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이철희 더민주당 입당' 기자회견을 보며

어제(19일) 저녁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의 더불어민주당 입당 기사가 나기 전 문자를 보내 물었다. "선배, 내일 입당하시나요?"

짧은 답변이 돌아왔다. "ㅇㅋ"

다시 문자를 보냈다. "축하드려요~"

 

"축하한다"고 답 문자를 보냈지만, 마음은 편치 않았다. 그 앞에 놓인 정치 현실이 결코 녹록치 않음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정치부 기자를 하면서 참 많은 사람을 만났고, 취재원과 기자의 관계는 '불가근 불가원'이라지만, 우리들도 사람인지라 유독 정이 가고 친한 사람이 있고, 그저 서로의 이해관계 때문에 연락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철희 소장은 만난 지 오래되진 않았지만 (2010년 다시 국회를 출입하면서 만났다) 빨리 정이 든 선배다. 주변에 줄기차게 자랑하듯 "프레시안이 팟캐스트 '이쑤시개'를 통해 데뷔시킨 방송인"이기도 하고. '이쑤시개'를 처음에 함께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급속도로 친해졌고, 사람의 진면목을 보게 되기도 했다. 겉보기엔 퉁명스럽고 까칠하지만 속은 참 따뜻한 한 마디로 '진국'인 사람이다.

 

오늘 입당 기자회견을 통해 스스로 "집 나갔다 돌아온 사람"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오랫동안 보좌관, 당료 생활을 하면서 정치를 해왔던 사람인지라 정치를 잘할 거라 기대한다. 방송인으로 한참 상종가를 칠 때 다 내놓고 작심하고 다시 정치 '투신'한 만큼 더. 한 사람의 힘으로, 노력으로 정치가 쉽게 바뀔 거라 생각할 만큼 순진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모습, 싸우는 모습을 기대한다.

 

"우연히 마주친 시민이 아메리카노 한 잔 사 주며 더 잘하라고 격려 하는 그런 국회의원이 되고 싶다"는 '쿨'한 입당의 변이 현실이 되길...

"선배, 전 우연히 마주치면 쏘주 한 잔 사 드리겠습니다."

 

 

                                 (제공 : 프레시안 최형락 기자)

 

 

다음은 이 소장 입당의 변

 

다시 민주당에 돌아오며

 

고민이 적지 않았습니다. 방송인으로 어렵게 일궈낸 성과를 뒤로 하는 것도 솔직히 아까웠고, 제가 정치를 한다고 해서 정치가 바뀔지, 제가 비판했던 만큼 정치를 잘 할 수 있을지 생각했습니다. 흔쾌히 그렇다는 답을 얻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 번은 여한 없이 싸워봐야 비록 실패하더라도 후회가 남지 않을 거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정치가 중요하다고 한 그간의 제 말에 대해 이제 책임져야 하지 않느냐는 와이프의 조언도 와 닿았습니다.


아주 건방진 얘기지만, 국회의원이 목표는 아닙니다. 정치권에 몸담을 때나 밖에서 지켜볼 때나 국회의원이 그렇게 멋있어 보이지 않았습니다. 더 솔직히 말하면, 국회의원이 정치를 독점하는 것이 늘 불만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좋은 국회의원의 역할을 폄훼하지도 않습니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놈이 그런 오만을 떨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대로 한다면 국회의원의 역할은 참 많고, 소중합니다.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길을 지나가다 우연히 마주친 시민이 고생한다고 아메리카노 한 잔 사 주며 더 잘하라고 격려 하는 그런 국회의원이 되고 싶습니다.


밖에서 본 더민주는 참 부족하고 부실하고 부유하는 정당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떤 유력한 개인보다 정당이 중요하다는 것이 저의 지론입니다. 진보를 표방한 정치세력이 유능해야 한 사회의 질이 좋아진다는 건 제 소신입니다. 복지국가를 이룩한 모든 나라들에는 예외 없이 튼실한 개혁정당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좋은 정당이 있어야 진보가 정치적으로 유능해 지고, 그럼으로써 더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제가 더불어민주당에 다시 돌아오는 이유입니다. 지금은 비록 많이 못났지만 이미 일상 속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이 정당을 바로 세우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이 누구의, 어느 계파의 정당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약자의 편을 드는 든든한 버팀목으로 바뀌기를, 그 속에 제 역할이 있기를 소망합니다.


평소 정치는 타협이고, 긍정이고, 민생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나만이 옳다는 자세가 아니라 나도 틀릴 수 있다는 자세로 타협의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상대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존중하고 배려해야 합니다. 1원 1표의 시장원리에 신음하는 보통사람들의 먹고 사는 문제는 1인 1표의 정치시스템으로 풀어줘야 합니다. 지향하는 가치와 이념은 좌표일 뿐 무능을 변명하는 알리바이가 될 수 없습니다.


정치편론이 아니라 정치평론을 하자고 다짐했던 그 마음, 어떤 경우에도 대중의 눈높이로 보려고 했던 그 마음을 얼마나 지켜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저 놈도 정치판에 들어가더니 다른 게 없다'는 소리만은 듣지 않도록 자계하고, 또 자계하겠습니다. 못난 놈이 될지언정 나쁜 놈은 되지 않겠습니다. 핫(hot)하게 붙어보고, 지면 쿨(cool)하게 사라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추워도 너무 추운 날 입당하는 불운을 아쉬워하며, 이철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