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MB-박근혜, '부드러운 반동쿠데타' 중" (2014.12.22)

박근혜 정부 2년, '100% 대한민국' 즉, 국민통합을 대통령 선거에서 주요 공약 중 하나로 내세웠으나 철저하게 실패했다. 지난 19일 헌법재판소에서 사상 초유의 '정당 해산' 결정을 내린 일은 '국가가 정치적 갈등을 양산하는 체제'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대통령 본인도 회의석상에서 '종북' 세력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박 대통령의 이런 태도에 대해 "매우 위험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박정희에서 박근혜까지, 한국사회경제 시스템의 진단'이라는 주제로 지난 17일 열린 '민주주의자 김근태 3주기 학술세미나'에서 한국 사회의 재조직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신은미-황선 토크콘서트에 대해 '종북'이라고 비난했지만, (콘서트 현장에서 한 고등학생에 의해 저질러진) 황산 테러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이는 매우 위험한 태도다. 마치 이승만 정권 때 서북청년단을 통해 '빨갱이는 죽여도 된다'는 식의 태도를 취했던 것과 마찬가지다. 폭력과 테러를 국가가 용인하겠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보수 정당이 재집권한 이명박 정권 이후 "부드러운 반동쿠데타가 일어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냉전시절의 '반북' 이데올로기가 '종북'으로 부활했다"는 것. 

'정당'간 경쟁과 합의를 통한 민주주의의 작동 원리가 사실상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는 현재 한국 정치는 "한국 사회를 최악의 상태로 치닫게 하고 있다."

"국민주권이 파괴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도 안전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버려진 국민의 문제'다. 세월호와 같은 대형 참사 뿐만이 아니라 자살, 산업재해 등 지금 이 순간에도 매일 사회적 타살이 매일 일어나고 있다. 살아 있는 국민들도 죽어가는 상태다. OECD의 모든 지표가 바닥으로 가고 있다. 한국 사회는 선진국으로 이동하기 보다는 남미형으로 가까이 가고 있다." 

물론 '민주주의의 붕괴', '세습 자본주의', '신보수 테러리즘', '극우에 가까운 인종주의' 등의  현상은 한국만의 특징은 아니다. 최근 미국의 중간선거(민주당 정권인 오바마의 참패), 일본의 중의원 선거(보수정권인 아베의 압승) 등을 보면 드러난다. 

그러나 복지국가의 경험을 거치지 못한 한국은 서구의 '중심부 신자유주의' 국가와는 다른 경로를 거쳐왔으며, 앞으로도 더 큰 '이탈'이 가능하다. 한국은 '냉전 반공 반사회주의'의 양상으로 나타나는 '주변부 신자유주의' 국가라고 김 교수는 설명한다. 

"정당이 정치의 중심이 아니라 선출받지 않은 국정원, 기무사, 검찰 등이 실질적 권력을 갖고 정치를 하고 있다. 한국의 집권 여당은 국가 정당이다. 그러다보니 여당도 보수가 아니고 야당도 진보가 아니다."

김 교수는 결국 "사회를 다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돌이켜보면 한국의 근대화 과정과 국민국가의 내실이 그만큼 허약했고, 시민사회의 힘이 이 정도 밖에 안 된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압축적인 성장은 가능하나 역사에서 비약은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절감한다. 민주국가가 하루 아침에 권위주의, 준파시즘으로 전락할 때는 반드시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하부구조의 힘, 즉 사법정의, 시민의식과 직업윤리, 공공성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국가, 즉 정치를 바꾸지 않고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교정하기가 어렵다"며 "사회건설, 사회재구조화, 정치변혁을 전제 혹은 포함한 국가개조를 목표로 해야 하고 최종적으로는 국민국가를 넘어서는 비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선은 '사회국가'의 건설이 과제다. 사회국가의 건설을 위해서는 그것을 담당할 주체의 형성이 가장 중요하다. 21세기에는 정당이 사회변화의 최종적인 그릇이 된다고 볼 수도 없다. 그것을 위해 청년노동자의 조직화, 기업의 사회공헌 강화, 노조와 협동조합의 결합, 시민교육 확대, 대학외곽의 지식 센타 건립 등이 필요하다."
 

* 김근태 3주기 학술세미나는 담론과 정책 연구모임 '가보세 플랜B'가 함께 기획했습니다. 학술세미나를 공동 후원한 프레시안은 '가보세 플랜B' 멤버이기도 합니다. 이번 학술세미나에서 발표된 발제문 중 일부를 발췌해 연속 보도할 계획입니다.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