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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일본 홋카이도 시레토코 여행기(1)

첫날 (8월 4일)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홋카이도 메만베스 공항에 도착.


렌터카를 타고 2시간 넘게 달려 도착한 라우스산 국립공원 안에 위치한 캠핑장.

여기서 이틀을 묵기로 했다. 요금은 1인당 하루에 300엔(어린이는 200엔), 이틀에 1600엔을 지불했다.

(지방정부에서 관리하는 캠핑장이라 가격이 매우 싸다. 낚시꾼들이 와서 한달 정도 장기 투숙을 하기도 한다고. 실제로 우리 묶었던 윗쪽 캠핑장엔 가족 단위보다는 1인 캠핑객이 많았다. 1인용 텐트를 치고 빨래도 나무에 걸어 놓은 할아버지가 우리 바로 위 사이트에서 묵었고 언제 철수하셨는지는 모른다.ㅎ)





첫날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기 직전 캠핑장의 모습.


월령공주 등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봤던 풍경이 바로 눈앞에 펼쳐진다.

이런 환상적인 풍광을 접하기 위해 반드시 치러야할 대가가 있다.

'조용한 캠핑'을 즐겨야 한다는 것이다.

타인에게 폐를 끼치는 것을 극도로 조심하는 일본 사람들답게

캠핑 와서 고기를 굽고 술을 한잔 하면서도 최대한 소음을 자제한다.


사진을 찍지 못했는데, 이 캠핑장에 여우는 매우 흔하다.


  

(나중에 박물관에서 찍은 사진인데, 요렇게 생긴 녀석)


첫날 저녁 식사를 준비하니 텐트 주위를 어슬렁 거렸다.

슬쩍 슬쩍 눈치를 보던 녀석들이 결국 사고를 친 건 이튿날 새벽이었다.

푸다닥 푸다닥 소리에 남편이 깨서 텐트 밖에 나가보니 아침용으로 준비해 놓은 컵라면을 싸놓은 비닐봉지 째로 들고 도망갔다.

결국 봉지를 중간에 떨어뜨려 다시 가져오긴 했으나 먹는 건 불가능한 상태였다.

시레토코에 야생 동물이 많아서 음식물 보관을 조심해야 한다는 경고 글을 여행을 준비하면서 읽었는데

너무 가볍게 생각했나 보다.

남은 음식물을 다 버리고 주변 쓰레기를 정리하고 비닐로 포장된 것들만 남겨서 큰 비닐봉지에 담아서 입구를 묶어 놓았는데

그걸 파헤치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이틀째 저녁엔 우리 코 앞에까지 와서 턱을 괴고 앉아 불쌍한 눈빛으로 먹을 것을 달라고 애원하기까지 했다.

여우가 아니라 완전 강아지의 눈빛이었다.


캠핑장의 아침 풍경.

하늘과 숲의 색깔이 너무 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