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

"트럼프가 이상하다" 45초 짜리 광고 등장...제작자는 공화당?

[2020 美 대선 읽기] 트럼프 흔드는 보수, '링컨 프로젝트'와 '우파팩'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뭔가 이상이 있습니다. 그는 몸이 떨리고, 허약하고, 말이 어눌하고, 걷기도 힘들어요. 그런데 왜 우리는 이것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걸까요?...세상에서 가장 힘이 있는 이 자리는 약하고, 부적절하고, 흔들리는 대통령 이상을 요구합니다. 트럼프는 이끌어나갈 힘도 없지만, 그는 이를 인정할 성격도 아닙니다. 우리가 의사는 아니지만 눈먼 사람들도 아닙니다. 이제 이야기 할 때입니다.#트럼프는 건강이 안 좋습니다.(#Trump is not well)"

트럼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의 건강 이상설에 대해 직설적으로 문제제기한 45초짜리 광고가 등장했다. 오는 11월 대선에서 경쟁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쪽이나 야당인 민주당, 혹은 진보진영에서 만든 광고가 아니다. 공화당 지지자들 중에서 트럼프의 재선에 반대하는 이들의 모임인 '링컨 프로젝트'에서 만들었다.

▲공화당 내에서 트럼프 재선을 반대하는 세력인 '링컨 프로젝트'가 트럼프의 건강이상설을 주제로 만든 광고. ⓒ유튜브 화면 갈무리

트럼프의 건강 이상설은 지난해 11월 군병원에서 갑작스럽게 건강검진을 받았을 때도 불거졌었다. 이때도 딱히 제대로된 답변을 하지 않았는데, 트럼프가 지난 13일(현지시간) 미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 졸업식에 축사를 하러 갔다가 물컵을 두 손으로 들고, 연단에서 경사로를 따라 내려오면서 엉금엉금 걷는 모습을 보이면서 다시 폭발했다. 트럼프의 이런 부자연스러운 모습이 담긴 사진과 동영상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급속하게 확산되고, 언론을 통해 크게 보도되자,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경사로가 매우 가파르고 미끄러웠다'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링컨 프로젝트'는 트럼프의 건강을 의심할만한 모습(두 손으로 물을 마시는 장면, 엉거주춤 걷는 장면, 연설하면서 콧물을 흘리는 장면 등)을 모아 '#트럼프는 건강이 좋지 않습니다' 광고를 만들었다. 지난 연말에 구성된 '링컨 프로젝트'는 트럼프의 재선을 반대하는 공화당 인사들의 모임이다. 에이브라함 링컨 대통령이 공화당 정신에 가장 부합하는 대통령이라는 의미로 그의 이름을 따왔다. 조지 콘웨이, 스티브 슈미트 등이 대표적인 인사다. 특히 조지 콘웨이는 트럼프의 최측근인 켈리엔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의 남편이기도 하다. 부인 덕분에 트럼프 정부 초기 한때 법무부 차관 후보로도 거론됐으나 본인이 고사한 뒤 줄곧 '트럼프 저격수' 역할을 해왔다. 

'링컨 프로젝트'는 지난 5월에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1984년 대선 광고 '미국에서의 아침'을 차용해 트럼프를 비판하는 '미국에서의 애도'라는 광고를 만들기도 했다. 트럼프는 이 광고에 격분해서 '링컨 프로젝트'에 대해 "에이브라함 (링컨)의 이름이 아깝다", "패배자들의 모임" 등 강도 높은 비판글을 트위터에 연달아 올리기도 했다.

공화당 인사들이 바이든 위한 '슈퍼팩' 출범...플로이드 사태로 군부도 등 돌려 

또 17일 <악시오스> 보도에 따르면, 맷 보르헤스 전 오하이오 공화당 의장 등 일부 공화당 인사들이 바이든을 위한 슈퍼팩(Super PAC)을 출범하기로 했다. '우파 팩'(Right side PAC)은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를 찍었던 전국의 유권자들 가운데 '반 트럼프'로 돌아선 이들을 겨냥해 바이든을 지지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슈퍼팩에는 2017년 백악관 공보국장에 임명됐다가 11일 만에 경질된 앤서니 스카라무치 등 트럼프 행정부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일한 전직 관료들도 포함된다고 한다. 이들은 스스로 '링컨 프로젝트'의 보완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계기로 불붙은 인종차별 반대 항의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일부 군장성들도 트럼프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현직 국방장관인 마크 에스퍼, 트럼프 정부 초대 국방장관을 지낸 제임스 매티스, 트럼프 초대 비서실장이자 해군 장성 출신인 존 켈리,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콜린 파월 등이 이들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도 이번 인종차별 시위에 대한 트럼프의 강경 대응에 대해 개인 성명을 발표해 비판했다.

공화당 내 트럼프 세력 vs. 반 트럼프 세력 

트럼프를 둘러싼 공화당 내의 갈등은 2016년 대선 때도 일어났던 일이다. '굴러온 돌'이라고 할 수 있는 트럼프가 모두의 예상을 깨고 2016년 공화당 대선후보 자리를 꿰차면서 당시에도 갈등이 불거졌다. 하지만 또 한번 예상을 깨고 당시 트럼프가 본선에서도 승리를 하고 집권을 하면서 공화당 내 갈등은 빠르게 트럼프 중심으로 수습이 됐다.

'알트 라이트'(대안 우파) 세력 등 열성적인 지지자들의 힘으로 집권한 트럼프는 공화당 내 세력 기반을 마련하는 일에 힘을 쏟았다. 트럼프는 집권 이후 자신의 충성파들로 정부, 의회, 지방정부 등의 자리를 채우는데 주력을 했다. 공화당 상하원 의원들이 지난해 탄핵사태 때 마치 '트럼프 경호부대'와 같은 모습을 보이면서 트럼프가 당 내부를 장악하는 것에도 성공하는 듯 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올해 들어 코로나19 사태에 이어 인종차별 항의시위까지 연이어 대응에 실패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공화당 내 '반 트럼프 세력'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코로나19로 불거진 의료시스템의 붕괴, 고질적인 인종차별 등은 모두 구조적인 문제다. 때문에 트럼프가 제대로된 해법을 내놓아 정국이 안정되고 그의 지지율이 급상승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따라서 공화당 인사들의 '트럼프 흔들기'는 11월 대선이 끝날 때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본질은 새롭게 부상한 트럼프 지지 세력과 이에 맞선 구주류 사이의 보수 권력 다툼이기 때문이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061803464830941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