변의 변화, 국내의 변화를 다 이끌어갈 수 있는 리더십이 있느냐고 보면 불안한 사람이 많이 있을 것이다. 어쨌든 전환기가 시작되는 시점이니까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선택해야 되는 것이 아니냐고 본다.
  
  다만 5년 후의 지도자는 정말 5년 동안 제대로 성장하도록 국민이 감시하고 격려하고 채찍질을 해야 한다. 국민들이 자기 대신 주권을 위임받아 국가를 운영할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출연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 국민 속에서 성장해야만 한다. 그걸 안 하고 찍을 사람 없다는 건 민주시민으로서 무책임한 태도다.
  
  프레시안 : 긴 시간 동안 인터뷰에 응해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