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피플/김근태

"선동정치, 국민분열정치 안돼"(2003. 5. 14)

"다당제를 주장하는 분들은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룬 대중, 정권 재창출을 이룬 대중을 분열시킬 위험이 있다. 그래서 분열적 지역주의를 고착시킬 위험이 있다. 자신들이 차별성을 갖기 위해서, 또 얼마간은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결과로 국민을 분열시킬 수 있다는 점을 왜 생각하지 않나."

민주당 김근태 의원은 1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분열을 전제로 한 신주류 일각의 '개혁신당' 구상에 대해 비판했다.

***"다당제, 통밥 굴리는 정치로 퇴행 가능성"**

김 의원이 신당 창당으로 인한 다당제 구도로 가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번째는 '명분'이다. 

김 의원은 "국민들의 요구는 새로운 정치를 하라는 것과 동시에 분열하지 말라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 의원은 "아무리 감성 정치시대라지만 선동적인 정치, 결과적으로 분열을 감수하는 정치는 안 된다. 민주당의 법통을 계승하겠다는 것은 민주주의와 민주화운동과 평화통일운동을 견지하면서 가졌던 결연함과 의연함, 그 정신을 계승하는 거지, 자기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선동으로 가서는 안 된다. 그러면 국민이 나중에 정치인을 외면하게 된다. 정치가 망할뿐 아니라 나라가 흔들린다. 진실하게 노력해야 된다"고 말했다.

두번째는 내년 총선을 둘러싼 '정치적 현실'이다. 김 의원은 "다당제를 만들어서 반사적 정치이익을 얻겠다는 것은 정치공학적으론 맞을지 모르지만 성공할 리 없다"면서 "과정에서 진실하지 않으면 민주당의 법통을 다른 쪽이 갖게 되고, 이들이 원내교섭단체 이상을 유지하면 수도권에서 굉장히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현실정치인들에게는 총선이 심리적으로 임박해 있다. 자신의 정치적 소신과 판단에 따라 움직이지 못하고 정치적 계산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조성될 위험성이 있다. 그런 상황이 오면 신당은 해야 하는데 내가 신당을 하는 게 당선 가능성이 높은가, 그냥 남는 게 당선가능성이 높은가를 고민하게 된다. 이러면 개혁이 아니라 말하자면 통밥 굴리는 정치로 다시 퇴행해 버릴 수밖에 없다"는 게 김 의원의 지적이다.

그는 또 "그보다 더 복잡한 것은 그렇게 되면 정권교체를 이루고 정권재창출을 했던 대중을 결과적으로 분열시키는 게 된다"는 것도 강조했다. 이는 곧 개혁세력 지지 기반의 양분을 의미하는 것이며, 동시에 내년 총선 전망이 불투명해진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김 의원은 "인위적 인적 청산을 하는 것은 또 하나의 패거리 정치를 낳는 것이고, 권위주의를 낳는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 의원은 또 "일부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영남에서 표를 얻기 위해 호남을 버리자고 하는 건 무협지 얘기 아니냐"고 반박했다.

***"투명성 확보로 합리적 리더십 창출해야"**

그러나 김 의원은 "국민의 정치에 대한 불신은 극에 차 있고, 정치가 응답해야 한다"면서 "물갈이를 많이 해야 한다"며 인적청산 자체에 대해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단지 "누구를 물갈이할 것인가"는 "국민경선을 통해 정하자"는 것이다. 

김 의원은 "물갈이가 안 될 경우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난 국민을 믿는다. 만약 안 되면 그건 우리 수준이다. 그 수준을 딛고 다음을 가야지, 그걸 인위적으로 하면 보스권위주의와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 같이 가자는 게 아니라 기득권을 포기하고 문호를 개방하고 커트라인을 높이자는 것"이라며 "이 과정을 통해 합리적 주도세력으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한 신당창당 수순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밖에 오는 15일 있을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간의 한미정상회담에 대해 국민적 관심이 집중돼야 한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번 정상회담은 미국의 대북정책, 한반도 정책이 어떻게 될 것이냐에 있어 하나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 미국의 대북정책이 어떻게 재정비되느냐에 따라 해결의 길이 있을 수 있고, 지루한 교착으로 갈 수 있고, 대결적인 과정으로 갈 수도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우리 국내에서 정치적 힘이 모아지고 교섭력이 발생할 수 있어야 한다"며 "노 대통령에게 힘을 몰아줄 것"을 당부했다.

김 의원과의 인터뷰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관용 상임편집위원의 진행으로 13일 오후 4시부터 1시간 가량 계속됐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다당제로 가면 국민 분열"**

프레시안 : '최근 별도의 신당추진기구를 빨리 만들자는 신주류 강경파 일각에선 새로 만드는 정당이 국민들에게 차별성을 인정받으려면 민주당이 있어주는 게 좋다. 그러니까 쪼갤 수밖에 없다'는 인식도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김근태 : 그 얘기 하기 전에 이 얘기부터 먼저 하고 싶다. 지금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에 가 있다.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미국의 대북정책, 한반도 정책이 어떻게 될 것이냐에 있어 하나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 미국의 대북정책이 어떻게 재정비되느냐에 따라 해결의 길이 있을 수 있고, 지루한 교착으로 갈 수 있고, 대결적인 과정으로 갈 수도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우리 국내에서 정치적 힘이 모아지고 교섭력이 발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방미전에 내가) 성명을 냈는데 국민들이 불안한 감정은 있으면서도 관심이 모아지지 않는 게 안타깝다. 그 이후의 평가는 별 의미가 없다. 대한민국의 지도자로서 노무현이 부시를 만나 상호의 전략과 국가이익을 어떻게 정리할 것이냐, 이 부분에 대해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 한미정상회담이 15일인데 참 걱정이다. 작년 대선에선 이른바 북한 변수와 미국 변수가 별 영향을 안 미쳤다. 지금 그만한 결속력을 갖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줘야 하는 아주 중요한 시점이라는 얘기를 먼저 드리겠다.

신당 논의와 관련해, 정치공학적 접근으로 그런 계산을 해볼 수 있다. 대비되는 정당이 있는 게 좋다는 것이 한편에선 말이 되지만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민주당의 정신을, 법통을 계승해야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것이 기득권을 유지하는 방편으로 사용돼서는 절대 안 된다. 일부 민주당의 법통을 주장하는 분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방어하고 '밥통 지키기'의 무기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선 분명하게 비판하고, 또 국민이 수락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다당제를 주장하는 분들은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룬 대중, 정권 재창출을 이룬 대중을 분열시킬 위험이 있다. 그래서 분열적 지역주의를 고착시킬 위험이 있다. 자신들이 차별성을 갖기 위해서, 또 얼마간은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결과로 국민을 분열시킬 수 있다는 점을 왜 생각하지 않는가.

두 번째는 물갈이를 많이 해야 한다. 정치에 대한 국민 불신은 극에 차 있다. 정치가 응답해야 된다. 누구를 물갈이할 것인가. 국회의원, 대통령 후보, 국민이 참여하는 경선을 통해 물갈이를 하자. 만약 물갈이가 안 될 경우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난 국민을 믿는다. 해 낼 것이고 만약 안 되면 그건 우리 수준이다. 그 수준을 딛고 다음을 가야지, 그걸 인위적으로 물갈이를 하면 보스 권위주의와 다를 게 없다.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도 도로아미타불이 될 것이다. 

국민을 믿지 않으면 개혁이 불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다 같이 가자는 게 아니라 기득권을 포기하고 문호는 개방하고 커트라인을 높이자는 거다. 이 과정을 통해 합리적 주도세력으로 바꾸자는 거다.

***"민주당을 호남당으로 규정 말라"**

프레시안 : 다당제 구상을 하는 분들이 당을 쪼개야 한다는 데에 절박하게 매달리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김근태 : 내년 총선에 대한 정치수요가 광범위한 것 같다. 정치에 대한 불신도 높고 결과적으로 책임추궁을 당할 부분도 있다. 난 이번에 화물연대 파업을 보면서 참 착잡했다. 저건 우리 경제를 마비시키는 것이므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엔 중층적인 수탈구조가 있다. 자살까지 하는 걸 보면 참 처참한 느낌이 든다. 

근데 새로운 국가운영 시스템이 아직 정착하지 못해서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결할 방안을 아직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말하자면 기구가 돌아가지 않고 있다. 이건 정치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가슴 속에 다 승복을 안 하고 있다. 이걸 승복하게 만드는 전환적 계기를 이번 과정에서 꼭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게 신당을 필요로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여하튼 정치에 대한 불신이 높으니까 이걸 계기로 새로 정치에 입문하려는 사람이 참 많다. 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또 노무현 대통령이 2000년 부산에서 떨어진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영남 혹은 충청지역에서 개혁세력이 상대적으로 손해 본 부분이 있다. 그런 분들이 국회의원으로 당선될 수 있도록 정치지형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나는 민주당을 호남당으로 규정하는 것은 반대하지만 전국정당으로 나가고 있지는 못하다는 건 인정하다. 이를 극복하자는 건 올바른 지적이고 또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러나 스스로 정권 교체한 민주당을 호남당으로 규정하는 것은 정권 재창출을 이룩한 대중을 굉장히 감정 상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분들의 자존심을 살리면서 물갈이는 대폭적으로 될 수 있는 방안이 나는 정당의 민주화, 투명한 정치의 제도화를 통해서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새로이 정치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지금 민주당 틀 안에서 경선이라는 절차를 통해서는 공천받을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신당을 하고자 한다는 얘긴가.

김근태 : 그렇진 않다. 그건 한 요소이긴 한데 국민이 정치에 대한 불신이 굉장히 높고 새로운 정치를 하라고 국민이 강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신당을 하자는 것이다. 근데 거기에 새로운 정치에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내가 정치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것 같다.

프레시안 : 신주류 쪽에서 비공식적 신당추진기구를 만들자는 데까지 의견을 모았는데, 거기에 찬성하는가.

김근태 : 찬성한다. 엄밀히 절차적으로 말하면 지적받을 요소가 있다. 근데 정당은 임의조직이고 정치조직이기 때문에 배짱이 맞는 사람끼리 먼저 얘기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거기까지 왔다. 그러나 함께 정치하는 사람들에게 굴욕적인 느낌이 들도록 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먼저 하고 당신들이 함께 참여해 달라' 이렇게 진실하게 임해야 우리를 지지하는 대중이, 다수가 함께 나가 전국 정당화하고 그걸 통해 이 시대 과제인 한반도 평화와 개혁을 이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이런 부분을 소홀히 해서 일부에서 얘기하는 데로 너무 많이 오면 안 되니까 떨궈내자는 건 안된다. 국민들은 새로운 정치를 원하는 동시에 분열하지 말라고 요구한다. 더 확대하라는 건데 거꾸로 가면 안 된다. 국민이 제일 싫어하는 게 오만이다. 이회창 후보가 대선전에 1년 하고도 11개월을 이겼다. 그러나 막판 보름만에 졌다. 오만함과 노무현 후보의 인간적 매력, 단일후보 등이 합쳐진 결과였다.

***"영남표 얻기 위해 호남표 버리자는 건 무협지 얘기"**

프레시안 : 당무회의를 통해서 민주당이 공식적으로 신당추진위원회를 만들자는 안이었다가 갑자기 비공식 추진 기구를 만드는 쪽으로 선회했다. 왜 그렇게 된 것인가.

김근태 : 당 개혁안을 통과시키고 그것에 기초해 임시지도부를 만들고 임시지도부에 의해 당무회의 추인을 받아서 가자, 이런 게 교착상태에 빠져 추진력을 잃었다. 따라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온 거다. 임의적인 신당추진기구를 만들고 많은 현역의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하고 그 힘을 가지고 당에서 정치적 합의를 얻자. 논란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게 지금의 절차다.

프레시안 : 2단계가 될지, 3단계가 될지 모르겠지만 당무회의에서 공식적으로 추인을 받는 것을 목표로 가는 것인가.

김근태 : 맞다. 그러나 사실은 전원 합의가 있어야 통과된다. 정치적 합의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된다.

프레시안 : 김 의원이 주장하는 개혁적 통합신당이 과거 'DJ식 동진정책'하고 뭐가 다르냐는 지적이 있다.

김근태 : 그 전에 민주당을 호남당으로 규정하려는 세력들이 양쪽에 다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이 있고, 다른 한쪽은 민주당을 호남당으로 격하시켜야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가 온다고 생각해 주장하는 분들이 있는데, 참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민주당 지지자들은 호남 출신이 많다. 이건 DJ와 YS의 분열 때문에 온 결과다. 이 부분은 역사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민주당 지지자들이 정권재창출, 노무현을 당선시킨 주체세력이라는 점을 부인해서는 안 된다. 이는 역사성을 부인하는 청산주의다.

'DJ 동진 정책'은 이름 자체도 거만했다. DJ가 당선된 것에 대해선 나 스스로도 자신감과 성취감이 있었는데 어디에서 동쪽으로 진격한다는 얘기인지... 난 그때 반대했다. 함께 주체가 되는 게 아니고 일종의 내국 식민지를 만들겠다는 건가. 또 그 때는 1인 보스체제였다.

우선 이번엔 말이 다르고, 우리가 하려는 것은 전국정당화를 통해 정말 경쟁력 있는 대한민국으로 업그레이드 시키자는 거다. DJ와 YS가 분열 안 됐으면 영남이나 충청권에 개혁적인 정치세력이 훨씬 더 힘 있는 뿌리를 내리고 있을 것이다. 이걸 회복하자는 거다. 북핵문제, 한반도 평화문제, 경제문제 등은 우리가 손잡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다. 이렇게 간곡하게 함께 주체가 됩시다. 이래야 전국정당화가 될 수 있다. 일부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영남에서 표를 얻기 위해서 호남의 표를 버리자. 이건 무협지 얘기 아닌가.

프레시안 : 신당이 기존 민주당과 어떤 차별성이 있는가. 지금 보기엔 당의 노선과 정책에 있어서는 크게 차별성이 없는 것 같다. 논란이 되지 않고 있다.

김근태 : 그게 참 부족한 점이다. 없는 게 아니라 주요 쟁점으로 부상이 안 되고 있다. 분명한 것은 민주당 우산 아래로 들어와라. 이래서는 안 된다. 기득권을 포기해야 한다. 민주당이라는 간판이 갖고 있는 기득권은 포기하고, 그러나 정권재창출을 이룬 지지대중이라는 자산은 함께 갖고 가자. 아무래도 세력으로 볼 때는 민주당에 함께 했던 사람들이 다수다. 지지하는 대중도 다수고. 그러니까 기득권을 분명히 포기해야 한다.

기득권을 포기한 다음에 문호를 개방해서 함께하는 사람에겐 동등한 기회를 줘야하고 그 다음에 국민들이 원하는 정치 물갈이를 해달라는 요구는 충족시키기 위해 커트라인을 높여야 된다는 거다. 핵심은 거듭 얘기했지만 우리사회의 투명성인 것 같다. 대통령 후보 때 한번 성공했지 않나. 국회의원 후보도 국민경선 하자는 거다.

그 다음에 돈이 덜 드는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 후보든 당 대표든 국민경선하면서 선관위가 관리하도록 하면 돈 쓰지 못한다. 또 원내정책정당화 확실히 해야 한다. 중앙당이 국회로 들어오면 돈이 확 줄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를 만들어내려면 평화개혁세력이 하나로 모여야 한다. 개혁세력이 중심에 확고히 서되, 통합의 정신을 버리지 않는 폭넓은 연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구 선생을 우리 국민이 존경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한반도의 분열을 막으려고 마지막까지 몸부림쳤던 것을 기억하는 거다. 지금 우리는 김구 선생을 다시 생각할 때다.

프레시안 : 기존 민주당과 당을 운영하는 근본적 틀에 있어서 차이점은 분명히 드러났다. 그러나 당운영 방식을 민주적으로 바꾸자는 것은 그 동안 수없이 애기해 왔는데 구태여 신당을 만드는 이유가 뭐냐. 정책과 노선에서 차이가 뚜렷이 드러나지 않는다면 사실은 그 당이 그 당 아니냐. 이런 인식이 있을 수 있다.

***"다당제 성공할 리 없다. 수도권에서 어려운 상황 발생한다"**

김근태 : 내가 DJ와 함께 정치를 하면서 느꼈던 보람과 자부심과 그리고 갈등과 대립, 이 두 가지가 모두 있다. 정권교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에 있어서는 거의 판단이 같았다. 그런데 정치를 운영하는 방식에 있어서 1인 보스체제로 운영하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다 나중에는 공개적으로 대립도 하고 갈등도 했다.

1인 보스는 떠났지만 유제(遺制)가 상당히 남아있고 당정분리는 돼 있지만 정치가 아직 제도화가 덜 됐다. 또 DJ 총재, 대통령의 1인 보스 권위주의 행태에 대해 반발하다가 한나라당으로 간 민주화운동 동료들이 있다. 나는 당시 그분들의 선택에 대해 반대했지만 정말 인간적으로는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지금도 큰 노선에서 같은 세력이 많이 흩어져 있기 때문에 이런 세력들이 함께 집결하는 전환이 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신당을 만들어서 사람들이 다시 모이고 민주화운동 시대에 우리와 함께 했던 대중, 국민들이 함께하는 중요한 전환기가 될 거라는 바람을 갖고 있다.

프레시안 : 민주당 세력, 개혁당, 한나라당 개혁파, 무소속, 기타 새로 진출하는 분 등 4자연대, 5자연대 이런 얘기를 하는데, 여기서 민주당을 뺀 나머지를 영입해서 주도세력을 만드는 과정에서 기존 민주당 법통을 유지하자는 주장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있다. 결과적으로 정치는 현실인데, 민주당이 제일 많으면서 거기에 와서 함께 하자고 하면 잘 안 온다는 거다. 그래서 떨궈낼 것은 떨궈내야 더 용기를 내서 올수 있도록 하는 거 아니냐.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김근태 : 신당을 통해 흩어져 있던 평화개혁세력을 함께 집결시키자는 것은 올바른 주장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민주당을 호남당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역사성이 있는 정당이다. 또 다당제를 만들어서 반사적인 정치 이익을 얻겠다는 것은 정치공학적으론 맞을지 모르지만 성공할 리 없다. 과정에서 진실하지 않으면 민주당의 법통을 다른 쪽이 갖게 된다. 이들이 원내교섭단체 이상을 유지하면 수도권에서 굉장히 복잡하고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

현실정치인들에게는 총선이 심리적으로 임박해 있다. 자신의 정치적 소신과 판단에 따라 움직이지 못하고 정치적 계산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조성될 위험성이 있다. 그런 상황이 오면 신당은 해야 하는데 내가 신당을 하는 게 당선 가능성이 높은가, 그냥 남는 게 당선가능성이 높은가 고민하게 된다. 이러면 개혁이 아니라 말하자면 통밥 굴리는 정치로 다시 퇴행해 버릴 수밖에 없다.

그보다 더 복잡한 것은 그렇게 되면 정권교체를 이루고 정권재창출을 했던 대중을 결과적으로 분열시키는 게 아닌가. 의도는 그렇지 않았는데 결과적으로 분열시키면 과정과 발생은 다르지만 YS와 DJ 분열과 다를 바 없다. 지역주의가 그 두 사람의 책임은 아니지만 이들의 분열로 지역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모멘텀을 잃어버렸다.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흘린 눈물, 땀과 피 이런 것들이 별안간 탈색돼 버렸다. 우리는 이런 역사적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인위적 인적 청산을 하는 것은 또 하나의 패거리 정치를 낳는 것이고, 권위주의를 낳는 것이다.

프레시안 : 그러니까 분열 안 되고 같이 신당으로 가야 오히려 외부영입도 쉬워진다는 것인가.

김근태 : 그렇다. 민주당이 다수가 참여하기 때문에 그 외에 참여하는 분들이 약간 심리적 부담감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기득권을 포기하자는 거다.

프레시안 : 지구당위원장까지 모두 다?

김근태 : 개인적으로 지구당 위원장 체제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이 만들었던 정치개혁안보다 훨씬 더 전향적인 정치개혁을 해야 한다. 그러면 다른 사람에게 동등하게 기회가 가거나 상대적으로 소수파에게 어퍼머티브 액션처럼 좀 더 유리한 조건을 제공함으로써 상대적인 소외감을 덜어주고 공동주체로 만들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선동정치, 국민을 분열시키는 정치 안돼"**

프레시안 : 개혁당 등에선 민주당이 그대로 다 있다면 난 그 당에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식의 공개적 발언까지 하는 사람도 있다.

김근태 : 그분들도 정치인이다. 정치인은 때로 몸값을 올려야 하니까 그런 애기하는 거 일 리 있다. 또 개혁당에 참여하는 분들은 더 개혁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분들이기 때문에 그렇게 해서 교섭력을 높일 수 있는 거고. 난 그걸 비판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프레시안 : 김 의원의 주장은 문호개방, 기득권 포기, 마지막이 주도세력 교체 부분이다. 최근 신당창당 논의는 당 개혁, 이념과 성향중심의 정계개편에다 세대교체적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탄생하면서 세대교체가 진행됐다. 어떤 의미에서는 권력투쟁적인, 헤게모니 싸움적인 요소도 들어있다고 본다.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노 대통령보다 후배세대들과 선배세대들 사이의 다툼이 게재되어 있지 않은가 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김 의원이 생각하는 개혁적 통합신당의 주도세력은 어떤 주도세력인가.

김근태 : 제 4세대 정당이라고 경기대 김재홍 교수가 주장해서 언론이 그걸 받아 세대교체라고 했다. 나는 재미있는 화두라고 생각한다. 제일 중요한 거는 합리적인 경쟁구도를 제도화하는 것이다. 국민대중에게 보다 합리적인 비전과 프로그램을 제시하면서도 국민의 가슴에 다가갈 수 있는 리더십이 뭐냐. 이건 새로 만들어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가 처해있는 과정은 참으로 복잡하다. 국가경쟁력도 높여야 하고,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사이에서 우리의 전략적 비전이 뭐냐, 이걸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느냐. 이런 것들을 제시하고 국민의 공감과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세력과 리더십 등등. 이런 건 어떤 특출한 개인이 나타나서 할 수는 없는 것이고 집단적인 리더십의 형성과 그 내부에서의 경쟁을 통해서 갈 수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선 맨 처음에 해야 되는 게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이 정치권에 있어야 한다. 말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의 실제 내용이 거의 같은 사람들. 그러면 싸우더라도 좀 덜 미울 것이다. 실제로는 뒤로 돈으로 정치하고 있고, 지역으로 정치하고 있고, 이거는 정말 끝내야 한다. 합리성은 공개된 약속과 규칙에 따라 경쟁을 하고 그래서 리더십이 되는 것이다. 이 상황을 우리가 시급하게 만들어야 한다. 국민이 적어도 정치의 리더십이 우리를 속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상황까지 가야 된다. 이게 4세대 정당의 책임 있는 태도고 1인 보스체제를 극복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그렇게 설득하겠다, 만들어 가겠다고 했는데 오늘까지 느껴지는 분위기는 충돌과 대립이다. 의원 총회하는데 대표도 안가고 선혈 낭자토록 권력투쟁 하겠다는 얘기도 나오고 이런 분위기다. 끝끝내 합쳐지지 않고 쪼개져버린다면 어떻게 하겠나.

김근태 : 요새는 옛날 민주화 운동할 때가 가끔 생각난다. 80년대 초에 데모대를 형성하면 바로 잡아가니까 종로2가나 광화문에 있다가 별안간 급습해 전단을 뿌리고 구호 외치고 잡혀가고 그랬던 기억이 나는데 정치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감성 정치시대라지만 선동적인 정치, 결과적으로 분열을 감수하는 정치는 안 된다. 민주당의 법통을 계승하겠다는 것은 민주주의와 민주화운동과 평화 통일운동을 견지하면서 가졌던 결연함와 의연함, 그 정신을 계승하는 거지, 자기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선동으로 가서는 안 된다. 그러면 국민이 나중에 정치인을 외면하게 된다. 정치가 망할 뿐 아니라 나라가 흔들린다. 지금 이 상황에서는 신당을 잘 만들어라, 그런데 함께 해라. 이게 국민의 요구고 기대라고 생각한다. 진실하게 노력해야 된다.

프레시안 : 안 됐을 가능성은 일단 배제한다는 말인가.

김근태 : 그건 다음번에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웃음)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근태 : 노무현 대통령에게 채찍질과 힘도 좀 몰아줬음 좋겠다, 부시와 정상회담 하기 전에 국민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우리 국민들이 마음이 흔들렸던 게 무디스가 두 단계 신용평가등급 전망을 내려버리니까 경제에 충격이 왔다. 또 언론들이 과장하니까 국민들이 얼어붙었다. 또 주한미군 2사단을 한강 이남으로 재배치한다니까 술렁거렸다. 

노무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부시도 부담되는 부분이 있다. 과거 DJ를 박대했던 때문이다. 그것 때문에 외형은 나을 것 같은데, 나는 북한이 제안한 일괄타결을 미국이 받아들이도록, 부시가 온건파의 손을 들어주도록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총의로서 정말 평화를 이뤄야 한다. 이렇게 되도록 정상회담이 열리기까지 며칠동안 최대한 해줬으면 좋겠다.

프레시안 : 알겠다.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