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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재난이 된 자본주의·극우파 득세·기후위기, 인류의 선택은?

[프레시안 books] 캘리니코스 킹스칼리지 명예교수의 <재난의 시대 21세기>

 

"재난은 이제 예외가 아니라 정상이 되고 있다."

<재난의 시대 21세기>(알렉스 캘리니코스 지음, 이수현 옮김, 책갈피 펴냄)은 불과 몇년전 한세기 만에 찾아온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떠올릴 때 매우 와닿는 얘기다. 코로나19로 전세계에서 약 700만 명이 사망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도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 조지타운대 콜린 칼슨 교수에 따르면, 2000년 이후부터 올해(2024년) 말까지 기후변화로 인해 약 400만 명이 사망할 것으로 추정된다. 과학자들은 이 숫자도 과소평가된 것이라고 말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 한반도 긴장 고조 등은 모두 핵전쟁이라는 최악의 공포를 떠올리게 한다. 전 세계 밀의 30%, 옥수수의 20%, 해바라기유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세계 식량 위기를 야기해 아프리카, 중동 등의 민란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이기도 하다. 

아이작 도이처상 심사위원으로 세계에서 손꼽히는 마르크스주의 석학인 캘리니코스 런던대 킹스칼리지 명예교수는 "우리가 사는 세계에는 재난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며 인류가 '생존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말한다.

코로나19 사태 때 보여진 것처럼 수십년간 시행된 민영화와 긴축정책 때문에 국가의 역량이 줄어들어서 정부가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가 더 힘들어졌다. "부자들은 감염 중심지를 피해 호화 요트에서 지내며 온라인으로 계속 사업을 하고 더 많은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많은 노동자들은 날마다 목숨을 걸고 일하라는 가차 없는 압력을 받았다." 

저자는 자본가가 노동자를 착취하는 적대 관계와 자본가들끼리 무한 경쟁하는 적대 관계라는 두 가지 적대 관계를 중심축으로 하는 자본주의 체제의 작동 원리 자체에 재난들의 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현 시점에서 특히 눈여겨봐야할 문제는 극우파가 득세하는 '정치적 위기'와 인류역사상 최대의 부정적 외부효과로 볼 수 있는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적 위기'다. 

올해 11월 있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와 민주당의 조 바이든이 재대결할 가능성이 높아진 사실은 '정치적 재난' 위기를 심화시키는 요소다. 저자는 미국을 "선진 자본주의 세계의 약한 고리"라고 지적했다.

 

저자는 트럼프는 "파시스트가 아니라 투기꾼"이라면서 트럼프의 계급 기반은 "대자본"이 아닌 "룸펜 자본가들"에게 있다고 강조한다. 트럼프는 복음주의를 기반으로 한 기독교 극우세력과 부동산, 사모펀드, 카지노 등 다양한 서비스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탈(脫) 산업 분야 벼락부자들과의 연합에 세력 기반을 두고 있다. 

2020년 미국 대선 결과를 뒤집기 위한 트럼프 지지자들의 2021년 1월 6일 의회 폭동은 공화당에 둥지를 튼 "체제를 파괴할 꿈을 꾸는 자들"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보여줬다. 이는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패배하더라도 미국 정치에 상존하는 위험이 됐다. 

극우들의 준동이 19세기 미국 남북전쟁과 같은 본격 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텍사스주와 같이 공화당이 장악한 일부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게릴라전"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 개인의 총기 소지를 허용하는 미국 내에서 이런 게릴라전은 필시 인명 피해를 가져올 수 밖에 없다. 1.6 의회 폭동 당시에도 경찰을 포함해 5명이 죽었고, 1000여 명이 부상을 당했다. 

현재로선 이런 위험이 미국 밖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저자는 그러나 "기후변화가 가져올 혼란"에 대해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기상이변으로 인한 사회·경제 구조의 분열은 극우파 집단들이 적어도 지역이나 지방 수준에서 권력을 장악해서 지금 인종차별적 포퓰리즘 정당들의 지도부가 주장하는 것보다 훨씬 더 극단적인 강령을 시행하려고 시도할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일찍이 존 로크는 자본주의 시대 초기에 쓴 저작에서 다음과 같은 유명한 말을 했다. 태초에 모든 세계는 아메리카와 같았다. 자본주의 시대 말기에도 그렇게 될지 모른다." 

그러나 저자는 재난과 반란은 동전의 양면임을 지적한다. 그는 "인류가 직면한 다차원적인 위기가 만들어 내는 균열들은 재난을 의미하는 동시에 반란의 가능성도 의미한다"고 말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너무 오래 머물러서 환영받지 못하는 손님 같은 자본주의가 이제 '상시적 재난'이 된" 21세기에 "'우파가 좌파의 점심을 먹어치웠다'고 웰든 벨로가 표현한 것처럼 극우파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병폐 때문에 생겨난 분노가 한편으로는 범세계주의적 엘리트층으로, 다른 한편으로는 이주민과 난민들로 향하게 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난관을 뚫고 인류는 다시 '희망'을 말할 수 있을까. 저자는 아일랜드 마르크스주의자 제임스 코널리를 인용해 "유일하게 참된 예언자는 미래를 스스로 개척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재난의 시대 21세기>, 알렉스 캘리니코스 지금, 이수현 옮김, 책갈피 펴냄 ⓒ책갈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