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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트럼프, '슬리피 조'에서 '부패한 조'로 공격 전략 바꾼 이유는?

[2020 美 대선 읽기] 트럼프, 바이든 상대로 고전하는 또 하나의 원인

"사기꾼 같은(Crooked) 힐러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통령 선거 때 상대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이렇게 불렀다.

트럼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은 2020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상대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얼마 전까지는 "졸린(Sleepy) 조"라고 비꼬았다. 바이든이 77세의 역대 최고령 대선후보인데다 토론과 연설에 능한 달변가는 아니라는 점에서 나름 약점을 잘 꼬집은 비판이었다.

하지만 이런 별명이 약하다고 생각됐는지 최근에 트럼프는 트위터에서 바이든을 "부패한(Corrupt) 조"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트럼프는 일찍이 바이든을 힐러리와 마찬가지로 '겉으로만 진보를 자처하는 부패한 정치세력'으로 몰아가고 싶었다. 지난해 7월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 외교차 전화 통화를 하면서 바이든 부자에 대한 뒷조사를 요청한 것도 이런 프레임으로 바이든을 공격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러나 이런 시도는 양심적인 공익제보자 덕분에 실패했고, 오히려 자신에 대한 탄핵사태만 불러오는 부작용을 낳았다. 때문에 진작에 활용하고 싶었던 "부패한 조"라는 카드는 잠시 접어두어야만 했다. 

1일(현지시간) CNN의 정치분석가 해리 엔튼은 여론조사 분석을 통해 트럼프 입장에서 "부패한 조"라는 공격이 반드시 먹혀야할 상황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그가 차악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라는 것. 2016년 6월 CBS 여론조사에서 클린턴에 대해 "정직하고 신뢰할 수 있다"는 응답을 한 유권자는 33%, 트럼프에 대해 같은 평가를 한 유권자는 32%로 조사됐다. 두 후보 모두 유권자들에게 크게 신뢰를 주는 후보가 아니었던 셈이다. 

이런 상태에서 클린턴이 오바마 정권에서 국무장관 재직 당시 1급 국가 기밀 정보 등을 개인 이메일 계정을 통해 주고 받았다는 '이메일 스캔들'이 터졌다. 트럼프 진영에서 물고 늘어졌던 이 의혹에 대한 미 연방수사국(FBI)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클린턴의 '정직성'이 또 한번 훼손됐다. 

이처럼 두 후보의 신뢰도가 낮은 상태에서 사업가 출신이고 공화당에서도 비주류인 트럼프는 정치적으로는 덜 부패한 후보로 여겨졌고, 최악이 아닌 차악의 선택으로 여겨졌다는 것이다. 2016년 11월 대선 출구조사(CNN)에서 트럼프가 클린턴을 이긴 주요 경합주(스윙 스테이트)인 미시간, 펜실베니아, 위스콘신에서 트럼프의 '신뢰도'는 클린턴을 앞섰다. 트럼프가 클린턴보다 "정직한" 후보라는 응답이 미시간에서는 1%p, 펜실베니아에서는 5%p, 위스콘신에서는 3%p 많았다. 

문제는 트럼프 대 바이든과의 대결 구도에서 현 시점에서는 바이든이 트럼프에 비해 더 부패한 정치인으로 여겨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전날(6월 30일) 발표된 퓨 리서치센터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이 "정직하다"는 응답은 48%인 반면 트럼프가 "정직하다"는 답변은 36%에 그쳤다. 대선후보로서 선호도는 바이든이 54%로 트럼프(44%)보다 9%p 높았다. 퀴니피악대학교의 6월 여론조사에서도 바이든이 정직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44%로 트럼프(35%)에 비해 9%p 많았다.

CNN은 "후보자를 정직하게 보는 것과 그 사람에게 투표할 것인지 여부는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며 "11월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이 바이든을 두 자릿수 차이로 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본다면 트럼프가 이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과 달리 2020년 대선에서 '덜' 정직한 후보로 여겨지고 있다. 왼쪽부터 바이든, 트럼프, 클린턴.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070206071912210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