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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노무현

노대통령 "잠 못 이루는 청와대의 밤도 있다"(2006.5.4)

  "잠 못 이루는 시애틀의 밤을 말씀하셨는데 잠 못 이루는 청와대의 밤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3일 서울 쉐라톤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미주지역자문회의에 참석해 현 동북아 정세와 관련된 고민을 토로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삼국시대부터 근현대사를 넘나들면서 중국, 일본, 미국 등 주변국 정세가 한국 역사에 미친 영향을 한 시간 가까이 장황하게 설명하면서 "대통령이 되면 다 알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대통령이 된 지금도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갈 수 있을 것인가' 이런 의문 사이에서 끊임없이 방황한다"고 밝혔다.
  
  "진보하는 역사와 반복하려는 역사 사이에 팽팽한 긴장 상태"
  
  노 대통령은 "우리 역사는 중국이 강해져도 일이 나고 일본이 강해져도 일이 난 역사"라며 "우리가 사고를 친 일이 없는데 이웃나라 사정으로 항상 고난을 당했던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최근 독도 영유권 문제를 둘러싼 한ㆍ일간 갈등과 관련해 "지금 한국은 일본과 역사문제를 가지고 얼굴을 붉히고 있다"며 "이런 얼굴 붉히는 관계가 여러 가지 다른 변수들과 함께 작용해 결과적으로 또다시 어떤 불행한 역사의 구렁텅이로 밀려들어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노 대통령은 일본 측의 삼국시대 한반도에 대한 지배권 주장, 임진왜란, 식민지배 등을 언급한 뒤 "국가적 영광을 추구하는 일본의 네 번째 행위가 작금의 행동들"이라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또 "미국과 일본이 굳게 손잡고 중국을 경계하자고 말하고 있다"며 "중국과 일본이 무슨 일을 하든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갈 수 있을 것인가는 저에게도 끊임없는 질문"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앞으로 나아가는 역사, 반복하려는 역사, 이 두 개의 힘이 지금 팽팽하게 실려 있는 게 21세기 초 세계의 상황이고 동북아시아를 둘러싸고 있는 질서"라고 강조했다.
  
  "결코 미국과 얼굴 붉힐 일 아니다"
  
  노 대통령은 우리 역사에서 일본과 중국 등 주변국의 위협에 대해 "몰라서 대비 안하고 알아도 대비 안한 사연이 있다"며 "분열 때문에 다른 사람이 위험하다고 하니까 나는 안전하다고 말해야 되는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가 국치를 당한 매 시기에 국내에 분열이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과 관계에 대해 노 대통령은 "지난 50년 동안 우리가 신세 많이 졌고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결코 미국과 얼굴 붉힐 일이 아니다"고 기본 입장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기대서 사는 것과 독자적으로 살면서 다정한 친구가 되는 것은 별개 문제"라며 "그동안 우리가 기대는 전략을 통해 성공했다면 이만큼 덩치가 컸으면 이제 살림도 좀 나고 독자적인 진로를 선택해서 성공하는 전략도 생각해야 되지 않겠냐. 언제까지 기대서만 살 수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또 미ㆍ중간 상호 긴장 관계에 대해 "미국의 정권이 바뀌면 중국에 대한 정책이 조금씩 달라진다"며 "지금 중국과 비교적 각이 서 있는 상황에 있기 때문에 우리가 불안이 좀 더 켜져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미국도 큰 틀에 있어서 세계적인 화해와 협력의 큰 틀을 깨지는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