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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바이든 "트럼프, 이번 대선 훔치려할 수도 있다"

[2020 美 대선 읽기] 트럼프 "우편투표=사기" 주장, 대선 패배 불복 사전 작업?

민주당 대선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패배해도 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하 직함 생략)은 10일(현지시간) 밤 <트레버 노아의 데일리 쇼>에 출연해 "현재 나의 가장 큰 걱정은 이번 투표 절차가 공정하다는 것을 확실히 하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선거를 훔치려 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바이든은 만약 그가 선거에서 이겼는데 트럼프가 퇴임을 거부할 경우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코로나19로 11월 대선 '안갯속'...트럼프 "우편투표=선거 부정" 주장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최대 피해국이 되면서 오는 11월 대선을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 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코로나19가 지난 4월 하루에 3만명 이상의 확진자, 1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던 때에 비해 증가 속도가 줄었지만, 11일 오후 코로나19 확진자가 200만 명을 넘어서는 등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4월말부터 코로나19 피해가 적은 주부터 순차적으로 '봉쇄 정책'을 해제하고 경제재개를 시작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2차 유행'이 올 가능성도 있다. '2차 유행'이 가을께 시작될 경우, 11월 3일로 예정된 대선을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치르기는 힘들어 보인다.

다양한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11월 대선에서 유권자들의 선거권을 보장하기 위해 우편투표를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하지만 트럼프와 공화당은 우편투표를 할 경우 투표용지를 가로채거나 우편함에서 투표용지를 훔치는 등의 방식으로 부정 선거가 이뤄질 수 있다며 이를 반대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5월 네바다주와 미시간주 선거당국이 등록 유권자에게 우편투표 신청서를 발송하겠다고 결정하자 이들 주에 대한 연방 자금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트럼프 또 트위터에 "우편투표=선거 부정" 주장을 담은 게시물을 연이어 올렸다. 이에 대해 트위터는 그의 게시물이 '거짓말'이라며 "우편투표에 대한 사실을 확인하라"는 경고문구와 링크를 부착하기도 했다.

바이든의 발언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바이든은 "트럼프는 우편투표가 '사기'라고 말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은 우편투표에 대한 트럼프와 공화당 측의 '딴지 걸기'에 대비하기 위한 전국적으로 변호사들을 동원해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검토하고 대응 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재선캠프 팀 머도우 소통담당 국장은 바이든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2020년 선거 결과를 받아들일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해왔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캠프, 2000년 대선 '재검표 시위' 재탕을 노린다?

트럼프가 "우편투표=선거 부정"을 고집스럽게 주장하고 나선 것은 크게 두 가지 목적이 있다고 보여진다.

첫째, 우편투표 확대가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며, 투표율이 높을 경우 민주당에 유리하고 공화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최대한 우편투표 확대 가능성을 낮추려고 하는 것이다.

둘째, 우편투표의 신뢰를 훼손하는 발언을 계속함으로써 유권자들의 선거 자체에 대한 신뢰를 낮추려는 목적이 있다. 선거 등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조장하는 정치적 술수는 과거 헝가리, 폴란드, 브라질 등 권위주의 국가에서 독재자들이 자신의 권력을 연장하는 수법으로 흔히 사용된 것이라고 스테판 린드버그 스웨덴 고텐부르크 대학 교수가 지난 1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밝혔다.

스티븐 레비츠키 하버드대 교수는 "현 시점에서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트럼프는 민주주의 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는 정치인이라는 것이 가장 위험한 사실이다. 또 트럼프는 그가 무엇을 하던지 간에 자신을 지지할 관계를 공화당과 맺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우편투표가 확대될 경우 개표가 지연되면서 최종 결과가 나올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바이든은 "한달 이상 걸릴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잠정적인 개표 결과가 트럼프가 패배하는 것으로 나올 경우, 트럼프 본인은 정작 가만히 있더라도 공화당 일부 의원들과 그의 열성적인 지지자들이 '행동'에 나설 수 있다.

조지 W. 부시가 민주당의 앨 고어 전 부통령과 맞붙었던 2000년 대선 개표 상황이 재탕될 수도 있다. 당시 고어가 단순 득표에서 이긴 상황이었으나,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1표차'로 부시가 이기는 결과가 나왔다. 또 플로리다주에서 개표기의 문제가 지적되자 고어 측에서 이의를 제기해 플로리다주에서 재검표 결정이 났다. 부시 캠프 측은 지지자들을 대거 동원해 재검표가 진행 중인 개표소로 몰려 들었다. 부시 캠프 관계자들은 민주당 측 개표위원이 개표 부정을 저지르려고 한다는 거짓 정보를 흥분한 시위자들에게 흘렸고, 시위자들은 개표소 안으로 몰려들어가 난동을 부렸다. 이 '폭동'은 고어가 플로리다에서 패배와 대선 패배를 인정하는 계기가 됐다. 이 난동을 현장에서 진두지휘한 사람이 바로 트럼프의 최측근이자 2016년 대선 때도 트럼프 캠프를 배후에서 조정한 로저 스톤이다.

이처럼 선거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키는 것은 열성 지지자들을 동원함에 있어서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일종의 사전작업 차원에서 "우편투표=선거 부정"이라는 주장을 반복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오는 11월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할 경우 "선거를 훔치려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061206132179585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