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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이명박

"이명박, 민주당 등과 '새 정치동맹' 추진할 것"(2007.8.21)

"매일 아침 신문보기가 두려웠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이라는 치열한 난투극을 최일선에서 치른 박형준 의원이 털어놓은 소회다. 이명박 후보 캠프의 대변인을 맡았던 박 의원은 21일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경선을 이틀 앞두고 모 신문에서 오보를 냈을 때 제일 충격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지난했던 경선과정에 대해 "이명박 대 이명박의 싸움이었다"고 규정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경선이라는 큰 고비를 넘었지만, 이 후보의 갈 길은 여전히 바쁘다는 것을 박 의원을 통해서도 알 수 있었다. 치열한 경선과정을 통해 거의 두 동강이 난 것이나 다름없는 당의 화합 문제에서부터 9월 정기국회 시작과 함께 다시 시작될 '도곡동 땅' 의혹 등 도덕성 검증, '경제대통령'이라는 이미지에 맞는 실질적인 내용을 채워가는 일까지, 이 후보가 해결해야 할 난제는 쌓여 있다.

이에 맞서 이 후보가 우선적으로 빼든 칼은 '정계개편'이다. 대선후보로 확정된 직후 지지율 50%를 넘어선 상승세를 타고 서둘러 세 불리기에 나서 본선에서 유리한 구도를 만들어 보겠다는 계산이다. 이는 이제 막 대선 후보 경선을 시작한 대통합민주신당에 대한 '선제공격'이기도 하다. 민주신당은 민주당과 각각 후보를 선출한 뒤, 11월께 후보단일화를 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구체적으로 "이 후보가 국민중심당이나 민주당과 '새로운 정치동맹'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충청권을 기반으로 한 국중당과 호남을 기반으로 한 민주당과의 정치동맹을 통해 한나라당이 전국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고, 반한나라당 전선으로 고립, 포위되는 현상을 돌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당 화합'과 '당 쇄신'이라는 두 가지 과제 중 굳이 우위를 따지자면 '쇄신' 쪽에 무게를 좀 더 두는 듯 했다. 또 10월로 연기될 것으로 보이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성과만 있고 차기 정권에 무리한 부담만 안 주면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라는 전향적인 태도를 밝혔다. 본선에서 중도성향의 유권자들을 적극적으로 끌어안기 위한 노력으로 풀이된다.

90년대 초 진보적 월간지인 <말> 편집위원을 맡기도 했던 진보적인 사회학자 출신인 박 의원은 이 후보의 승리를 '시대정신'이라고 평가했다. 또 자신이 한나라당에 와 있는 것이 한나라당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처럼 이명박이 한나라당 후보가 된 것도 '변화'의 상징으로 해석했다.

박 의원과 한나라당의 '선택'이 과연 '시대정신'에 맞는 것이었는지, 본격적인 검증은 이제 막 시작이다.

다음은 이날 오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인터뷰 전문.

"근소한 표차, 우리도 깜짝 놀라"

▲ 이명박 캠프 대변인을 지낸 한나라당 박형준 의원. ⓒ프레시안

프레시안 : 어제 봉변을 당했다고 들었다. 어떻게 된 일인가?

박형준 : 손목을 좀 다쳤다. 승용차가 (행사장에서) 나가는데 '박사모' 사람들이 차를 막아섰다. 차문이 안 닫혀 있었는데 문을 열더니 내 멱살을 잡고 끌어내더라.

프레시안 : 박근혜 대표는 경선결과에 승복했다. 그런데 '박사모'는 경선불복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떻게 보는가.

박형준 : 열성적 지지자들 입장에서 그런 행동 하는 것은 이해는 된다. 그러나 무엇이 진정으로 박 대표를 사랑하는 길인지에 대해서는 깊은 성찰이 있었으면 좋겠다. 어제 이명박 후보가 이겼지만 모든 언론에서 평가하듯 박 전 대표도 정말 아름다운 패자의 모습을 보여줬고 정치적으로도 큰 승리를 거두셨다고 생각한다. 그 아름다운 뜻을 지지자들이 잘 받들어서 박 전 대표가 더 큰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프레시안 : 표차가 예상보다 적어서 그런 것 아닐까. 그 이유는 뭐라고 보나.

박형준 : 우리도 깜짝 놀랐다. 모든 시뮬레이션에서 최소한 7000표 이상 이길 것이라고 예측을 했는데 불과 2300표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마지막 일주일 동안 도곡동 땅 문제에 대한 검찰의 발표가 큰 영향을 미쳤다. 또 그 틈새를 노린 박근혜 캠프의 공격이 먹혔다고 본다.

프레시안 : 경선과정 중 가장 큰 고비는 무엇이었나?

박형준 : 제일 충격을 받은 것은 모 신문(조선일보)에서 경선을 이틀 앞두고 오보를 냈을 때였다. 이번 경선은 '이명박 대 이명박의 싸움'이었다. 박근혜 전 대표도 자기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니라 이명박 후보의 문제를 주로 얘기했고, 우리는 또 이명박이 그런 이명박이 아니라는 것을 갖고 방어에 나섰다. 우리의 비전과 정책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저 쪽의 네거티브 캠페인을 방어하는 데 가진 힘의 80~90%를 써야 했기 때문에 지리하고 치열했다.

프레시안 : 그래도 언론은 이명박 후보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나.

박형준 : 언론환경은 어마어마하게 안 좋았다. 언론은 뉴스가치를 따질 수밖에 없지 않나. 그러다보면 1등 후보에 대한 기사가 뉴스가치가 가장 높을 수밖에 없다. 1등 후보의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기사가 더 많이 읽힌다. 너무 오랜 기간 동안 격차를 유지한 1등 후보였기 때문에 우리에게 우호적인 매체는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한두 군데 꼽으라면 꼽을 수 있을까…. 어려운 언론환경에서 나름대로 선전해 왔다고 본다.

"매일 아침이 공포…신문 보기가 두려웠다"
▲ ⓒ프레시안

프레시안 : 두려웠던 순간은 없었나?

박형준 : 심하게 이야기하면 매일 아침이 공포였다. 아침에 신문을 보기가 무서웠다, 뭔가 터지면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해진다.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네거티브 대응팀에 연락하고, 보도 자체가 과장이라든지 사실과 다르다면 거기에 대응해야 하고…. 한 번 제기된 사안을 해명한다는 것은 무지하게 어렵다. 빨간 잉크 한 방울이 떨어진 세숫대야의 물을 희석시키는 데 수십 배의 물이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다. 의혹이라는 게 한 번 제기하면 잉크 번지듯 번진다.

네거티브 캠페인이라는 게 참 무섭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개인적으로는 지난 총선에서 상대 후보의 엄청난 네거티브에도 불구하고 난 한 번도 공격을 안 했다. 기본적으로 포지티브 캠페인의 위력을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요한 네거티브는 포지티브만큼의 위력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명박 후보 아닌 다른 후보 같았으면 나가 떨어졌을 것이다.

프레시안 : '도곡동 땅' 문제는 본선에서도 문제가 되지 않겠나.

박형준 : 도곡동 땅이 이명박 후보의 것이라면 검찰 수사에서 밝혀지지 않았을 리가 있겠나. 이번에도 검찰의 "제3자의 것으로 보인다"는 애매모호한 표현 때문에 엄청난 오해를 받았는데, 내부적으로도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을 거듭했지만 도곡동 땅은 이명박 후보의 것이 아니다. 그 진실이 변하지 않는 이상 아무리 의혹성 검증공세를 하더라도 효과는 없을 것으로 본다. 이미 예선에서 많은 문제들에 대한 검증을 통해 내성을 상당히 키웠다고 생각한다. 이명박 후보와 관련된 여러 의혹 가운데 사실로 드러난 것은 없다. 다만 그런 분위기를 조성해 국민이 의아하게 생각하는 게 문제다.

프래시안 : 네거티브 캠페인이 가능하다는 것은 '도덕성 문제'가 이명박 후보의 약점이라는 뜻도 된다. 동의할 수 있나.

박형준 : 대통령을 뽑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기준은 국가경영 능력과 자질이다. 도덕성 문제도 대통령 직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그에 걸맞은 도덕적 기준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묻는 것이다. 성직자를 뽑는 것이 아니다. 살아 온 과정에서 먼지를 털어 한 점의 티끌도 없는 사람을 뽑으려 한다면 그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한반도 대운하, 끝까지 밀고 나간다"
▲ ⓒ프레시안

프레시안 : 경선을 통해 '경제 대통령' 이미지의 실체를 일정하게 인정받았다. 그러나 실제로 경제정책에 대해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박형준 : 정책경선이 되지 못하다 보니 사실 정책에 대해 제대로 국민들에게 알릴 기회가 적었다고 생각한다. 경제를 살린다고 했을 때 새로운 정책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책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도록 그 과정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 그 부분에서 이명박이 더 우세했다. 실제로 정책을 구현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다는 것이 추상적인 이야기인 것 같지만 사실 대단히 중요한 이야기다. '일머리'를 아느냐, 모르느냐 하는 차이다.

경제정책 가운데 한반도 대운하 공약만 계속 논쟁이 됐고, 앞으로도 논쟁은 계속 될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 대운하를 추진해서 얻는 편익이, 하지 않아 얻는 편익보다 10배, 100배 많다면 당연히 해야 한다. 10%의 문제점 때문에 90%의 장점을 갖고 있는 국가적인 미래 프로젝트를 선택하지 않는다면 도전하는 지도자라고 볼 수 없다.

프레시안 : 오늘 일부 보수언론에서도 운하 공약을 재검토 하라는 지적이 나왔다. 운하 공약에 대해서는 시민단체뿐 아니라 당 내에서도 불협화음이 있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박형준 : 정책의 논리와 선거의 논리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 대운하가 이명박의 중심정책이었는데, 한반도 대운하 정책을 찬성할 상대후보 진영이 있겠나. 맞다고 해도 반대하고 봐야 하는 것이다. 청계천도 마찬가지였다. 당 내외를 막론하고 찬성세력은 없었다.

그런데 이게 정책의 논리로 들어오면 한반도 운하가 갖고 있는 여러 잠재력, 다목적 효과 같은 것들이 구체적으로 논의될 수 있다. 그렇다면 하는 게 안 하는 것보다 낫다고 하면 추진해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이는 민자사업이다. 여기에 정부가 제도적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네델란드 쪽 전문가들이 한국의 강들을 보고 "이렇게 좋은 자원을 왜 활용하지 않느냐"고 하더라. 우리로선 반대자들이 반대한다고 해서 포기할 문제가 아니고, 한반도 대운하의 진정성과 설득력을 국민에게 더 효율적으로 알리는 게 중요하다 생각한다.

프레시안 : 그런 과정을 통해 전문가나 정치권 내에서만 논쟁될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환경적 영향 등 국민생활에 영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일 텐데, 국민들의 의견을 물을 생각은 없나?

박형준 : 국가의 미래와 관련된 이런 큰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 있어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의견을 혼재시키면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전문가들에 대해서는 토론의 장을 만들어 줘야 하고, 비전문가들에 대해선 설득과 조정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국민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문제는 다른 차원의 영역이다. 선거 과정에서는 아마 잘 되지 않을 것이다. 이명박 후보가 당선이 되면 진행시킬 문제다. 선거과정에서는 서로의 논리를 주장하면서 어느 쪽 논리가 더 설득적인지 하는 경쟁이 있을 뿐이다. 환경단체에서 제기하는 여러 문제는 충분히 답할 수 있는 문제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생각하면 운하를 통해 환경문제를 완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부 장점만 있겠나. 장단점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장점이 단점보다 크다면 추진해야 하는 것이다.

"대운하 공약, 나도 처음엔 의심했었다"
▲ ⓒ프레시안

프레시안 : 혹시 캠프 내부에서도 한반도 대운하 공약에 대한 반론이 있었나.

박형준 : 처음에는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 이명박 후보 지지들조차 잘 이해를 못하고 막연한 몇 가지 반대의견을 듣고 "괜히 밀고 나갔다가 게임 끝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함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초기에 캠프에서 대응을 잘 못한 측면이 있다.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설득을 했어야 했는데…. 요즘은 캠프 내에서 공부가 많이 돼 있다. 준전문가들이 많아 졌다. 개인적으로는 나도 처음에는 의심을 했었다.

프레시안 : 경제를 운용할 줄 아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정책 기본 방향이나 철학도 중요하다. 이 후보는 한나라당의 기존 정책 방향을 이어간다고 보면 되나?

박형준 : 이명박 후보에겐 뚜렷한 철학이 있다. 시장이 해야 할 일,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분명히 다르다는 것이다. 정부의 할 일은 시장에서 소외받은 사람, 밀려난 사람들, 시장에서 양극화 효과로 주저 않은 사람을 위해 적극적으로 관여해서 그분들의 삶을 좀 더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서울시장 시절에도 이명박 후보가 제일 먼저 했던 것이 노인복지-유아복지 사업이었다. '이명박 정권'이 탄생한다면 서민들을 위한 정책은 약화되는 것이 아니라 강화될 것이다. 시장을 통제해 복지자원으로 만드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이긴 하지만, 시장의 발전 잠재력을 극대화해서 재원을 마련해 그 재원을 적극적으로 서민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어쨌든 시장이 '이명박 정권'에 긍정적 신호를 받아 투자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캠프 내에서는 '신발전 국가론'을 논의하고 있다. 규제개혁이나 조세정책 등 국가가 제도적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게 필요하다.

프레시안 : 현재 우리 경제의 문제는 경제적 성과가 고루 분배되지 않는 것이다. 소위 아랫목은 따뜻한데 윗목은 데워지지 않는 것인데,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박형준 : 그게 양극화 문제다. 경선기간 동안 그 부분에 대한 공약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도 있는데 제대로 못 써먹었다. 정책전문가들을 대폭 영입하고 네트워크를 확대할 것이다. 그 부분에 대한 개인적 생각은 이제 개인의 삶의 주기를 고려한 정책을 써야 한다는 점이다.

이명박 후보의 출마선언문을 보면 '인생 3모작 시대'라는 표현이 있다. 90세를 기준으로 30세 씩 인생을 3모작해서 살아야 할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교육과 여가와 일이 어떻게 결합하면서 초년기과 중년기와 노년기에서 각각 나름대로 자아를 실현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의 문제다. 가난한 자나 부자나 기회를 주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물론 대폭 보강해야 할 것이기도 하다.

"젊은 정당, 전국정당으로 거듭 나야"
▲ ⓒ프레시안

프레시안 : 이제 이 후보에게 남은 주요 과제 중 하나가 당 화합 문제다. 박근혜 전 대표에게 선대위원장 제의를 하게 되는 것인가?

박형준 : 어제 우리 캠프가 해단식을 한 이유 중 하나가 후보에게 부담이 되지 말자는 것이다. 실질적 역할을 수행했던 사람 사이에선 그런 분위기가 있다. 우리가 자리에 계속 차고 앉아 뭔가를 하게 되면 상대 캠프와 화합하는 데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후보에게 프리핸드를 줌으로써 후보가 당 화합의 새로운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당 중심의 선대위가 구성될 테고 이미 당 화합과 외연확대라는 두 가지 원칙도 천명한 상태다. 거기에 맞게 선대위가 구성될 것이다. 그에 대해 박 후보가 중심적 역할 맡아 달라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이 후보는) 선대위원장 플러스 알파까지도 생각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프레시안 : 공천권을 포함한 당 내의 실질적 지분까지도 나눌 수 있다는 의미인가?

박형준 : 아직 공천권을 이야기할 때는 아니다. 그것은 대선 이후의 이야기다. 우리가 예단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명박 후보가 여러 채널을 통해 모든 문제에 대해 협의하지 않겠나.

프레시안 : 박근혜 전 대표의 복심(腹心)에 대해서는 말들이 많다. 어제의 '경선승복'이 진심이라고 생각하나.

박형준 : 어제 박 전 대표의 경선승복은 굉장히 오랫동안 국민의 뇌리에 남을 것이다. 정치적 자산을 배가시킨 일이라고 생각한다. 캠프에서도 전략적으로 아주 잘 판단한 것이다. 그 속에서 대화가 활발히 이뤄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혹시 후보 선대위에서 하고 싶은 역할이 있나?

박형준 : 모든 결정은 후보가 내리는 것이다.

프레시안 : 만일 대변인 자리를 다시 맡으라고 한다면 받아들일 것인가?

박형준 : 글쎄….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워낙 힘든 일이라…(웃음).

프레시안 : 화합과 쇄신이라는 두 가지 원칙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

박형준 : 이 후보는 쇄신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당이 고령화 돼 있지 않나. 당이 젊은 정당으로 바뀌는 문제라든지, 영남정당이 아니라 호남이나 충청에서도 지지를 얻어 실질적인 전국정당의 면모를 갖추는 문제라든지…. 그렇게 하기 위해선 당의 외연확대가 중요하다. 유용하고 실용적 정당으로 탈바꿈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안다.

프레시안 : 이명박 후보의 당선을 "정치 엘리트에서 경제 엘리트로의 권력의 변화"라고 평가했다. 한나라당 내부의 변화도 염두에 둔 평가인가?

박형준 : 이명박 후보의 당선은 한국 정치의 일대 사건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모두 정치수업을 받은 사람이 대통령이 됐다. 그런데 이 후보는 CEO 출신에 서울시장으로서의 행정경험을 쌓았다. 이 후보는 경제 엘리트에서 행정 엘리트로, 또 행정 엘리트에서 정치 엘리트로 전환 과정을 겪은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이 능력과 성과, 즉 '일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신호다. 정치 엘리트의 충원방식에 있어서도 근본적인 변화가 오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전혀 새로운 경력을 거친 대통령을 가질 수 있는 계기도 열렸다. 그것이 시대정신이다.

"민주당-국중당과 연대 적극 추진하겠다"
▲ ⓒ프레시안

프레시안 : 이명박 후보가 상대하기에 가장 어려운 범여권 후보는 누구일까?

박형준 : 쉬운 적수가 있겠는가. 오픈 프라이머리를 거쳐 후보가 결정되면 상당한 지지를 얻을 것이다. 단일화가 만일 된다면 본선에서 만만치 않을 것이다.

프레시안 : 이명박 후보 본인도 여러 차례 민주당, 국민중심당과의 연대를 언급했었다. 현실화될 수 있을까?

박형준 : 그런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본다. 국중당이나 민주당이나 이념적 차원에서는 상당히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어쨌든 연합을 해야 한다. 새로운 정치동맹을 해야 소위 반(反)한나라 전선으로 고립-포위되는 현상을 돌파할 수 있다. 전국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도 그것은 필요하다. 경선에서도 후보가 천명한 바 있고, 경선 이후에도 의지를 갖고 추진할 것이다.

프레시안 : '새로운 정치동맹'이라면 정책적 연대 이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들린다.

박형준 : 실질적으로 충청과 호남의 정치세력과 세력 대 세력으로 연합하는 그런 모양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프레시안 : 대선 전 정계개편도 염두에 둔 것인가?

박형준 : 정계개편까지는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시민사회 세력도 있고, 한나라당 밖의 여러 세력과 연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에 대해선 폭넓은 공감대가 있다.

프레시안 : 당 지도부에서 정상회담을 차기 정권으로 연기하라고 공식 요청했다. 이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또 한나라당의 기존 대북정책과 이명박 후보의 대북정책의 차이는 무엇인가.

박형준 : 이명박 후보의 대북정책은 기본적으로 호혜적 상호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다. 변화된 한나라당의 대북정책과도 어느 정도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 경제적, 실용적, 인도적 접근을 하자는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도 실질적 성과만 있고 차기정권에 무리한 부담만 안 주면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정상회담 미루자는 게 우리의 전략은 아니다.

프레시안 : 이 후보의 향후 계획은?

박형준 : 일단 당 화합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또 선대위 구성을 당의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계기를 삼을 것이다. 9월에는 해외순방도 추진할 것이다. 후보로서 외교무대에서 활약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 긴 시간 동안 말씀에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