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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더스 대세론' 굳히나....네바다주 압승 비결은?

[2020 미 대선 읽기] 샌더스, 중도 분열로 유리한 판세...바이든, 회생 계기 마련

"라스베이거스 시내의 한 호텔에서 22일(현지시간) 민주당 코커스(경선)가 진행됐다. 그 호텔 직원 103명이 모여 코커스를 실시했는데, 1차 투표에서 버니 샌더스가 72명, 조 바이든이 31명, 엘리자베스 워런이 3명이었다. 2차 투표에서는 워런 지지자 2명이 투표를 포기했고, 1명이 조 바이든을 지지했다. 이 코커스에서는 샌더스가 72명, 바이든이 32명으로 결론이 났다."

22일 네바다주 170여 곳에서 진행된 코커스 중 한 곳을 참관한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가 본지와 전화 인터뷰에서 전한 코커스 풍경이다. (코커스 : 당원 모임 형태로 진행되는 경선. 개인의 직접 투표로 결정되는 방식이 아니라 3차까지 거수로 진행되는 표결과 토론을 통해 승자를 결정짓는 투표 방식이다. 미국에서는 전통을 계승하는 의미에서 일부 지역에서는 코커스 방식으로 경선을 진행한다. 필자주)

▲ 22일 라스베이거스 한 호텔에서 진행된 코커스. ⓒ김동석 대표 제공
여전히 헤매는 중도 표심...바이든-부티지지-블룸버그 경쟁 구도

이날 네바다주 경선에서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과반에 가까운 득표율(46.6%)로 압승을 거뒀다. 2등은 아이오와와 뉴햄프셔 경선에서 고전했던 조 바이든 전 부통령(19.2%)이 차지했다. 3위는 바이든 전 부통령과 반대로 초반 두 곳 경선에서 선전했던 피트 부티지지 전 일리노이주 사우스밴드 시장(15.4%)이 차지했다.  

중도진영 대표주자를 놓고 벌이는 경쟁에서 한발 앞서나가는 듯 보였던 부티지지 전 시장은 주춤했고, 초반 충격적인 성적표로 선두그룹에서 탈락했던 바이든 전 부통령은 회생의 계기를 마련했다. 한편, 바이든 전 부통령이 처지면서 급부상한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지난 주 첫 TV 토론(19일)에서 크게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날 네바다주 경선 성적은 3월 3일 14개주에서 동시에 치러지는 '슈퍼 화요일' 전까지 중도진영의 대표주자를 놓고 벌이는 '3파전'이 계속 될 수 밖에 없음을 예고했다. 다음 경선지인 사우스캐롤라이나는 흑인 유권자들이 많기 때문에 바이든 전 부통령의 선전이 점쳐지는 지역이기도 하다. 그의 초반 부진으로 블룸버그와 부티지지 전 시장이 급부상했다. 때문에 바이든 전 부통령 입장에서 네바다와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은 더 중요해졌고, 매우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중도 경쟁구도, 샌더스에게 가장 유리? 

바이든, 블룸버그, 부티지지 세 사람이 벌이는 중도진영의 경쟁은 3월 3일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어느 한 후보 쪽으로 무게중심이 기울지 않을 경우, 전체 경선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풍부한 경륜이 장점인 바이든, 트럼프의 20배 재산을 가진 억만장자이지만 총기 규제, 그린 뉴딜 등 중산층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생활 이슈에서는 진보적인 입장인 블룸버그, 38세의 정치 신예이면서 최초의 공개 동성애자 정치인인 부티지지 등 중도진영의 세 후보는 서로 다른 장점을 가졌다. 세 후보가 엇비슷한 성적을 보일 경우, 경선이 상당히 진행되기 전까지 어느 후보도 딱히 중간에 경선을 포기할 이유를 찾기 힘들다. 2020년 대선 이후의 정치적 영향력이나 입지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현재 민주당 유권자들의 성향은 중도성향의 유권자들이 진보에 비해 수적으로는 우세하지만 구심점을 찾지 못해 헤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 후보가 경쟁 구도를 유지할 경우, 표가 쪼개지면서 가장 이득을 보는 사람은 진보진영의 샌더스 후보라고 할 수 있다. 진보진영의 경우 아이오와에서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선전(3위)을 했지만, 경선이 이어지면서 샌더스 의원과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사실상 샌더스 의원 쪽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했다고 보여진다. 따라서 진보 대표주자로 일찌감치 정해지면서 구심력이 작용하고 있는 샌더스 의원에 비해 중도 후보들은 내부 경쟁구도가 정리될 때까지 불리한 싸움을 벌일 수 밖에 없다.

샌더스, 유색인종-노동자-청년층 등 저인망식 선거운동
 

샌더스 의원은 아이오와와 뉴햄프셔 경선에서도 각각 2위와 1위를 차지하면서 일찌감치 선두주자로 자리를 굳혔지만, 네바다주의 '압승'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CNN은 23일 "네바다주는 샌더스에게 확실한 승리 이상의 승리를 안겨 주었다"며 "샌더스 선거 전략이 유효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아이오와와 뉴햄프셔 지역은 전체 유권자의 90% 이상이 백인인 반면, 네바다주는 히스패닉 인구가 전체의 30% 정도를 차지한다. 흑인, 아시안 등까지 합치면 유색인종이 40% 정도를 차지한다. 또 이 지역은 요식업 노조(Culinary Union) 등 조직화된 노동자들의 비중이 높다. 이 지역의 샌더스 선거 운동가들은 지역별 인종 모임, 청년층 모임, 사업장별 노조 등 소규모 커뮤니티를 공략하는 저인망식 선거운동으로 열성 지지자들을 조직화했다. 따라서 이 지역의 가장 대규모 노조인 '요식업 노조' 지도부는 샌더스 의원 지지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개별 사업장 노동자들의 표심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역으로 이번 경선 결과로 '요식업 노조' 내에서 지도부 사퇴 여론이 나오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30%가 넘는 유색인종, 조직화된 노동자 계층이 존재하는 '표준적 민주당'에 가까운 인구 특성은 바이든 전 부통령이 2위를 차지한 이유이기도 하다. 김동석 대표는 "네바다는 노조가 강한 지역인데, 히스패닉 노동자들은 샌더스를, 백인 노동자들은 바이든을 선택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의 선전에 대해 김 대표는 "바이든이 네바다주에서도 부진하면 다음 경선인 사우스캐롤라이나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고, 그러면 '슈퍼 화요일' 경선에 블룸버그에게 표가 집중될 가능성이 커지므로 네바다주에 공을 많이 들였다"며 "예상한 정도의 성적을 받았기 때문에 바이든 입장에서는 회복할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고 평가했다.

CNN은 히스패닉, 노동자, 청년층이 많은 캘리포니아주와 텍사스주에서도 샌더스 의원의 선거운동 전략이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내다봤다. 더 나아가 최근 여론조사에서 샌더스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도 1위를 할 경우, '샌더스 대세론'은 어쩌면 '슈퍼 화요일'이 되기도 전에 굳어질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