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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제발 미국을 좇아오지 마세요" (2005.4.23)

[현장] 폭동 피해지역에 세워진 L.A 이코빌리지

 

“1950년대에 미국 4인 가족은 1천 평방미터의 공간에서 살았다. 지금은 두배가 넘는 2천8백 평방미터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절반이 넘는 가족이 1천4백 평방미터보다 적은 공간에서 산다. 미국은 노숙자(홈리스)가 그렇게 많으면서도 더 넓은 공간을 차지하려고 서로 경쟁한다.

제발 미국을 좇아오지 말아달라. 미국이 달성한 목표를 좇아오려고, 아메리칸 파이의 더 큰 조각을 얻기 위해 전 세계가 경쟁하고 있지만 과연 ‘미국’으로 상징되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달성한 게 뭐냐. 그게 지금 우리 자신을 죽이고 있는 게 아닌가.”

L.A 한복판인 버몬트 애비뉴 인근 비미니 플레이스에는 도심 속 생태마을(eco-village, http://www.ic.org)이 있다. 이 지역에서 13년 넘게 비영리단체 ‘커뮤니티 리소스 서비스 프로그램’(CRSP)를 운영하던 로이스 아킨(Lois Arkin, 68)씨는 지난 92년 L.A ‘4,29 폭동’으로 폐허가 된 이 곳에 환경친화적 공동체인 이코빌리지를 만들었다.

***L.A 폭동이 일어난 곳에 생태 마을 만들어**

“처음 이코빌리지를 만들려고 했을 때는 도시에서 좀 떨어진 곳에 건물을 지으려고 했다. 이 근방은 시민폭동 당시 화재로 피해가 컸는데, 이것을 보면서 우리가 우선권을 어디에 둘 것인가 생각하게 됐다. 여기서 시작해 우리 이웃들을 먼저 바꾸자. 다시 이 지역을 복원시키자고 의견을 모으게 됐다.

그 전에 이 지역은 마약, 갱, 매매춘 등 문제로 뒤덮힌 곳이었다. 이웃간에도 서로 모르고 믿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주민들이 안전함을 느끼게 하자. 이게 첫 과제였다. 그래서 우리가 맨 처음에 한 일이 낮에 건물 문을 열고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했다.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겠다는 결심이 중요했다. 비영리단체 자원봉사자들이 와서 이웃주민들을 만나는 작업을 시작하고 길거리 파티를 주선하고 아이들에겐 거리에 과실수를 심도록 했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나가 이웃들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3년에 걸쳐 공동체 개념이 자리잡아갈 무렵인 1996년 이들은 40채 규모 아파트를 50만불(한화 5억원 가량)을 주고 샀고, 1999년 옆에 있는 8채 규모 아파트를 샀다고 한다.

도시형 이코빌리지의 또 하나의 장점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현실에서 누구나 지금 자신이 서있는 자리에서 자신의 삶과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데 있다.

“교외로 나가 생태공동체를 꾸릴 경우, 경제적 뒷받침을 위한 수단을 개발해야 한다. 경제적 지속성과 유지를 위해 도시형 이코빌리지를 선택했다. 많은 사람들이 도시에 있으니까 자신이 사는 바로 그곳에서 시작하면 된다.”

이코빌리지에 사는 사람들도 각자 자기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 공동체 속에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역할들을 맡아 하고 있다. 화학을 전공한 라라 모리슨(Lara Morrison, 54)씨는 이코빌리지 안에 있는 채소밭에 콩, 감자, 호박, 브로커리 등 40여종의 채소를 키운다. 컴퓨터 컨설턴트이자 가수인 브래드 마워즈(Brad Mowers, 51)씨는 직접 베틀로 옷감을 짠다.




***“지금 내가 선 바로 그 자리에서...조화롭고 단순한 삶 추구”**

때문에 이들의 삶은 평범한 도시인들의 삶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돈을 벌기 위해 삶의 질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게 근본적인 차이일 것이다. 또 자신이 서 있는 곳에서 최대한 자연과 사람과 소통하는 삶을 지향한다.

이코빌리지에 사는 사람들은 일요일 저녁마다 공동 식사를 한다. 각자 음식을 마련해 오는 일종의 포트럭 파티의 형태로 진행되는 공동 식사는 주변 이웃들에게도 열려 있다. 같이 사는 이웃들이 먹을 것을 나누면서 더 나은 이코빌리지를 만들기 위한 아이디어도 나누는 자리다.

“우리들이 사는 방법은 완전히 일반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많은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

이들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생필품은 자급자족을 지향하며, 폐수나 쓰레기는 순환해서 사용하고 있다. 강제된 것은 아니지만 이코빌리지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자동차 대신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고 가까운 거리는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이들은 생활을 단순화시키는 심플리빙(www.simpleliving.net) 운동도 벌인다.

이곳에 사는 이들이 목표는 작은 변화와 충격으로 이웃들을 변화시켜 이코빌리지를 조금씩 조금씩 넓혀가는 것이다. 아킨씨는 시에 이코빌리지 앞길인 비미니 플레이스를 구불구불한 저속도로로 바꾸자는 아이디어를 내 승인을 받기도 했다.