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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살균제 주사" 후폭풍으로 브리핑 취소

[2020 미 대선 읽기] '공짜 선거 유세'로 코로나 브리핑 활용하다 '삐끗'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치료하기 위해 "살균제를 주사하자"고 한 발언에 대해 후폭풍이 거세다.

이 발언을 한 다음 날인 24일 통상 1시간 넘게 진행되던 백악관 브리핑이 20여분 만에 끝났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도 받지 않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또 25일엔 브리핑을 열지 않았다. 코로나TF 브리핑은 지난 2월 26일 이후 매일 열렸다.

트럼프 "살균제 주사하자", "인체에 자외선을 쪼이자"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일일 브리핑에서 표백제가 침 속의 바이러스를 5분 안에 죽였고, 살균제는 이보다 더 빨리 바이러스를 잡아냈다는 한 연구 결과를 언급하면서 "주사로 살균제를 몸 안에 집어넣는 방법은 없을까? 폐에 들어간다면 어떻게 될지 확인해보면 흥미로울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가 엄청난 자외선이든 아주 센 빛을 인체에 쬐인다면 결과가 아주 흥미로울 것"이라며 "피부를 통해서든 다른 방법으로든 빛을 인체 내부에 쏘는 걸 시험해 봐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말도 안 되는 주장은 거센 반발을 낳았다. 민주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24일 트위터에 "나는 내가 이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 제발 표백제를 마시지 말라"고 썼다.

언론들도 비판을 쏟아냈다. CNN은 "스테이크, 부동산, 보드카 등을 팔던 구제불능의 세일즈맨이 코로나19 새 치료제로 추정하는 것들을 팔려고 했다"며 "떠돌이 약장수 쇼"라고 비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다며 "기적의 약물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 역시 근거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당국은 당장 대통령의 말을 믿고 살균제를 마시는 불상사가 일어날 것을 걱정해야 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살균제를 부적절하게 상용해선 안된다는 경고문을 트위터에 올렸다. 살균제 라이솔 제조사인 레킷벤키저는 이날 어떤 상황에서도 인체에 주입하거나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돼선 안 된다는 경고문을 발표했다.

파문이 일자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기자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비꼬는 투로 질문한 것"이라고 언론 탓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브리핑을 열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언론 탓을 했다. 그는 트위터에 "레임스트림 미디어(신문, 방송 등 전통적인 매체)가 적대적인 질문만 하고 나서 진실이나 사실의 정확한 보도를 거부하면 백악관 기자 회견을 갖는 목적은 무엇인가. 그들은 기록적인 평가를 받고, 미국 사람들은 가짜 뉴스만 받는다. 시간과 노력을 들일 가치가 없다"고 주장했다. 

코로나 브리핑을 '공짜 선거유세'로 즐기던 트럼프의 예견된 참사 

23일 "살균제 주사" 발언이 터져나오기 전부터 백악관 내에선 코로나 TF 브리핑에 트럼프가 매일 참석해 장시간 기자들과 설전을 벌이는 것이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참모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브리핑 참석을 고집해왔다고 한다. 코로나 사태로 선거 유세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TF 브리핑을 자신의 치적을 자랑하는 "공짜 선거유세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폴리티코>는 25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할 선거유세나 다른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백악관 브리핑을 이용해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바이든 전 부통령을 포함한 오바마 정부 관계자들에 대한 불만, 민주당 등 정치적 경쟁자들과 언론에 대한 비판 등을 표출해왔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높은 TV 시청률이 11월 바이든을 이기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교외-여성-경합주 유권자들의 표심 흔들리나 

트럼프 대통령은 40% 초중반대의 ‘묻지마 지지자’들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비록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더라도 크게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 지난 19일 발표된 여론조사(NBC방송과 월스트리트저널 공동 조사)에서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36%에 그쳤지만, 그의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지지율은 46%로 나타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살균제 주사"와 같은 비상식적인 발언과 대책을 내놓으면서 '샤이 트럼프' 유권자(드러내지 않고 트럼프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흔들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했다가 2018년 중간선거 때 민주당 지지로 돌아선 교외 지역의 중산층 유권자, 안전 이슈에 민감한 여성 유권자, 특정 정당의 지지세가 뚜렷하지 않은 스윙 스테이트(경합주) 유권자 등이 이에 해당된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가장 큰 치적으로 '경제 활성화'를 꼽았는데, 코로나 사태로 경제 불황이 불가피하다는 사실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안감을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다. 이런 불안감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3단계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주지사들이 독자적으로 판단해 '봉쇄(lockdown)'를 해제하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재선 캠프 관계자 등이 경제 활동 재개를 요구하는 '리오픈' 시위를 조직해 주도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조기 봉쇄 해제로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다시 급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경제 활성화는 커녕 코로나 사태가 수습하기 힘들 만큼 악화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진자가 2만3000여명이 넘는 조지아 주가 24일 체육관, 미용실, 쇼핑센터 등 비필수 업종까지 모두 다시 열기 시작한 결정에 대해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며 슬그머니 발을 빼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25일 오후 10시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96만651명, 사망자수는 5만4256명으로 집계됐다. 확진자는 전날에 비해 3만5613명, 사망자는 2071명 증가해 여전히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042611342837892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